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릴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일부 기독교단체들의 항의가 극성이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올해 5월 초 동성애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 등 20여 개 시민단체와 함께 서명운동과 항의전화 등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광역시청과 대구광역시시설관리공단(시설공단)에 “동성애는 질병을 유발하며 비윤리적이고, 특히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분위기에도 맞지 않다”며 공간대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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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대구시의 한 교회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 | |
송수열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동성애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동성애는 성경적으로도 죄악이고 망국적인 병이다. 동성애로 에이즈가 발생하고 남성들이 항문성교를 해서 질병도 많아 국가적으로 예산도 많이 투여된다”며, 이 때문에 “1,500여 개의 교회에 공문을 보냈고 관계부서에 장소 허가를 취소하라고 민원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수열 사무총장은 “이전에는 퀴어 축제를 몰라 나서지 않았었다. 지금은 국가적으로도 세월호 때문에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성소수자들이 동성애 축제를 하는 건 맞지 않다”며 “특히 2·28 공원은 민주항거를 했던 곳을 기념하기 위한 곳인데 장소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구광역시청 홈페이지에는 5월 중순부터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한다는 게시 글이 십 수건 등재되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윤 모씨는 “세월호 참사로 있던 행사도 중단하는 실정에 대구 퀴어 축제를 반대한다”며 “소수의 인권을 위해 다수의 인권을 무시한다. 동성애는 성적 타락의 끝이다···대구시청과 인권위원회가 동성애자를 위한다면 그들만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이 일이 추진되면 대구시청에 대한 신뢰가 바닥날 것···지금이라도 동성애 퀴어축제를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모씨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 동성애는 옳지 않은 일이다. 이성애로 생명 탄생이 일어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류 질서에 어긋난다”며 “에이즈 감염 환자를 증가시키고 출산율을 감소시키려는 게 아니라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공단·대구광역시청, “법적 근거 없어 행사 취소 불가능해”
인권위, “성소수자 축제라고 제한하면 성소수자 차별하는 것”
이들 단체의 항의에 시설공단과 대구광역시청 관계부서는 곤혹을 겪고 있지만, 공간대여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수동 시설공단 도심공원 소장은 “(축제 관련) 항의 글이 21건 올라왔고 오늘 온 전화도 10통이다. 일부 단체의 항의로 지금 직원들이 죽겠다. 한 어르신이 찾아와서 시설공단 이사장을 찾아가겠다고도 했다”며 “시설공단은 대여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내년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면 대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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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공단 직원의 개인전화로 "동성애자 축제를 결사 반대한다"는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 | |
김부섭 대구광역시청 환경녹지국장은 “일부 보수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호국의 달에 도심 2.28 공원에서 축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장소 이전이나 연기 등의 방법으로 단체들끼리 대립각을 세우지 않도록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소장은 “인권위가 축제 허가를 권고했다고 오해한 분들이 인권위에도 며칠째 항의전화를 걸어오고 있다. 앞으로 항의 수위가 높아질 것 같다”며 “반대하는 분도 나름대로 표현하면 되지만 합당한 이유 없이 축제의 주제가 성소수자와 관련됐다고 해서 제한하면 성소수자를 차별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추모 분위기 속 축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에 권혁장 소장은 “참사로 사회적 아픔이 있지만, 그런 이유로 축제를 못 하게 할 수는 없다. 주최 측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축제에서 참사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주최 측과 반대 단체들끼리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최 측은 기독교단체의 항의 때문에 행사 계획을 변경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정서에 함께하기 위해 행사 기조나 날짜 변경은 고려하고 있으나 일부 기독교단체들의 반대에 영향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