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
밤이었고 돌아가는 길이였다
불빛들이 깜빡거렸고 버스는 어두웠다
내게로 돌아오고 내게서 떠나가는 마음이
안개 낀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겁게 달라붙은 졸음을 이기지 못한 몸들이
꾸벅 꾸벅 거렸고 버스는
밤의 거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밤의 버스는
기다려주지도 않고 지나쳐갔다
종착지에 도착 한 버스의 긴 한숨을
밤이었고 딱히 돌아갈 곳 없는 길 위에서
내내 들었다
*깊고 무거운 어둠을 몰고 찾아오는 밤, 혼자 먹는 밥이 외롭기도 하다.
때론 외로움은 인간에게 더 깊은 사색과 반성을 갖게 하지만 그 외로움의 시간이 길어지면 외로움은 결국 인간을 무너지게 만든다.
삼성서비스 센타 노조의 한 노동자가 얼마 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운명을 달리했다. 노예같이 부려먹고 최저임금도 안되는 임금을 지급하면서 무조건 고객만족을 위해 인간의 존엄과 자존감을 포기하라는 자본의 압박에 노조를 결성해서 맞서 싸웠지만 그는 마지막 승리의 순간을 보지 못하고 떠나갔다. 그는 외로웠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유서를 통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면서 자신의 죽음으로 더 이상 삼성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외롭거나 배고프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깊은 결의를 남겼다.
다가오는 겨울 추위를 녹여낼 수 있는 마음과 몸들이 필요하다.
고픈 배를 채울 수 있는 한 그릇의 따뜻한 밥 냄새가 더욱 그리워진다.
올 겨울, 다들 외롭지 않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