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번 글들에서 살펴본 pride, grade와 마찬가지로 /R/이라는 음운요소가 모음적 성질로 실현된 경우, 즉 이 ‘R’이 자음과 결합하여 하나의 음절을 이루고 있는 어휘를 관찰해보고자 한다. {일치, 화합}의 뜻인 <agree>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agree 합치하다■일치[부합]하다■조화하다■맞다, (그림 따위가) 비슷하다■일치[호응]하다.
마음(의견)이 맞다■사이가 좋다, (계정 따위)를 일치시키다■동의(승낙)하다■합의하다.
concord 일치․호응; (사물간의) 화합․조화, 협조․친선․협약.
글상자에서의 ★표한 ⑴은 자립적 모음 앞에 일반적으로 연구개음(g․k)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이 책의 기본 음운이론을 적용함인데, ㉰㉱㉲와 같은 어휘대응을 추정할 수 있음도 이 ⑴에 기초하고 있다.
재구성 ⑴에서의 제1음절 <ka->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음변화(전향화)를 적용한 ⑵줄에 근거해 {합치•일치•조화}의 뜻인 <agree>의 의미적 원천을 ㉱㉲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어진다.
약속■약조의 증표로 새끼손가락을 서로 꼬는(거는) 오랜 관습에서 유추하건대, 천이나 새끼줄 따위를 꼬아 묶는 행위는 부족간이나 사인(私人)간의 어떤 약속․약조의 뜻, 즉 쌍방의 의견이 서로 {일치, 부합, 조화 ‘agree’}를 이루었다는 표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몽고의 ‘오보(Ovo)/어워’나 우리네 성황 나무에 묶는 천들도 나의 소망이 신(神)의 뜻과 {일치, 부합 ‘agree’} 하기를 바라는 일, 곧 신께서 나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약속․약조’하셨다는 심리적 위안과 투사에 해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꼬다(엮다)’가 ‘약속․약조’의 징표로 통하였을 것임은 “약속(거래)의 뜻으로 나뭇가지를 꺾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stipular>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러한 문화사적 흔적을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agree> a + gr - ee '마음(의견)이 맞다■사이가 좋다■일치'
* (sh)a + gr -(y)e = [새] ‘풀’ + 꼬아 ㉲
* (sh)a + (w)r -(g)e = [새] ‘풀’ + 엮어, 옭아 ㉱
이 ㉱㉲는 <organize><concord><accrete>로부터도 증빙을 구할 수 있다. 즉, 이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일치■조화■융합■조직■편성}이라는 추상적 어의들은 지난 글에서 보았듯이 {짜다. 꿰매다. 엮다. 얽다. 끈}이라는 물상적(物像的) 내용으로부터 유래하였던 것이므로, 이 단어들의 뜻과 대동소이한 {합치■일치■부합■조화■호응}의 <agree> 역시 그러한 물상적 기초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인지 저것인지 헷갈리다’라는 뜻으로 쓰는 ㉯의 <아리까리>는 ‘agree’의 {(그림 따위가) 비슷하다}라는 뜻에서 유추하건대, 어떤 무엇이 서로 비슷하게 생겨 각각의 분간이 잘 안 된다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는 제1음절 ‘a’를 원형적 전동성(r)으로 재구성함이다!
㉠㉠’은 {동일한■같은}의 뜻으로 쓰는 독립어사 ‘a’를 참고하여 나타내어 본 것이다.
※ a, an = 「of a- 형태로」 동일한, 같은.
<agree> a (같이․같은) + gr - ee <꼬아~>, <갈래>
. . . .
arrest [ərést] 체포[구속]하다, 막다■저지(沮止)하다■억제하다, (사람 눈․주의 등을) 끌다.
체포․구류․억류․정지․저지.
이 <arrest>도 이번 장의 어휘 주제인 ≪엮다(엮어)≫라는 어형과 밀접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즉 ㉡과 같이 분절하고, ①줄에 적었다시피, 뒷부분의 /s/가 기저음 /k/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상정함으로써 ①줄의 <엮다>를 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체포■구속하다}의 ‘arrest’는 이러한 맥락에서 ㉳의 의미결합인 것이다.
이 ①줄의 <엮다>와 의미적으로 상통하는 것이 ②줄의 ‘잇다’ 및 방언형 ③이다.
이번 장 서두의 글상자에서 ‘agree’의 최초원형으로 상정한 ⑴의 재구성으로부터 ‘화목․친교’의 뜻인 아래 ㉴ 및 ㉴’줄의 어휘를 추정해볼 수 있는지 모른다.
굳이 한자로 적으려다 보니 3음절어보다는 4음절어가 편한 듯해 ‘애’라는 음절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본령은 ㉴’의 <‘화기(和氣)’~해>일지도 모르겠다.
뜻: '마음(의견)이 맞다■사이가 좋다'
<agree> ←/ * a + gr -(y)e ←/ * a + gr -(g)e
(k)a + gr -(g)e ⑴
↳ (h)a + gr - e ㉴ <‘화기애’애>? (화목)
↳ (h)a + gr -(h)e ㉴’ <‘화기(和氣)’~해>
㉵ ↳ (sh)a + gr -e <사귀어~>, <사교(社交)>
{사이가 좋다}라는 뜻을 참고하면 ㉵줄의 어휘도 ‘agree’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이 맞다}라는 뜻에서는 다음의 ㉶㉷줄도 어휘대응으로 고려될 수 있지 않은가 싶다.
㉶는 앞부분 두(2) 음절이 폐음절 <짝>으로 되면서 여분으로 남게 된 뒷부분이 현대 한국어에서 주격조사 혹은 차이 보조사로 규정하는 <~이>로 됨을 보인 것이다. 유라시아 공동조어시대로부터 근•현대 한국어로 오면서 이러한 문법화가 일반화되었다고 추론하기에 굳이 드러내어 적게 되었다.
이처럼 폐음절화를 동반한 ㉶와는 달리 본래의 개음절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줄의 <쩌귀>라고 생각된다.
‘돌-쩌귀’라는 것은 문짝을 문설주[문기둥]에 달아 회전식으로 열고 닫기 위한 암수 한 쌍의 쇠붙이, 혹은 문을 회전식으로 여닫기 위해, 문짝의 측면 아래위로 돌출된 회전축[숫놈]을 깎아 만든 다음 그것을 문틀에 뚫어놓은 구멍[암놈]에 짝지어 넣은 것을 가리킨다. 암수 한 쌍의 ‘짝’으로 이루어진 물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