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물 제7편에서는 <
pride> 및 <
grade>라는 현대영어를 아래 글상자 안의 내용과 같이 소개한 적이 있다.
오늘은, 이 단어들과 마찬가지로 /r/ 뒤에 본디 존재하고 있다가 탈락(소멸)한 연구개음을 복원(재구성)해 살펴봄으로써 다양한 국적(國籍) 언어들이 상고시대에는 본래 동일한 언어였음을 알 수 있는 다른 어휘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
그것은 아래 ①②줄로 적은 ‘나무’ 관련의 단어들이다.
영어 <tree> 및 드라비다어 <tūru>는, 한국어 고어라든가 영어 변천사 등에 나타난 /r, l/ 뒤에서의 연구개음탈락(소멸)이란 음운현상을 적용하면 ㉯㉯’줄의 ≪tr-(k)ee≫와 ≪tūr-(k)u≫ 형태로 재구성해볼 수 있다.
이 두 단어는 이러한 재구성 없이 관찰하면 현대 한국어 “막대”라고 할 때의 <-대>와 상통하고, 이처럼 연구개음재구성 형태로 관찰하면 ㉯줄의 <떨기>나 ㉰줄의 <-대기>와 기원적으로 같은 말임을 알 수 있다.
현대 한국어 ‘떨기’는 아래 예문에서 보듯 대체로 키가 자그마한 나무에만 쓰이는 경향이 있고 키가 큰 나무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 한 떨기 동백나무
◯ 동백 한 떨기
◯ 장미 한 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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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플러. 이처럼 키가 큰 나무에는 ‘떨기’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 | |
위 ①줄의 영어 <tree>와 어형이 거의 동일하면서 이처럼 /r/ 뒤에서 연구개음이 탈락(소멸)했다고 추론하여 살필 수 있는 어휘로는 {셋, 3, 3개, 3인, 3시, 3세} 등의 뜻을 가진 <three>라는 단어가 있다.
④줄의 방언형 <서히>는 사람 수나 물건 등을 셀 때 “하나, 둘, 서히(서이), 너히(너이)......”와 같이 말해지는데, 재구성 ③줄에서의 제2음절 연구개음이 기식음(h)으로 바뀐 경우라 하겠다.
이 방언형들의 음운적 내용(음실현)에 관해 정확히 말하면, 다음에 보인 것처럼, 표준어 <세->/<네->라는 축약단모음적 음절이 나타나기 직전 단계의 개음절 형태, 즉 2음절형태로서의 선대형(先代型)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음운적 맥락에서도 ‘three’를 ③의 ≪thr -(k)ee≫와 같이 소급재구성함에 대한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③줄에 나타낸바, /r/ 뒤에서의 이러한 연구개음 탈락을 참고하면, 앞서 ①로 제시한 영어 단어 <tree>의 대응어휘로서의 ‘나무’ 관련어 <-대> 및 <-대기>가 본디 같은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발생한 음운상에서의 변화원리를 이해하고 보면 동서양의 다수 언어들이 기원적으로 동일한 것임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저 몇 개의 말들이 동일한 것처럼 보이는 그런 우연한 현상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래에 나열한 어휘사례들도 본래는 /r/ 뒤에 연구개음이 존재한 경우로 추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