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천적이 있습니다. 생태계의 균형 유지를 위해서지요. 그러니 천적이라도 먹이를 죄다 먹어치우지는 않겠지요. 또한, 같은 종끼리 천적이 되는 경우도 드물 겁니다. 그런데 지구상에 이 두 가지 예외의 경우를 충족시킨 종이 있었으니~ 바로 인간이었습니다요!
자아, 생각해봅시다. 같은 종족이면서도 천적이었던, 게다가 먹잇감을 전멸시키는 의외의 상황이 있었던가? 저는 홀로코스트가 떠오릅니다. 그 안에 인간과 인간이 있었습니다. 실상은 포식자와 먹이 관계였지요. 흡사 고양이와 쥐 같았습니다. 그 고양이는 무언가에 홀려 생태계 균형 따위는 싸악 잊어버렸습니다. 이것이 아트 슈피겔만이라는 작가가 홀로코스트를 묘사한 그림이었습니다. 이름 하여 <쥐, Maus (1991),미국 >였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의 근원지는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이 아닙니다. 블라덱이라는 남자였지요. 그는 툭하면 특정 인종은 열등하다는 둥, 멸시받아 마땅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라덱은 고양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대학살 당시 나치에 쫓기던 유대인이었지요. 살아남기 위해 숨어 지내던 시절을 망각해버린 걸까요? 그는 같은 인간의 천적처럼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아트 슈피겔만은 블라덱의 아들입니다. 그에게 아버지는 이해불가였죠.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진 건, 아버지의 생각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편견이었습니다. 편견은 독일 빵과 같습니다. 단단한 껍질로 덮여있지요. 누가 찔러도 좀처럼 속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안의 생각도 언제나 같은 상태로 고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 두꺼운 쇠고집은 어디서 왔을까? 슈피겔만은 아버지의 마음이 딱딱해진 지점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화로 옮겼지요.
블라덱은 아우슈비츠의 포로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학살 속에서 돈, 인맥, 온갖 처세술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였지요. 종전 후에도 여전히 그의 아버지는 먹을 것을 숨겨둡니다. 실험쥐가 실험실에서 나와도 반복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듯, 블라덱도 반복적으로 음식을 숨겨야 했던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나는 왜 음식을 숨겨야 하는가? 나는 왜 여기 갇혀 있어야 하는가? 아무리 의문을 가져도 세상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겠지요.
슈피겔만이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8년이 걸렸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편견을 이해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습니다. 슈피겔만의 작품은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증언이었으며, 동시에 편견을 가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두 요소가 너무 잘 녹아있어서였을까요. 퓰리처 수상작 후보에 올랐을 때, 심사위원들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회고록이라 해야 할지,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했거든요. 그러나 이 작품은 ‘특별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우리 삶에 남긴 메시지가 분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 ▲마우스의 한 장면- 벌레 취급 받았던 유대인들의 처지를 보여줍니다. 게토가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나치는 게토에 식량과 약품이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 | |
 |
| ▲마우스의 한 장면 2- 모두가 쥐였지만, 그 안에도 포식자가 있었습니다. 유대인이라도 독일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같은 유대인끼리 살기 위해 적이 되어야 했습니다. | | |
슈피겔만의 <쥐>는 1945년 이전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증언입니다. 그리고 1945년 이후의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들이 아버지의 편견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이해해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슈피겔만의 쥐는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 삶이 숱한 편견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종류의 차별이 그런 것이겠지요. 우리는 여전히 인간과 인간이면서, 고양이와 쥐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살은 정말 끝난 것일까요?
강기린
만화도 문화다, 오락 그 이상의 만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강기린은 척척팩토리의 서브라이터이자 만화평론가입니다.
척척팩토리는 만화 창작집단으로 네이버에 <7번국도아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