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머리 굵어선 가슴에만 숨겨왔던 말
하지 못해 못내 미안했던 말
취한 마음에 취한 척 했던 말
반쪽이 된 얼굴로 차오르던 말
먼데 귀뚜라미가 전해주던 말
벌써
가을입니다, 어머니
* 한 낮의 더위가 아직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가을이,
김남주 시인이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바라보며 지나치던 그 가을이,
이제 오긴 온 모양이다.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하늘도 높다.
거둘 것 하나 없는 황량하고 우울한 날들이지만 그래도 이 가을에
잠시
하늘도 한번 쳐다보고 바람도 한번 시원하게 맞으면서 살아보자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