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사랑을 그리다 (3) -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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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11월23일 01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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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사랑을 그리다 (3)
하나가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노태맹(시인) arche38@hanmail.net

*

그늘은 뜨거운 여름 햇살을 막고 선

느티나무의 위로입니다.

 

계곡물은 목마른 마을의 흙들을 위한

푸른 산의 작은 위로입니다.

 

서늘한 바람은 울지도 못하고

뙤약볕 아래 서있는 그대를 위한

빈 들판의 눈물겨운 노래입니다.


소낙비는 뜨거운 사랑을 이겨낸 대지에 대한
구름들의 시원한 찬사입니다.

*

사랑의 오늘은

어제의 끝과 더불어 시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오늘은

내일의 시작과 더불어 끝나지 않습니다.

사랑은 항상 오늘입니다.
사랑은 어제에 대한 망각이며
내일에 대한 망각인 까닭입니다.

*
하나가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사랑이란 어떤 단일한 하나의 완성이 아니라
열려있는 두 세계의 관계의 재배치이며
공간과 시간의 공유이며
공동의 일을 함께 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
부모와 자식의 관계처럼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사랑이란 눈과 귀로 드러나는 의미의 교환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둘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달콤한 공기의 흐름,
우연한 옷깃의 부드러운 스침,
서로의 어깨에 내려앉아 반짝거리는 햇볕처럼
사랑은 침묵의 말을 필요로 합니다.

말 없음의 깊이가 사랑의 깊이 일 때도 있습니다.

*
순전히 우연한 나의 시간이 발견한 당신의 특이성으로 하여
지금껏 몰랐던 내 안의 신성한 기원에로 뿌리를 내리면서
나를 보편적 가치로 이행하게 하는 이 사랑의 놀라운 체험.

그러나 그것이 왜 지금이고, 왜 나 입니까?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
사랑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의 우연과 돌발로부터
우리의 온 생애를 지배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부터 삶의 진리가 탄생되는 것일까요?

만남이라는 우연을 응고시키는 것은
운명이 아니라 말로서의 고백이며
그것도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고백과
충실함에 대한 선언으로부터입니다.

그러나 그 고백과 선언이
진정한 침묵과 그리 먼 것은 아닙니다.
 

노태맹(시인) arche3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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