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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04월25일 19시3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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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46) 심해深海
深海에 빠진 대한민국이 점점 더 深海지고 있다
신경현(노동자, 시인) jinbo7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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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深海
삼십칠 미터 깊이의 바다가 深海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의 깊이기 삼십칠 미터인지 나는 모른다
가만히 있어도 몸이 떠밀려 흘러간다는 물살의 세기가 深海를 불러 오는지 나는 모른다
경력 수 십 년의 특수부대 잠수부의 증언으로 이루어진 물속의 공포가 深海인지 나는 모른다
에어포켓에 들어찬 공기의 총량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총량인지 深海의 총량인지 나는 모른다
배가 가라앉는다는 다급한 무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배를 버리고 탈출한 누군가의 비루한 뒷모습을 상황의 처음과 끝이라는 방송사의 뉴스가 深海의 진실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더 많은 돈을 위해 더 많은 승객을 태우고 더 많은 짐들과 더 많은 자동차와 더 많은 욕망을 실은 초과중량의 배가 산으로 가지 않고 바다로 간 게 기적이라는 내 생각의 깊이가 深海인지 나는 모른다
울고불고 난리가 난 상황실을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자는 어느 장관의 비서관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내 눈빛이 深海인지 나는 모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생존자의 숫자 앞에서 실성한 듯 울부짓는 유가족들의 모습이 끔찍하게 드러난 현실의 深海인지 나는 모른다
사고 수습과 구조 작업엔 항상 늦게 대응하던 경찰과 정부당국이 청와대로 가자는 가서 정부당국의 멱살이라도 잡자는 유가족을 막아서는 모습이 深海의 모습인지 나는 모른다
점점 더 深海지는 거짓말
점점 더 深海지는 의혹들
점점 더 深海지는 무능력
점점 더 深海지는 슬픔들
점점 더 深海지는 분노들
深海에 빠진 대한민국이
점점 더 深海지고 있다
*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생떼 같은 아이들과 무고한 목숨들이 차가운 물 속에 갇혀 지낸 지 벌써 몇 일짼가?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온 나라를 뒤덮는다. 그러나 추모와 애도와는 별개로 이 사태의 책임을 우리는 분명히 물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과 이윤을 위해 인간의 목숨마저 팔아치우고 착취하는 이 질서에 맞서 지금 당장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 싸워야 한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 |
신경현(노동자, 시인) jinbo7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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