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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4년12월02일 14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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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저개발의 추억] ④ 국가와 자본에 저항하는 코뮌을 꿈꾸며
쪼그라든 한국의 농촌을 생각하면 캄보디아가 겹쳐 보인다

이득재 기자 baxtin@daum.net

수없는 내전을 겪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저버렸던 나라, 캄보디아. 전쟁으로 내일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몰라 수중에 돈이 생기면 다 써버린 나라. 저축은 언감생심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금융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 있는 것이라곤 건기와 우기를 겪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이모작, 풍부한 수자원, 공장이 거의 없어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공기.
 
캄보디아라는 나라의 저개발에 환상을 품을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그 환상이 깨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국내 제조업 생산기지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이전한 지금의 시간이 지나면 캄보디아도 그 뒤를 쫓아갈 것이다. 캄보디아 길거리 간판에 벌써 ‘삼성’이란 글자가 보이고 앙코르 와트 지역에도 삼성의 투자 얘기가 들린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맞서 중국이 주도하는 RECP(역내 포괄자 경제동반자협정)에 라오스, 미얀마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캄보디아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등 싸움에 말려든 나라일 뿐이다. 물론 캄보디아가 한미 FTA, 한중 FTA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거대한 장기판에 본격적으로 말려들어 간 한국과는 처지가 다르다. 그러나 현재의 독재체제로는 십 년, 이십 년 후 캄보디아는 저개발의 환상을 깨고 자본주의 안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고 말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군사적 침략 이후 경제적 침략의 모습을 하고 나타날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괴물은 이윤이 있는 곳이면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얼굴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안타까운 것은 그 때문이다. 구소련처럼 막대한 농촌지역을 가진 나라, 전쟁을 겪은 구소련 사람들처럼 언제 죽을지 몰라 저축은 꿈도 꿔보지 못한 나라 캄보디아가 1918년 전 농촌 지역의 98.5%와 모든 코뮌이 파괴된 구소련의 전철을 밟아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오늘날 러시아가 거의 모든 제조업 제품을 서구에서 수입해 소비하는 처지가 된 것은 철두철미 농촌의 파괴 때문이었다.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될 때 이러한 수입으로 인해 구소련이 진 빚은 510조 달러에 이른다. 오늘날 1억 4천만 인구 중에서 단 111명이 국가의 부의 35%를 싹쓸이하고 있는 뿌찐의 독재국가 러시아에 희망이 사라진 것은 과거의 그 업 탓이 크다.

32만 농가구로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한국의 농촌을 생각하면 캄보디아가 겹쳐 보인다. 농촌이 해체된 한국 사회와 해체 준비를 하는 캄보디아를 겹쳐 보면서 농업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크메르 루주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농업 국가의 진실은 무엇일까? 킬링필드의 음모를 넘어서 폴 포트 정권이 계획했던 농업국가의 건설이 이루어졌다면 캄보디아의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마르크스가 “러시아혁명을 구하자면 코뮌을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던 말이 생각난다. 전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철저하게 붕괴한 구소련은 혁명도 완수하지 못했다. 저개발의 추억은 환상일 수 있지만 이상적인 농업 국가가 코뮌 국가로 전환될 수 있다면 그것은 환상이 아니다. 폴 포트 정권에게는 이러한 구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도 미나리보다 줄기가 굵어 입감이 좋고 향도 더 강한 캄보디아산 미나리를 먹으며 든 생각은 중국 제조업발 쓰나미에 휩쓸려 내려갈 한국 사회의 암담한 미래다. 한중 FTA에서 초민감 품목인 쌀, 고추, 마늘, 양파 등 581개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하지만 중국 등과의 각종 FTA로 인한 농촌의 급속한 붕괴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농촌이 자본주의 국가 간의 유혈경쟁으로 인해 캄보디아의 농촌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캄보디아의 현실은 자본주의가 그렇듯이 미구에 필연적으로 한국 사회처럼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농촌을 국가와 자본에 저항하는 코뮌으로 전환해 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캄보디아에서 느낄 수는 없을까? 경찰과 군인 같은 소수 특정세력이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캄보디아나 소수 특정 세력들이 국가와 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무작정 캄보디아의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무의미하다. 삼평리 투쟁이나 밀양 투쟁에서 보듯이 국가와 맞서 싸우는 것 또한, 코뮌으로의 전환이라는 말처럼 쉽지 않다. 자본주의 위기와 더불어 공장을 폐업하고 땅 투기로 배를 불리려고 하는 스타케미칼처럼 자본과의 싸움 또한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이 두고 있는 거대한 장기판 안에서, 그리고 소수 특정 계급들이 국가와 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어떤 프로젝트를 갖고 코뮌을 건설할 것인가? 이것마저 저개발의 환상만큼이나 정말로 불가능한 꿈이자 또 다른 환상일 뿐인가?

이득재 기자 baxti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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