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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10월18일 21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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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87년 체제를 넘어] (2)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사회운동을 향한 거침 없는 돌직구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편집자 주] 이른바 ‘87년 체제’란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입안된,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헌정체계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 시기 이후 재야 운동권은 기존 보수야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하거나 시민단체(NGO), 노동조합, 진보정당 건설 운동에 뛰어들었다. 소수이지만 끝까지 재야로 남은 이들도 있었다. 보통 한 세대를 30년 단위로 구분하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87년 체제를 구성하는 세대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들 세대는 당시의 운동 자산을 가지고 권력과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다. <뉴스민>은 이들 세대를 청산 대상으로 바라보는 식의 세대 대결 구도를 넘어서 2013년 오늘, 대구경북에서 활기를 불어넣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더불어 이들의 활동 범위가 전문화(또는 분화)되면서 줄어든 연대의 가치를 모색하기 위한 계기로 삼고자 한다.

‘기획연재-87년 체제를 넘어’ 첫 기사가 나간 이후 다양한 반응이 접수됐다. ‘기획 의도가 뭐냐’부터 시작해 ‘잘 읽었다’, ‘장지혁과 이야기하느라 고생했다’ 등등. 더불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는 청년활동가들이 ‘연대 필요성’의 공감을 전하기도 했다. 청년활동가 다수는 실무집행자로서 일에 치여 사는지라 답답함과 전망의 불투명을 호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일찌감치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낙점됐다. 올해 2월 환경련에서 상근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결합해 핵심적인 실무집행 역할을 맡은 그의 왕성한 활동력의 근원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또, 스스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나 집행이 이루어질 때면 사회운동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 활동가에게도 돌직구를 어김없이 날리는 그의 대담함도 궁금했다.

투쟁의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이기에 인터뷰 장소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청도 송전탑 반대 투쟁의 전진기지인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농성장이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진행 중이었고, 삼평리 농성장 철거 계고장을 받은 상황에서 다행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삼평리 농성장에서

기자회견, 서명운동 아닌 다양한 방식 고민해야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무엇이 보나 씨를 환경운동연합으로 이끌었는가. 또, 녹색당 활동도 하는 것으로 안다.
초등학교 시절 집 앞에서 슈퍼를 운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짐을 싸라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아빠가 “공부 못하면 이렇게 된다. 어디 싸돌아 다니노. 공부 열심히 하그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알아챘다. 건물주에게 쫓겨난 거였다. 그러고는 공중전화 박스에 가서 펑펑 울었다.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왜 쫓겨났을까’를 생각했다. 대학을 갔고,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기술적 부분보다는 정책론을 배우면서 ‘우리 아빠가 노력은 안 하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구조적인 문제를 보게 됐다.

그렇다고 대학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학생운동 하는 친구들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대학을 제대로 졸업하기 위해서는 장학금을 위해 성적 유지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렇지만 늘 사회 문제에 관심이 갔다. 시험기간 공부하면서도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 지도위원 영상을 보고는 했다.

다른 문제보다 동물복지, 생명권에 관심이 많았다. 녹색당도 그래서 작년 10월에 가입했다. 강아지(유기견)을 키우면서 시민단체를 찾아가서 후원도 했다. 유기견도 개인이 버려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환경을 바라보는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녹색당 활동을 하면서 세상이 큰 틀에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고민하다가 사회운동을 업으로 삼아도 되는지 고민했다. 돈 벌면서 후원만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다. 20대에 직장이자 나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환경운동연합 공채에 지원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보나 씨를 보면 정말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 같다. 밖에서 사회운동을 바라보다 단체에 들어가 활동해보니 어떤가.
나 스스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활동가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게 힘들다. 바쁜 현안에 대응하고 실무적인 일을 쳐내기에 바쁘다. 잡초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회사 경리 업무 보는 것 이상이 되기 힘들다. 활동가 교육체계라던가 역량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주민의 삶에 묻어나는 조직이길 바랐는데, 현실적인 여건이 안 되니까 자본이나 기관과 타협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계속 받으면서 거기에 묻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이름만 환경운동연합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서울 쪽 환경련 동기들하고 대화하다 보면 ‘나는 이번에 H제지 프로젝트 사업하고 있다. 활동가가 아니라 경리인 것 같다. 지역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한다. 몸집은 거대해지는 데 두뇌는 자라지 않는 것처럼.

-주민의 삶에 묻어나는 조직이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구에서는 회원이 많은 단체인 것으로 안다. 회원과의 관계나 사업은 어떤가.
젊은 활동가들이 들어와서 펼치고자 하는 것을 우리 회원들은 원하지 않는다. 단체가 오래되다 보니 환경련 출범과 함께 시작한 회원들도 나이를 먹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방식의 활동을 제안하면 단체에서 오래된 활동가들은 ‘자신이 회원과 오래 같이 해왔다. 회원들이 원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젊은 활동가들이 오래 있을 수 없다. 젊은 사람 입장에서는 환경운동도 다양하고 재미있게 하고 싶은데, 회원들은 자기들 생각이 맞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회원들은 늘어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 면접 볼 때 말했다. 기자회견도 중요하고 포크레인 밑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한데, 그것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고. 선배들은 대중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대중과 만나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을 단위의 환경영화제, 작은 콘서트 등도 해보고 싶다. 기자회견 여러 번 할 역량이 있으면 ‘에너지 캠프’와 같은 사업도 한번 해보고 싶다.

서명운동하는 게 진짜 싫다. 거기에 집중할 역량이 있으면 다른 곳에 쏟으면 좋겠다. 서명운동 하고 나서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나도 궁금하다. 그 사람들 머릿속에는 기자회견, 성명서, 서명운동 이런 것밖에는 없으니까. 계속 그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럼 환경운동연합의 지향이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4대강도 그렇고, 송전탑 건설도 그렇다. 현안이 터지고 추후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야 하지 않을까. 활동가를 잘 키워 지역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얽히지 않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중의 모습,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순간 떠나야 한다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환경운동연합 내부적 이야기 말고 대구지역 사회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
패배주의에 절어 있다. 공장에서 해고당하면 사장이 있는데, 환경 투쟁에는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원전이나 도로나 다 국가에서 하는 거라 막지 못한다고 미리 생각하고 투쟁에 들어간다. 기자회견이나 투쟁을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신승리로 간다. ‘우리는 이만큼 했어’라는 식으로. 선배들이 다 그러니까 나까지도 그렇게 돼가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내가 그렇게 될까봐 무섭다. 탈핵운동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데 대구, 부산이 유독 더 그런 것 같다. 수도권이나 전라도 사람들 만나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다. 행사도 다양하게 기획하고. 탈핵학교를 할 때도 강사 불러서 강연 듣는 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한다.

녹색당에서도 그렇다. 수도권 쪽은 ‘세상을 바꾸는 지역 이해(세바지)’라는 프로그램에서 내가 선거팀을 꾸려서 기획을 해보는 등 재기발랄한 방식을 꿈꾸는 데 대구는 그렇지 않다. 수도권은 꼰대가 잘 없다.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대구는 만나면 바로 반말로 시작한다. 자신들 운동할 때는 그랬겠지만, 자꾸 그걸 나한테도 강요한다.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점이 있다. 회의 석상에서 결정하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데, 모든 결정은 술자리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특히 남자 선배들 많은 곳에서 그렇다. 회의 시작하기 전 전화통화로 결정이 이미 내려져 있다. 나는 농락당한 것인가. 회의라는 게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는가.
먹고 사는 문제가 당장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이 월급으로 살려면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 나는 옷도 사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다. 월급이 110만 원이다. 연차 붙고, 직급에 따라 조금씩 올라간다. 스무살이 되는 해부터 나이에 따라 임금을 더 준다. 왜 일한 경력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 더 주느냐라는 생각이 든다.

회의에서 수습기간 2개월(임금의 80%) 없애자고 이야기했다가 튕겼다. 이유는 ‘2개월 안에 그만둘지도 모르니까’라는 대답이었다. 일도 같이 하고, 퇴근을 빨리 시켜주는 것도 아닌데 왜 수습기간이 있는가. 사회적으로도 수습기간이 문제 된 적도 있는데. 야간 수당을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못 주는 거 알지 않느냐’라고 하더라. 상근 활동가 모두가 합의한 내용이 아닌데.

-임금 문제도 있겠지만, 시민사회단체에 젊은 활동가가 오래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나를 꼽자면 좋은 롤모델이 없다는 거다. 롤모델이 없으면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느 단체나 기존 활동가들이 있으면 이 틀을 깨거나 그 틀에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기존 틀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 순간부터 힘들어진다. 조직 내에서 투쟁해야 하는데, 싸움을 지속하려면 어느 정도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한다. 그 벽을 깨다가 너무 힘들어서 나오거나, 그 벽에 순응하다가 발전이 없어서 나오거나. 그래도 나는 성격이 더러워서 잘 싸우는 편이다. 문제는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속상하다. 타 단체에서 활동하는 친구 중에 선배 혹은 꼰대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걸 보면 속상하다.

현대차, 쌍용차도 복직해야 하지만, 제 삶의 영역부터 바꾸는 게 운동과 투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야근 수당을 하는 것, 선배들이 무턱대고 반말하는 것,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 등과 계속 싸워야 한다. 순응하는 순간 내 방향이 아닌 게 된다.

-앞선 인터뷰에서 지혁 씨는 청년 활동가들은 사회적 자본이 선배 세대보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선배 활동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운동하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퍼뜨리는 거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이 가지고 있는 습성을 알아야 한다.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중의 모습을 고민하지 않고,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떠나야 한다. 자신이 없으면 운동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가서 쉬어야 한다.

현안 대응에서 결사항전 이런 게 아니라 사무적으로 받아들여서 하는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정수근 국장(대구환경련 생태보전국장)은 밖에서 볼 때는 썩 호감이 가지 않았고, 내가 면접 볼때도 나를 뽑는 걸 반대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4대강 문제에 집중해 강귀신이 들렸다는 소리를 들어 조금 섭섭한 게 있지만, 끈질기게 싸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보나 씨가 원하는 사회운동은 어떤 모습인가. 5년 후라면 보나 씨는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5년 후 모습도 길게는 안 본다. 지금과 똑같은 패턴이거나 전망이 3년 안에 없다면 나와서 단체를 차리거나 공부를 할 것 같다.

꿈꾸는 모습은 내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을 주위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거다. 기존 모델을 넘어서서 대안적 모델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2030활동가노조를 만들어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임금협상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보나씨 말처럼 그래서 활동가들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활동가노조 이야기는 이전에 장지혁 씨도 언급했다. 다들 전망도 보이지 않고, 실무에 치이면서 힘들어진다. 그러다 지쳐서 떠나가고 나면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꼭 나이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활동 방향을 공유하고 공통의 문제점을 찾아 함께 바꿔 나가는 것 말이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환경운동연합이 제일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가 지역기금을 따로 모으는 거다. CMS 통해서 중앙에서 기금을 적립한다. 이 기금으로 타 지역 환경운동연합 만들거나 활동가 지원에 쓰인다. 시민단체연대회의도 그런 게 필요하다.

녹색당, 의제 중심 모임으로 확장돼야

▲지난 3월 1일 삼평리 평화콘서트에서

-녹색당 활동도 하고 있으니까 정당 이야기를 해보자. 작년 10월에 가입했다니 딱 1년이 흘렀다. 그런데 녹색당 대구시당은 운영위원회도 꾸려져 있지 않다.
사실 정당 활동에 큰 뜻을 두고 있지 않다. 나에게 1순위는 생명권이기 때문이다. 정당은 내가 꿈꾸는 가치를 이루는 데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녹색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1순위인 생명권의 가치를 위한 활동이다.

-대구시당 운영위가 없는 점도 있지만, 내년에 또 당이 등록취소를 당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총선 끝나고 재창당했는데, 다시 그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 같나.
갑자기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사실 진보정당은 항상 민주적인 걸 요구하지만, 내부는 민주적이지 않다. 소통과 대화를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점이 많다. 민주적 구조가 갖춰지려면 당과 당원이 너무 느리지 않게 경보 정도로는 뛰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녹색당이 지금의 여당이나 큰 야당처럼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그렇다면 우리부터 민주주의를 몸에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원교육, 마을모임을 꾸리고 운영위나 대의원도 투표가 아닌 추첨제로 해서 누구나 당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녹색당은 100% 추첨제를 도입했다. 획기적이긴 했으나 너무 섣불렀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진보신당도 그 때문에 부분 추첨대의원제를 도입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의원 추첨제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당의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우리 내부에서도 운동이 삶의 영역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던 것 같다. 기존 정당도 마찬가지고.

기존 정당이 지역모임이 활성화됐다면, 녹색당은 의제 중심 모임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연애모임, 주부모임, 백수모임 등으로 가서 특정한 집단의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지역과 나이로 나누는 것은 기존 정당을 따라가는 게 아닐까. 형식적인 추첨제가 아니라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 추첨제 하나만 가지고 할 수는 없다. 기존 시스템을 깨는 노력이 필요한데 녹색당도 그런 생각이 부족했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정당을 한다는 건 의회, 행정 진출을 통한 권력 획득이 목적이다. 그건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녹색당을 시작할 때 내가 우선순위로 두는 생명권과 맞아서 같이 시작했다. 그런데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의회진출을 말하는 건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주부당, 동물당, 알바당 등 특정한 집단에서 의회에 내보내는 것은 맞지만, 녹색이라고 뭉뚱그려져 있는 상황에서 의회에 들어가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누구나 녹색의 가치를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MB도 녹색성장 한다면서 4대강 했으니까. 사람들이 녹색당을 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들어온 것 같다. 친한 사람이 녹색당에 들어갔는데, ‘이 사람 평소에 생태 친화적으로 살고 있으니까 나도 들어간다’ 정도다. 구체적인 의제를 가진 걸로 집단화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선거구 제도 자체가 지역구 제도에서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

노동과 환경, 선후 아닌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진보정당 운동의 시작은 노동운동과 함께했다. 또, 진보운동 가운데 대중조직으로 가장 큰 덩치인 게 민주노총인 게 사실이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결합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령 핵발전소를 폐기하고 나면 당장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핵발전소를 멈추려면 한수원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되지 않겠냐는 고민이 든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내가 해고를 당해서 먹고 살기가 힘든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 환경 문제를 보면 노동자가 해고당하는 상황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해고는 삶의 기반이 사라지는 것이지 않은가. 영양댐 건설 문제나 송전탑이나 삶을 송두리째 뽑아 버린다. 농민에게 노동과 삶의 기반은 논이고 주거지다. 나는 노동이 먼저냐, 환경이 먼저냐보다 사람들의 삶에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한다.

또, 제대로 된 녹색당 운동을 하려면 노동운동보다 급진적이고 좌파적일 수밖에 없다. 저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말한다. 노동자로 본다면 노동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계속 노동을 하는 것이다. 독일 녹색당도 노동 의제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요즘 방사능 유출과 관련해 방사능 급식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조례 제정 운동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방사능 유출 때문에 수산시장 상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건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이 들었다. 종합적인 고민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도 힘들다.

사회운동에 대한 연민을 넘어서 대중과 접점 찾기


-주변에 만나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은 누가 있는가. 그리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떤가.
친구들이 월급은 받느냐고 묻는다.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이해가 없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시민사회운동을 배운 건 권력획득을 위한 목적인 정당에 대한 반대 성격으로 시민단체다. 친구나 가족들이나 자원봉사 개념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네가 안 해도 다른 사람들이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를 직장으로 생각 안 한다. 제 또래가 20대인데도 그렇다. 연민의 시선이 다수다. 나중에 병원비 없어서 골방에서 죽을 거다라는 이야기도 하고...

- 연민의 시선은 자주 접한다. 사회운동에 대한 오해의 시선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활동가 개인의 역량으로 풀 수는 없다. 결국, 교육밖에 없다. 뇌를 형성하는 것은 학교생활을 통해서다. 친구들이 연민의 시선으로 보는 데는 ‘사회운동’을 근현대사 수업시간에 나오는 화염병 던지는 모습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 때문에 직장이라기보다는 ‘불의에 항거했다’로만 받아들여진다. 시민사회운동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체계가 바뀌어야겠지만...

-그런데 어쩌나. 국가 이데올로기를 가르치는 공교육에서 쉽지 않을 듯 보이는데. 가령, 전교조처럼 내부적으로 변화를 추동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안적인 교육 시스템도 형성해야 하지 않을까.
대안교육, 활동가교육을 접할 수 있는 풀이 좁다. 대중을 만날 접점이 많이 없다. 마을운동, 골목운동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복지시민연합에서 복지영화제를 하는 것도 대중과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환경운동도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아니라 지역으로 더 세분화해야 한다. 또, 대책위를 자꾸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미산마을공동체 같이 자신이 당사자인 운동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안에 갇히게 되면 대중을 만날 접점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풀뿌리 운동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는 추세다. 이 질문은 지혁 씨에게도 했는데, 풀뿌리 운동만 강조하다 보면 일본처럼 되지 않을까. 큰 정치적 움직임은 만들지 못하고...
오카다 다카시(계명문화대) 교수가 일본 탈핵 운동을 이야기할 때도 일본의 풀뿌리 운동의 잘못을 지적했다. 풀뿌리 운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방식의 문제다. 방사능이 내 아이, 내 가족이 위험하니 로컬푸드로 음식을 먹자고 하는 것은 개인주의로 귀결된다. 우리가 피폭당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겪는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지 고민하는 게 풀뿌리 운동이 아닐까 한다. 또한 그걸 내 삶의 영역에서 풀어가는 것이 풀뿌리다.

-풀뿌리운동과 함께 거시적 담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
문제는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없다. 이게 갖춰지지 않으면 젊은 활동가들도 시간이 지나면 선배들과 똑같이 될 수밖에 없다. 저는 예민해지려고 노력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서명운동하자고 결정하면 저는 쉽게 알겠다는 대답이 안 나온다. 실효성이 있는지, 왜 해야 하는지 계속 따지면서 질문을 한다.

계속 질문하고 공부해야 한다. 임신중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 녹색당 전국 사무처에 메일을 보내 고민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 다큐, 사람을 소개받기도 했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해서 찾아야지만 공부할 수 있는지도 불만을 느낀다.

-막바지다. 삼평리 농성장에 와 있으니 삼평리대책위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좀 말해달라. 밖에서 보면 보나 씨에게 일이 몰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일이 많은 건 괜찮다. 문제는 일을 미룰 때다. 어떤 사람들은 회의록 정리, 문화제 준비는 자신이 해야 할 ‘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자회견 하면 마이크 잡는 게 내 역할이지, 뒤에서 하는 건 ‘니들이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하고 느낀다. 또, 주변 단체들이 다 하니까 들어왔다가, 등 돌리기는 뭣하니까 남아 있으니 일은 하기 싫은 게 아닐까 싶다.

-예상했던 대로 가감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대로 나가도 괜찮나? 마지막으로 활동가를 추천해 달라.
(웃음)내가 성격이 더러운 거는 다 알기 때문에 괜찮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선주 간사나 경산이주노동자센터의 란미 씨가 궁금하다. 사실 각자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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