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제7편에서는 한국어 <귀>와 현대영어 <ear>의 기원적 동일성을 설명하는 가운데, 사람의 얼굴에 달린 ‘귀’가 지닌 그 둥근 형태성이 태양의 둥근 형상과 맞닿아 있음으로써 <귀>라는 그 언어적 기원이 태양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언뜻 암시한바 있다.
이 번 제8편에서는 그처럼 ‘태양’으로부터 상당수의 어휘들이 마치 빅뱅(big bang)이 일어나듯 복잡다기하게 산출되었을 것이라는 관점을 적용해 한국어, 영어, 드라비다어의 밀접한 관련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다음의 글 상자 안에 소개한 드라비다어 <uri>는 필자의 주된 어휘비교 원리인 연구개음을 재구성하여 살피면 ㉮줄에 적은 몇 가지 한국어들과 동일기원어 관계임을 추정할 수 있다. 특히 {타다}라는 뜻과 관련해서는 “구리-빛-으로 탄 얼굴이 강인한 느낌을 주고 있다!”와 같은 표현을 통해 그 어휘적(음운적) 동일성이 명백히 드러남을 주목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줄의 어휘들도 <uri>의 뜻인 {타다}의 ‘불’이 가진 성질과 매우 깊은 관련에 있는 어휘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운 맛을 표현한 한국어 <아리->/<우리-> 등은 불에 데었을 때의 쓰리고 따가운 느낌을 표현한 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다른 장(章)들에서 논지를 편 바가 있다.
의미적으로 이러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영어단어 <parch> 및 이와 기원적 동일성의 관계에 있다고 여겨지는 한국어 <볶아~>를 살펴보기로 한다.
10만 단어 이상의 동서양 언어를 비교해 본 필자의 음운관에 의하면, ①줄에 적은 한국어 <볶아~>/<볶여->는, [볶]과 같은 폐음절 현대어로 되기 이전의 본래의 개음절 결합 형태로서는 <*
> 혹은 <*
>였다. 그러던 것이 제2음절 [
] 혹은 [
]에 결합된 모음성질이 약화됨에 따라 제2음절 자음성분 /
k/가 앞의 제1음절로 옮겨오면서 제1음절이 폐음절로 되어 현대어 <
볶아~>/<
볶여-> 등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
> 혹은 <*
>의 제2음절 자음성분 /
k/가 구강(口腔) 내에서의 앞쪽 이동 즉 전향화를 입어 ‘ㅊ’인 [tʃ] 곧 ‘
ch’로 바뀔 수 있음을 또한 상정할 수 있다 하겠는데, 바로 이러한 제2음절 /
k/의 변화로 나타난 어형이 {
볶다, 굽다․태우다․그을리다}의 현대 영어 <
parch>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이 그림은 예전에 시골 5일장 같은데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쌀/보리 및 옥수수(강냉이)/콩과 같은 곡식을 튀기는 기계를 대강 비슷하게 그린 것이다. 요즈음에도 재래시장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는 이것은 솥 안에 곡식을 넣은 다음 그 밑동에다 장작불 따위를 계속 피워 뜨겁게 달군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뻥이야!”하고 외치면서 솥-두껑을 일시에 열어 압력 차이를 이용한 그 폭발력으로 곡식을 튀기게 된다.
이 튀기는 기계뿐만 아니라 참깨나 들깨 따위와 같은 곡식을 ‘볶는’ 일에는 불 즉 열(熱)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데, 그 점에서 <볶-다>는 ‘불’ 관련어이고 더 원천적으로는 ‘태양’ 관련어일 수밖에 없다!
‘태양’ 관련어로서의 <*
> 혹은 <*
>가 태양이 지닌 그 둥근 모양의 형태어로 나타난 것이 <
바퀴(wheel)>일 것이다.
천구(天球)로서의 ‘태양’과 그것이 지닌 둥근 원형적 요소가 형태어로 나타난 <바퀴>와의 어휘적 관련성은 다음에 소개한 {태양}의 뜻인 드라비다어 <vera>를 통해서도 보다 더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②줄의 <바꿔~>는 다른 글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매일같이 뜨고 지고를 되풀이하는 태양의 그러한 반복과 순환성(cycle)을 표현하게 된 어휘라고 보면 된다. 지난 글들에서 한국어 <바꿔(바꾸어, 바뀌어)>와의 대응으로 추정한 영어 <vary>라든가 <buy>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이와 같이 ‘태양’을 원초적 기원으로 하여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수많은 말들이 만들어졌다고 보면 아래의 ③④⑤등도 {태양}의 뜻인 드라비다어 <vera>와 동일 기원어가 아닐 수 없다.
이 어휘들 가운데 ③④⑥⑦은 태양의 시각적 성질을 표현하고 있으며 ⑤는 태양의 ‘따듯함’이란 특성을 표현한 어휘가 되겠다.
⑧줄의 <(전을-)
부쳐>는 태양을 어휘적 근원으로 한 ‘
불’의 성질과 관련된 어휘로 추정할 수 있으니, 이러한 문맥에서 {
태양}의 <
vera>는 다시 아래의 ⑨로 나타낸 <
볶아~>와 동일기원어일 것으로도 추정하게 된다.
바로 이 ⑨의 추론은 이 번 장의 주제어인 영어 <parch>의 음운 추론과 만나게 된다.
이번 장에서 소개한 한국어 <볶아~>/<볶여-> 및 영어 <parch>의 관계는 연구개음 /k/의 자음적 전향화를 보여주는 좋은 어휘적 사례가 된다 하겠다.
※ k → ch, sh, zh 변화 ≪연구개음 ‘k’의 전향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