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은 오리라
꽝꽝 언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따라
봄은 다시, 오리라
멀리 언덕 위 게으르게 늘어진
산벚나무 그늘 아래 무작정
드러눕고 싶은
봄은 다시, 오리라
해가 지는 쪽으로
저무는 어둔 하늘이 오더라도
올려다보면 거기,
잔별들 두런 두런 모여 빛을 내는
봄은 다시, 오리라
폭설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나뭇가지 위에도
달의 들숨과 날숨에
한번은 쓸쓸히 밀려가고
한번은 외롭게 밀려오던 겨울 바다에도
봄은 다시, 오리라
오고가는 모든 길 위에도
가고 오지 않는 회한에도
벗어 놓은 내복 위에도
어두침침한 공장 굴뚝위에도
떠들썩하게는 말고
도둑처럼 아무도 모르게
오리라
봄 아닌 모든 것들에게
명징한 단 하나의 몸짓으로
다시, 봄은 오리라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한 세상을 이루어 가는
봄은,
다시 시작되리라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가 걷히고 뿌옇던 세상이 이제 조금은 맑아진 것 같다. 하지만 곧 황사가 불 것이다. 그리고 황사 속으로 봄은 너무나 짧은 봄은 지나갈 것이다. 그래도 봄은 올것이다. 기지개를 펴고 다가오는 봄의 기운을 들이마시면서 살아보자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