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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9월18일 10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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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해고자 복직’과 ‘민주노조 회복’을 꿈꾸다
[해고노동자] 1,000일을 넘긴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아침 8시, 달성 논공공단은 여느 때와 같이 주간조와 야간조 교대 출퇴근 차량으로 분주하다. 국내 최대 자동차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상신브레이크 공장 앞도 다른 공장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공장 앞에 울려 퍼지는 노동가와 정문 앞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해고자가 있다는 것뿐이다.

얼마 전 해고 1,000일을 넘긴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해고 노동자를 공장 앞에서 만났다. 매주 화, 목요일 출퇴근 시간에 맞춰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

공격적 직장폐쇄, 금속노조 탈퇴, 기업노조 설립으로 이어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조한 노조파괴의 두 번째 희생양이 됐던 상신브레이크. 사측의 감시와 현장통제는 거셌고, 현재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은 해고자 5명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함께 공장에서 일하던 동료들의 출퇴근 모습을 지켜보는 해고자와 정문 앞을 통제하는 경비의 모습은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곧 그 감정은 기자의 오만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김동필, 조정훈, 정준효 해고 노동자는 출퇴근하는 동료에게 “형님, 추석 잘 보내십시오”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고, 차로 출퇴근하던 동료들은 차창을 내리고는 정문 앞에 멈춰 서서 “고생 많다. 추석 잘 보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해고 노동자의 얼굴에는 짧지만 묵직한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해고 1,000일은 넘긴 조정훈, 김동필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해고자

창문을 내려 일일이 인사하는 이들과 해고자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생기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0년 12월 해고 이후 회사는 해고자와 현장 조합원을 철저하게 분리 시켰다. 사내 축구동아리 멤버로 활동하던 조정훈 상신브레이크지회장이 공 차러 나오는 것도 마땅치 않게 여겨 제재를 가했다. 퇴근 이후 해고자와 술자리라도 할라치면 다음 날 ‘왜 만났느냐’라고 압박하는 면담을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노동운동의 오랜 명언처럼 해고자들의 질긴 투쟁 덕분인지 현장 노동자 스스로 숨통을 열기 시작했다. 금속노조 탈퇴 무효 판정이 난 기업노조(상신브레이크노동조합)가 올해 7월 사측과 체결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1차 투표에서 부결이 난 것이다.

또, 해고자들이 진행 중인 ‘직장폐쇄 기간 임금지급 소송단’에 60여 명의 노동자가 동참했다. 9월 6일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자 사측은 이들 명단을 확보해 어김없이 이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이 진행됐다.

조정훈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장은 “명단이 넘어간 이후에 기업노조 직장과 반장들이 소송에 동참한 조합원에게 섭섭하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왜 동참했느냐, 우리(기업노조)를 믿지 못하느냐며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 번 ‘큰일’을 겪었던 노동자들은 쉽게 회유당하지 않았다.

94년 입사한 김동필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사무국장은 “2013년 잠정합의안 부결로 현장 내 조합원들의 분노가 확인됐다. 어용노조에 대한 불만이 공식적으로 표출되면서 현장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고자 5명이 3년째 버티고 있고, 법적으로도 계속 이기면서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이 현장에서 모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달라진 현장 분위기에 최근 들어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지만, 김동필 사무국장은 해고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노동위원회에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정이 났고, 노조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술과 함께한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행정법원에서 노동위 판정을 뒤엎는 부당해고 판결이 나고, 다시 금속노조 지회를 설립하면서 힘을 얻었다.

현재도 생계를 위해 옷 장사를 하고 있는 김동필 사무국장은 “현장의 동료들이 명절 때마다 꾸준히 찾아와 선물도 건네고 연락을 한다. 지역에서도 후원금도 모아주고, 가정에서도 해고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것에 힘을 실어주며 참고 지지해주고 있어 힘이 된다”고 웃어 보였다.

법원 판결과 동료 노동자, 가족들의 지지로 해고노동자들은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상신브레이크에서 한 번도 없었던 ‘해고자 복직’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조가 결성된 상신브레이크는 9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해고자가 발생했다. 노조 간부를 맡은 20여 명이 해고됐지만, 여태껏 복직된 이는 단 1명도 없다.

조정훈 지회장은 “문영희 기업노조 위원장은 직장(공장장) 위치에 있다. 생산물량을 관리하고 현장노동자를 쪼아대던 사람이 노조를 하니 노동자들을 죽을 맛이다. 그래서 현장 노동자들은 자주적인 민주노조에 대한 갈망이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필 사무국장은 “노조 깨기 이전과 이후 상신브레이크의 이윤은 큰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노조파괴를 위해) 쏟아 부은 돈과 리스크가 (사측 입장에서는) 해고자 복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겠지만, 노동자의 힘으로 민주노조를 되찾고 상신 역사상 처음으로 해고자 복직도 이루어 낼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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