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에 투입하는 예산을 '혈세 낭비'로 인식하고, 수익성을 강조한 대구시 메르스 환자의 병원 이동은 예견된 일이었다.
대구시는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대구의료원으로 격리 입원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료원에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다. 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다는 우려 속에 대구시는 대구의료원을 1차 격리 병원으로 지정했고, 확진 환자가 나오면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전문의가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김규학 대구시의원은 “다른 종합병원에서 꺼린다는 이유로 대구의료원을 메르스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것은 경제논리에 따른 잘못된 행정조치”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메르스 환자를 모두가 꺼리는 상황에서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이 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지정 격리병상 갖춘 대구의료원,
그동안 감염병 전문의 왜 없었을까?
2009년 전국이 ‘신종플루’를 겪은 후,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마련됐다. 대구의료원은 2011년 국비 18억 원을 지원받아 격리병상 43개를 갖추고 감염관리센터 문을 열었다. 격리병상 43개 중 5개 병상(2인실 2개, 1인실 1개)이 음압병상이다. 이후 감염관리팀을 꾸려 전담 간호사를 배치했다.
국가가 나서서 감염병 유행 막겠다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마련한지 5년, 대구의료원은 감염병 전문의가 없다.
유용곤 대구시 보건복지과 보건행정담당은 “5년, 10년에 한 번씩 유행하는 감염병 때문에 의사를 채용하고 인건비를 보장해주기란 쉽지 않다. 평상시에 감염질환 환자가 거의 없으니 수익이 당연히 낮다”며 “민간병원도 3차병원이 아닌 곳에서는 감염내과가 거의 없다. 의료원은 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으면 환자가 없는 감염내과를 평상시에 유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대구의료원은 현재 격리병상 시설유지비만 국비로 지원받고 있다. 이외에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지원은 없다. 감염병 환자에게 지원하는 격리수용 치료비가 매년 7천만 원씩 책정된다. 대구의료원의 역할은 감염병 환자를 ‘격리’하는데 까지다.
이태준 대구의료원 행정처장은 “3급 종합병원이 아닌 곳에서는 감염내과 전문의 역할이 한계가 있다. 연구기관인 대학병원은 내과에 모든 분과를 두지만 우리는 모든 분과를 둘 수 없다”며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들이 검사를 받는 동안 격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태가 악화될 것을 전제한다면 경북대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백신 없는 메르스는 대증요법으로 치료,
내과 전문의 누구나 가능한데 경북대병원으로 옮긴 이유
메르스는 아직 백신이 없다. 이런 경우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투여하고, 복통이 생기면 진통제를 투여하는 식으로 증상에 따라 항생제를 투여하는 방법이다. 감기 치료법이 대표적인 대증요법이다.
이태준 행정처장은 “내과 선생님들이 그동안 항생제를 투여하는 대증요법 치료 지시를 내렸다. 메르스 환자라고 해서 꼭 감염내과 전문의만 치료 가능한 건 아니다”며 “이번 확진자는 3차 병원에서만 가능한 치료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경북대병원으로 후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는 17일 오전 갑자기 폐렴 증세가 나타났다. 그동안 메르스 확진자가 폐렴 증세를 보인 후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있었다. 폐가 산소를 흡입할 수 있는 능력이 악화되면 인공산소호흡기만으로 호흡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폐 기능을 도와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 행정처장은 “대구의료원에 인공산소호흡기는 있지만, 에크모 장비가 없다. 몸 안에 혈액을 빼내서 신성한 산소를 주입할 수 있는 장비다. 만약 환자 상태가 악화된 뒤 옮기면 이미 늦어버린다”고 말했다.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화장치)란 환자의 혈액을 밖으로 빼내 신성한 산소를 주입한 뒤 다시 몸 안으로 흐르게 하는 장비다. 현재 전국 메르스 확진자 중 4명이 에크모 치료를 받고 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전문의가 “경대병원은 3차병원으로써 질환 치료 경험이 많다. 3차병원 수준에 맞는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던 것처럼 1차, 2차, 3차 병원으로 나누어져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1차 병원과 2차 병원의 치료 한계는 뚜렷하다.
이에 병원 노동조합과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상급종합병원급의 국가지정 격리병동운영과 공공병원 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보건의료노조는 “메르스 환자가 확산되면서 지역거점 공공병원의로서 지방의료원 역할이 대두되고 있지만 지방의료원은 그동안 정부의 지원 부족, 예산 부족 등으로 메르스를 비롯한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를 전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며 “그만큼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취약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유일 공공병원, 대구시 출연기관인 대구의료원
“자생 경영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대구시
메르스 확진자 병원 이동 사태로 ‘전문의도 없는 병원에 환자를 보냈느냐’는 질타를 받은 대구시는 대구의료원에 감염내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예산이 부족해도 지역민을 위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유일의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은 지자체와 국가의 지원으로 민간병원에서 꺼리는 소위 ‘돈이 안 되는 치료’를 도맡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치료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꼭 필요한 치료다.
대구의료원은 보호자 없는 병동 운영, 노숙인 등 행여환자 치료 지원, 미등록 외국인 치료 지원 등을 공공의료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사업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대구시에 예산을 지원받는다.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는 지난해 수탁진료사업인 보호자 없는 병동 운영, 행여환자 치료 지원에 6억 원, 공공보건사업인 알콜 중독자 치료 사업에 7천만 원, 미등록 외국인 치료 지원 사업에 4억 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시설장비보강 지원금 13억 원, 대구시 출연금 17억5천만 원을 합치면 총 29억2천여만 원이다.
올해는 수탁진료사업에 6억 8천만 원, 공공보건사업에 7천만 원, 미등록 외국인 치료 지원 사업에 4억2천만 원에 특수건강검진 9억 원이 더해진다. 시설장비보강 지원금 36억 원, 대구시 출연금은 7억1천만 원으로 총 지원금은 63억8천여만 원이다.
유용곤 보건행정담당은 “사업별로 보건복지부와 시가 7:3 정도 비율로 나눠 예산을 지원한다. 올해 지원액이 늘어난 이유는 환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시민 혈세를 무조건 퍼줄 수는 없기 때문에 시에서 지원하는 재정이 약하다. 대구의료원은 병원 내에서 서비스, 시설 질을 높여서 수익을 창출하는 자생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의료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혈세 낭비일까. 공공병원 지원을 두려워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의료 정책은 결국 공공병원의 전문인력 부족, 전문장비 부족 등의 결과를 낳았다.
이태준 대구의료원 행정처장은 “전국에 지방의료원 33개가 같은 기준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우리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공공의료 사업 수행에 관한 예산만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고, 별도의 인건비나 경상보조금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