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 가고 싶다
-가난한 노동자의 결혼식에 부쳐
저무는 날,
지친 날개를 접고 돌아와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기대는 새들의 저녁처럼
물들어 가고 싶다
물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잠시,
혼자여서 외로웠고
외로워서 쓸쓸했던 시간을
견딜 수밖에 없다
밤의 숲길을 헤매던
어린 짐승의 눈빛처럼
자주 흔들렸고
자주 무너졌던 날들을
당분간 건너가야 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슬픔에 젖은 몸들의 한 때는
곧 지나가리니
푸른 어스름 깃드는 저녁
우리는
아프고 외로웠던 발걸음들을 만나도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리
서로의 지친 날개를 접고
환하게
물들어 가는 서로를 쳐다 보리
*내란과 음모와 국가와 예비가 어떻게 한 묶음으로 엮여서 조합 가능한 단어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묶음으로 엮인 그 단어들이 이 가을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 단어를 앞세워 구경꾼들을 모으고 구경꾼들 앞에서 열심히 약을 팔면서 한 시대를 능욕하는 약장수들과 그들의 기만과 왜곡과 폭력에 맞서 노동자 민중들이 싸우고 있다. 물론 나는 이석긴지 구석긴지 하는 작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지만 그 조잡한 생각을 절대 악이라고 우기는 약장수들의 사기도 인정할 수 없다. 자신의 과거 운동경력을 팔아 국회의원이 된 파렴치한 자들의 혹세무민한 말들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그저 그런 갑다 하겠지만 문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약장수들의 사기행각이 도를 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기행각에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 걱정 될 뿐이다. 자고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 했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