"4월 20일이 다가오면 언론에서 인터뷰하자, 사진찍자며 찾아오려고 한다. 너무 화가 난다. 엄마는 4월이면 어김없이 방송에 나오는 장애극복 성공 이야기를 보기 싫어하셨다. 엄마가 잘나지 못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엄마 잘못이 아니었다. 나라가 잘못 된 거다. 장애인 당사자가 태어나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은게 잘못이다"
박명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투쟁연대) 상임대표의 말이다.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주로 방에서 생활했다. 외출을 자주 못하는 것은 자신이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거리에 나와서 장애인의 생존권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고, 활동보조지원제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그는 "시설에, 방구석에 있으면 바뀌는게 없더라. 차별의 현실에 맞서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외쳤다.
“동정과 시혜가 가득한 장애인의 날 모든 행사를 거부한다”
420투쟁연대는 19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맞아 대구시청 앞에서 '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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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0투쟁연대는 대구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 | |
이들은 “인권현실을 외면한 채 동정과 시혜가 가득한 장애인의 날 모든 행사를 거부한다”며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 ▲활동지원서비스 권리보장 ▲장애인 주거권 보장 ▲장애로 인한 사회적 추가비용 보전 ▲탈시설 권리보장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대책 마련 ▲장애인 인권/자립생활 3대 조례 제・개정 등 8대 요구안을 요구해 오고 있다.
노금호 420투쟁연대 집행위원장은 "2009년부터 같은 요구안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 그러나 시청과 시의회는 묵묵부답"이라며 "이동권, 주거권, 탈시설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장애인과 모든 빈곤층의 최소한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구영희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수석부지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지도 4년이 지났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설에 보내진 아이의 삶은 외면당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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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노래모임 '어울림'과 길거리사운드 '내가그린' 합동 공연 | | |
이어 장애인당사자 노래모임 '어울림'과 길거리 사운드 '내가그린'의 공연이 이어졌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시청별관(교통국)을 거쳐 시의회까지 행진했다. 대구시교통국은 저상버스 추가도입을 발표했으나 요구수준인 50%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구시 장애인 당사자 목소리 외면하고 있어"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대구시의회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육성완 대구DPI 대표는 "대구시민 목소리를 담아야 할 공무원과 시의원이 장애인 당사자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대구시의 장애인 정책을 비판했다. 대구시청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장애인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 2010년 후보시절 장애인 소득, 주거, 발달장애 등과 관련된 정책을 공약으로 밝혀왔다. 이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편, 420투쟁연대는 지난 3일 투쟁선포 기자회견 진행 후 시의회 의장실 점거농성을 벌인 바 있다. 시의회가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를 장애단체의 요구안이 빠진 채 날치기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후 4일 오후 조례 전면 재개정을 골자로 다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420투쟁연대는 앞으로도 '8대요구안'을 가지고 생존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20일 오전에는 서울에 상경해 전국적인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