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성탄절, 송전탑 건설 저지 싸움을 벌인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는 평화와 연대의 기운이 가득하였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25일 오후 3시 삼평리 평화공원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예배’를 열었다. 개신교, 천주교인과 더불어 종교가 없는 이들까지 100여 명이 성탄 예배를 지냈다. 도시와 농촌, 노동자와 농민, 종교인과 비종교인은 서로 나누지 않았다. 고통당하는 이웃을 향하는 예수의 가르침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참가자들은 평화공원에 모여 인사를 나누며 저마다 삼평리를 찾은 이유를 말했다. 사회를 맡은 변홍철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은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압으로 고통받지만, 이곳 평화공원은 탄압 없는 다른 세계”라며 고난을 함께 나누자고 말했다.
평화공원은 송전탑 공사 강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장소다. 지난해(2012년) 마을에 송전탑 공사를 위해 자재와 굴착기가 투입됐으나, 주민들과 연대 온 시민들이 함께 공사를 막아냈다. 녹이 슨 굴착기는 평화공원의 입구가 됐고, 한가득 쌓인 자재는 현수막을 동여매는 지지대가 됐다.
윤일규 목사가 예배 진행을 맡았고, 참가자들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함께 부르며 성탄 예배는 시작됐다.
고경수 목사는 요한복음 1장을 언급하며 “선량한 농민과 생명이 아파하며 죽어가고 있다. 억눌리고 고통당하는 이웃을 향해 오신 주님, 삼평리 땅에 하나님의 평화가 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전탑 건설 저지 싸움의 주인공인 마을 주민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차연(75) 할머니는 “살기 좋은 삼평리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동민 모두가 투쟁하기로 했는데, 한전이 편을 가르기 시작하며 나뉘었다”며 “너무 분통스럽다. 그래서 약한 힘이지만 투쟁을 시작했다. 한전이 용역을 동원해 전쟁을 시작했다. 저도 실시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막아냈다. 저 철탑을 기죽지 말고 꼭 막아내자”고 구호를 외치자 참가자들도 일제히 호응했다.
강론을 맡은 대구 정평위 박용욱 신부는 “제구실을 해야 할 사람들이 그걸 못하니까 주민들 논과 밭을 빼앗는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라면 소수 사람들 희생을 강요하고, 내가 아닌 사람들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문제에 관심을 못 가지게 한다”며 “네가 아픈 게 아니면 입 닫고 살라는 세상은 말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주의 말씀처럼 타인의 아픔을 생각하며 살자”고 말했다.
경산시 더함교회 송진실 씨는 “보상금을 주면 다 된다고 생각한 한전과 정부는 주민들과 불통이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고맙다.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송전탑 투쟁에 지지를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시와 찬미 교회’의 노래, 참가자들이 준비한 작은 선물을 삼평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전달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선물 전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돌아다니며 평화의 성탄 인사를 나누었다.
성탄절 예배는 밀양과 청도 송전탑 문제와 국정원 정치개입으로 깨어진 평화와 정의 회복, 고통받는 노동자와 농민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문을 낭독하며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