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찾는 사람들’이라 이름붙이면, 적절한 호명이 될지 모르겠다. 이들은 단지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대책 없이 잡지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독립’이라는 가난의 상징을 달고. 어찌된 일인지 이름에 ‘독립’만 들어가면 죄다 가난을 면하기 힘들다.
김애란(여, 23살), 변찬준(남, 25살), 정중근(남, 27살), 김희영(여, 23살)씨 등 대학생 6명은 4월초에 독립잡지 <모디> 창간준비호를 발간했다. 대구의 지역문화를 오롯이 대구의 ‘언어’로 담아내고 싶어 만들었단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4일, 5월 창간호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가난한 독립잡지 제작자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있을까. 예상과 달리 이들은 재정에 대한 걱정보다 얼마나 재미있는 내용으로 창간호를 만들어낼지 고민하고 있었다. 돈은? “뭐 어떻게든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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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초, <모디> 창간준비호, "후아유?"가 발간되었다. (출처:www.facebook.com/magazinemodi) | | |
서로 다른 여섯, <모디>로 하나되다
애란씨를 비롯한 창간 멤버 여섯명이 처음 모두의 얼굴을 확인한 건 지난 3월초였다. 재미있는 일이 없나 찾아 헤매던 이들은 금방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2주 만에 16페이지 분량으로 창간준비호를 만들어냈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의 인터뷰도 싣고, 찬준씨가 진행하고 있는 발표 모임 소개글도 실었다. 대구에서 예정된 문화 행사 일정도 담고, 음악평론도 담았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만큼 담긴 내용도 정치에서부터 음악까지 다양했다. 이 다양함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지역문화였다.
중근씨는 “잡지가 다루는 주제를 한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책, 글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 나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기도 했다”며 <모디>의 태생적 잡식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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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디>를 만드는 '모디인'들이 창간준비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
중근씨의 말처럼 이들 각자가 <모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제각각이다. 애란씨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변에 너무 개성 있고,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소개되고, 알려질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며 함께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곧 그녀에게는 잡지의 소재이자 그녀가 말하는 지역문화의 일환이었다.
찬준씨는 “재미만 있으면 된다. 친구들에게 재미를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를 보고 친구들은 현실성이 없다며 정신 차리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는 “주변에 즐길 것, 볼 것, 할 것 정말 많은데, 너무 재미없게 사는 것 같다. 스물다섯까지 연극 한 번 안 본 친구, 영화도 거의 안 보는 친구를 보면 안타깝다”며 “그런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것들을 알려주면 그 다음부터 본인들이 알아서 찾아서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 걱정으로 삶의 재미와 여유를 잃은 친구들에게 재미와 여유를 찾아 주고 싶다.
희영씨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녀는 대학 1학년에 들어오면서부터 취업을 할 것인지,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방황 끝에 그녀는 스펙을 준비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학기 중간고사를 코앞에 둔 그녀에게 잡지 제작과 학업을 어떻게 병행할 거냐고 물었다. 그녀는 “학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려고 하는데 제가 거기에 매달린 순 없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디’있어서 <모디>는 탄생할 수 있었다. 중근씨는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다. 각자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며 앞으로도 <모디>가 이렇게 운영될 것임을 시사했다.
투표 독려 포스터는 “특정 계층에 투표 독려행위”
김부겸 의원 인터뷰 기사는 “전례가 없던 일”
창간준비호를 만들면서부터 재미있는 일을 겪기도 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발간되는 만큼 투표와 관련된 기사도 싣게 되었고, 투표를 독려하는 광고도 실었다. 이 과정에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을 인터뷰한 기사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제작한 선거 독려 포스터를 싣기 위해서 선관위에 문의를 했다. 오전 문의할 당시에는 문제될 것 없다고 했던 선관위가 오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포스터도 싣지 않고 김부겸 전 의원 인터뷰도 싣지 말 것을 요청했다.
중근씨는 “이유가 참 말도 안됐다. 포스터는 특정 계층에 투표를 독려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실을 수 없다는 것이었고, 김부겸 후보 인터뷰는 전례가 없다고 했다” 중근씨가 무슨 말이냐고 재차 묻자 선관위 관계자는 김부겸 후보 인터뷰 기사에 대해 “상대 후보의 인터뷰 기사와 함께 싣지 않은 전례는 없”고, “<모디>가 통상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배포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중근씨는 말도 안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는 상대측 후보가 문제시 할 수 있다는 선관위 관계자의 ‘경고’에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대답하고 그대로 기사를 내보냈다. 선거 독려 포스터는 선관위에서 제작한 공식 포스터가 아닌 자체적으로 제작한 포스터로 대체했다. 창간준비호가 발간되고 2주가 지났지만 선관위 관계자가 경고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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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관위에서 문제시한 김부겸 전 의원 인터뷰 기사와 선관위 공식 포스터 대신 들어간 포스터 | | |
“만드는 사람도 재미있고, 읽는 사람도 재밌는 잡지를 만들자”
<모디> 만들어가는 이들의 작은 바람이다. 일단 첫 번째 창간준비호는 만드는 사람은 재미있는 사건도 있었고, 읽는 사람도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역시 재정이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후원, 두 번째는 광고, 세 번째는 원고다. 5월 창간호를 준비 중인 이들은 창간호의 주제를 ‘축제’로 정하고 관련된 사진과 글을 모집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magazinemodi 또는 moid.tistory.com, 010-7477-3419(정중근)으로 연락하면 된다. 후원계좌는 신한은행 110-360-292947(성동현, <모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