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인근에 핵발전소가 있다!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기획·특집
뉴스관리툴 2015년03월11일 09시35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우리 집 인근에 핵발전소가 있다!
[핵,노답]탈핵, 해당 지역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newsmin@newsmin.co.kr

촌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는 애 엄마의 바람에 이끌려 두 아이를 데리고 전국의 귀농·귀촌지를 찾아 헤매다가, 8년 전 고창으로 귀농·귀촌했다. 고창에서 살면서 두 아이를 더 낳았다. 고창은 나와 애 엄마, 두 아이의 고향은 아니지만, 셋째, 넷째의 고향이 되었고, 마을과 인근에 이웃들이 생기면서 어느 듯 일 년에 한 두 차례 다녀오는 고향보다 더 익숙한 곳이 되었다.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와 영광핵발전소

나름 환경·생태문제에 대해 관심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뒤이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이하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를 접하면서 너무나도 놀랐고, 무서웠고, 부끄러웠다. 당시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집과 차량들이 나뭇잎처럼 떠다니던 장면과 미처 높은 곳으로 피난하지 못한 주민들을 집어삼키는 그 모습을, 국내 많은 사람들처럼 언론 등을 통해 생생히 접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일본 관동지역 동부해안의 광범위한 지역이 쓰나미 피해를 받았지만, 3월 12일~15일경 후쿠시마핵발전소의 멜트다운(노심용융), 수소폭발에 이은 방사능 확산으로 후쿠시마핵발전소 반경 20~30km 지역 전체에 대피령이 떨어지고 출입금지 구역이 되면서, 인근지역 주민 10~20만 명은 2~3만 명 이상의 주검(지진·쓰나미 피해자)을 수습조차 못한 채 피난민이 되어 지금까지 떠다니고 있다. 일본 정부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향후 적어도 20~30년 길게는 몇 백 년 이상, 이곳(후쿠시마핵발전소 반경 20~30km 구역)은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말 놀랍고 무서운 상황이 벌어졌고, 이런 상황에 무지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지진과 쓰나미는 자연의 섭리라 어쩔 도리가 없고, 또 지나가고 나면 이웃들과 함께 수습하고 재건하여 다시 살아갈 수 있지만, 핵발전소로 인한 방사능오염피해는 그러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방사능오염피해는 반감기(방사능 영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 반감기가 10번 정도 지나야 생명체에 무해(無害)하다고 한다)가 짧은 것(요오드 131, 133)은 몇 시간, 긴 것(플루토늄 239, 240 등)은 몇 만 년 간 지속된다고 한다. 후쿠시마핵발전소에서 가장 많은 양이 쏟아져 나온 방사성 물질로는 요오드131, 134와 세슘 134, 137 등이 있는데, 세슘 137의 반감기는 30년으로 그 반감기가 10번 지나면 3백년이다. 채 100년도 되지 않는 우리 인간의 삶으로서는,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일본정부는 제염(방사능 오염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이는 생활공간 인근 표토(表土) 몇 센티미터를 걷어내는 정도다. 산·들·하천·논·밭 등 온 사방 천지에 흩뿌려진 방사능물질을 어떻게 제염작업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게다가, 걷어낸 오염 표토 역시 걷어내기만 할 뿐, 어디 둘 곳이 없다. 단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 모아둘 뿐, 방사능은 없어지지 않고 그곳에서 계속 뿜어져 나오는데, 어느 지역에서 흔쾌히 받아주겠는가.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를 지켜보며,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갖고, 관련 자료와 책 등을 찾아보았고, 국내 핵발전소 현황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웃 영광에 있다는 핵발전소도 찾아가보았다. 이럴수가! 영광핵발전소(지금의 한빛원전)는 영광-고창의 경계(또한 전남-전북의 경계), 고창군 상하면 끝에서 채 1~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1~2기도 아니고 6기나 서있었다. 말이 영광이지, 이건 영광-고창핵발전소다. 인터넷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아산면 반암리와 거리를 재어보니, 직선거리 약 18km다. 고창군은 정읍방면의 성내면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반경 30km 이내였다.
 
1986년 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7등급 사고), 2011년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7등급 사고) 당시 반경 20~30km 이내는 대피령이 떨어지고, 출입 금지된 지역이다. 또 사고 당시 방사성물질 확산경로는 바람방향에 따라 지역별 차이가 나타났는데, 이이다테무라(무라는 동·면에 해당, 약 6천명)는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시 40~50km 이상 떨어진 지역이었지만, 결국 민간전문가들의 지적을 수용해 정부가 대피령을 내린 곳 중 한곳이다.
 
영광핵발전소와 고창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영광-고창핵발전소를 새삼 의식하게 되었다. 1945년 핵폭탄 개발 이후, 1953년 ‘핵의 평화적 이용’ 선언과 1954년 소련에서 첫 상업발전을 시작된 이래, 60년의 핵발전 역사에서 재앙적인 핵발전소 사고는 미국, 구소련, 일본과 같은 핵발전 선진국에서 10~20년 단위로 반복해서 일어났다. 그 원인도, 작업자 단순 실수, 과학자 실험, 자연재해 등 각각이다. 과연 현재 24기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 우리나라는, 이런 사고에서 예외일 수 있을까.
 

▲국내 핵발전소 현황(2013년 기준,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신월성 2호기 시험가동으로 2015년 현재 24기가 운행 중이다.


후쿠시마제1핵발전소는 비등수로형 경수로(BWR) 6기, 영광핵발전소는 가압수로형 경수로(PWR) 6기, 하지만 BWR, PWR 어느 쪽도 사고는 일어났고, 일어날 수 있다1). 30~40년 된 후쿠시마 1~6호기와 10~30년 된 영광 1~6호기이지만, 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 쓰리마일 핵발전소는 가동한 지 채 1년을 전후한 것들이었다. 핵발전소는 핵반응로의 형태는 물론, 새 것, 헌 것을 가리지 않고, 또 제 각각의 이유로 사고를 일으켜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광-고창핵발전소 현황


영광-고창핵발전소는 1986년 1호기의 첫 임계(=핵분열) 이후, 6호기가 2002년에 첫 가동을 시작했으니, 설계수명 40년을 고려했을 때 우리지역에서 향후 최소 2042년까지는 운영될 것이다4). 게다가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영광-고창핵발전소 각 호기 격납건물 수조 내에 임시 저장중인데, 중간처분장(혹은 최종처분장)을 별도로 다른 지역에 건설하지 않는 이상, 영광-고창핵발전소가 바로 그 처분장이 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가 연일 뿜어내는 수천도의 잔열(殘熱)을 식히는데도 최소 10~20년이 걸리고, 그 자체로서 고준위 핵폐기물인 핵반응로 등의 폐로 과정은 몇 십 년이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사용후핵연료가 뿜어내는 방사능으로 인한 영향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십만 년에 걸쳐 계속된다.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자손대대 그 영향과 피해는 계속되는 것이다.
 
게다가, 핵발전소는 사고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온배수로 인한 어업피해, 방사능 건강영향·피해 등을 일으킨다. 영광-고창핵발전소는 정상가동 중 고창방면으로 초당 300톤의 온배수(溫排水)를 뿜어내는데, 바닷물보다 6~7도 이상 높은 온배수가 주변 해양생태계를 끊임없이 교란시키고 있고, 바다와 갯벌을 생활·생계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그 어업영향과 피해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조사를 요구하며, 법적 소송 등을 반복하고 있다.
 
방사능 건강영향·피해도 심각하다. 핵발전소는 일상적으로 미량이지만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방사능(인공핵종)을 누출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영광핵발전소 ‘무뇌아 출산’이 계기가 되어 정부 측에서 100억 이상을 들여 서울대에 의뢰하여 약 20년간 연구·조사한 결과가 지난 2011년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 안윤옥 등, 2011.2)’와 관련 ‘주민설명회(2011. 12. 12. 서울 라마단호텔)’를 통해 드러났다. 이 연구와 관계를 맺었던 주영수 교수(한림대) 등은 ‘원전과 직업환경보건-원전주변 지역주민 및 원전종사자 건강문제를 중심으로(2012. 5. 11 한림대성심병원 주영수, 하미나·김익중·백도명 등)’ 등을 통해 이 연구결과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핵발전소 주변지역(5km)은 대조(=비교)지역에 비해 주민들의 암발병률이 갑상선 암의 경우 150%(여성, 30km까지는 1.8배 높음)5), 유방암 50%(여성), 위암 30%(남성), 간암 40%(남성)가 높다6). 한수원 등은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암발병률과 핵발전소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주영수 교수 등은 핵발전소로 인한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고, 지역주민들의 건강피해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12년 부산 기장 인근(7~8km반경)에 살고 있는 균도아빠(이진섭)는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본인은 대장암, 부인은 갑상선암, 장모는 위암, 아들은 발달장애였다. 작년 10월 17일 부산동부지원은 "최근의 연구 결과는, 다른 암과 달리 부인의 갑상선암은 핵발전소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손해배상 개념의 위로금으로 1500만원을 지불하라. 만약 상관관계가 없다면, 한수원이 입증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핵발전소 주변 지역 대책위 등이 연대하여 '갑상선암 공동소송인단'을 모집했고, 작년 11월말 1차 접수에서 300명, 올 1월말 2차 접수에서 248명이 참여했다. 우리 고창에서는 1월 초 14개 읍면에 현수막을 붙이고, 또 1월말 담당 변호사를 초청해 '영광핵발전소, 갑상선암 공동소송 고창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실상 우리로는 1차 접수였는데, 갑상선암에 걸린 46명의 지역주민들이 공동소소인단으로 참여했다. 뒤늦게 언론 보도 등을 접한 지역주민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조만간 2차 접수를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혹시 사고라도 나면 고창·부안·정읍은 상상할 수 없는 피해지역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이라 대체적으로 북서 중국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지만, 1년 중 150~200일 가량 특히 여름철은 남동풍이 불어 온다7). 영광핵발전소에서 남동풍 바람방향인 고창, 부안, 정읍, 김제, 군산, 익산, 전주 등은 큰 산맥이 없는 개활지(開闊地)라, 후쿠시마 오염지도처럼 그 영향과 피해는 직접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지도(출처, 탈핵신문, 2012년)

 
바로 이런 잠재적 재앙시설, 생업·생활·건강의 위협시설이 우리들의 삶의 터전에 이웃하고 있다. 앞서의 핵발전소 사고 사례를 참고했을 때, 이런 정도의 거리라고 한다면 바로 우리 삶의 터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 세대는 물론 자손대대로까지 대물림하면서 말이다.
 
이런 정도에서 결론을 말하고 싶다. 고창, 부안, 정읍 등 전북지역주민의 생명과 안전, 삶의 터전을 뿌리에서부터 위협하는 영광-고창핵발전소를, 사고가 나기 전에 당사자인 우리가 멈춰 세워야 한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핵발전소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떨어져있고,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자기문제로 여기지 않는 대다수 수도권 주민들에게 앞장서달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영광·광주·전남 주민들과 부산·울산·경남(고리 및 신고리핵발전소 6기), 대구·경북(경주월성 및 울진핵발전소 11기) 주민들이 연대하고, 뜻을 같이하는 수도권 일부 시민들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역정치권에게 촉구하자. 영광-고창핵발전소를 비롯해 국내 모든 핵발전소를 ‘조속하고 안전하게 폐쇄하라’고.

 이 이야기는 필자인 ‘나의 주장’이다. 핵발전소 주변에 거주하며 실존을 위협받는 지역민들이, ‘당사자로서’ 한국사회 탈핵과 영광-고창핵발전소의 안전하고 조속한 폐쇄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을 강구하며 함께 싸워가자’.



---------------
1) 1979년 미국 쓰리마일핵발전소 사고(5등급)시 핵반응로(=원자로)의 형태는 가압경수로(PWR)였다. 참고로, 체르노빌핵발전소 핵반응로는 흑연감속로였다.
2) 보통의 경우 상업운전 시작 6개월 전부터 시험운전을 위한 임계(=핵분열)를 시작하니, 설계수명 시작시점은 첫 임계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2014년 5월 8일 현재, 총 158건
4) 고리1호기 사례처럼, 정부와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는 보통의 경우 설계수명보다 10~20년 더 연장(=수명연장)해 운영하려 한다. 그럴 경우 2052~2062년까지도 함께해야 할지 모른다.
5) 31km라고 해서 갑자기 그 발병률이 1.0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6) 프랑스 핵발전소 주변 어린이 백혈병 발생률이 여타지역에 비해 2배 이상이라는 조사도 보도된 바 있다(프레시안, 2012. 1. 12).
7) 기상청 등에 자료와 의견 등을 확인한 부분이다. 하지만 바람방향이라는 것이 어찌 고정되어 있겠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집 인근에 핵발전소가 있다!'는 부안 지역 잡지 <부안이야기> 2014년 여름호에 수록된 글을 수정한 글입니다.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newsmin@newsmin.co.kr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대구 간판장이, 탈핵을 외치다
3.11 지진피해・원전사고로부터 4년, 핵 피해 없는 일본을 기원하며
발달장애인 부모가 원전, 한수원과 싸우는 까닭
후쿠시마의 참사 후 4년, "핵, 노답"
[인포그래픽] 한국 핵발전소 사고, 어디까지 가봤니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기획·특집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12663676  입력
다음기사 : 발달장애인 부모가 원전, 한수원과 싸우는 까닭 (2015-03-11 11:10:00)
이전기사 : 후쿠시마의 참사 후 4년, "핵, 노답" (2015-03-11 09:30:00)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