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큰 붓에 녹색 물감을 듬뿍 묻혀 짓궂게 털털 흩뿌린 듯하다. 얼마 전까지 메말라 바싹 앙상하던 가지들이 이만큼이나 무겁게 무성해진 것이, 여름 볕 아래 점점 가볍고 짧아지는 너와 나의 옷차림이 우습도록 저치들은 되려 겹겹이 두꺼이 잘 껴입고 볕 잘 드는 그곳에 촘촘히 자리 잡았더라.
여름은 속삭이기엔 그리 좋은 계절은 아닌 것이, 너의 귓가로 다가가려는 나를 막아서는 것은 부끄러움이나 쑥스러움이 아닌 후덥한 공기 가득한 공간. 대신 멀리서 너에게 손부채질을 해 주며 그렇게나마 작은 바람을 만들어 꺼내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담아 보내본다. 영 미덥지 못한 내 손바람이 아쉬워서 일까 잠시 옅게 흐른 시원한 바람이 나의 수고를 덜어준다. 나에게서 너에게까지. 오랜만의 바람이 반가워서였을까. 내 바람이 닿았기 때문일까.
찌릿한 햇살 아래서 짜증대신 번지는 너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