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동성커플이 오는 9월 7일 결혼식을 앞두고 차별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과 국회의원들을 결혼식에 초대했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들은 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각 의원들에게 초청장을 돌렸다.

두 사람이 국회의원 초청이라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번 결혼식을 계기로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들의 가족구성권 보장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 등 성소수자들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4대 인권입법과제가 절실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김조광수 감독은 “저희는 사랑하니까 결혼한다는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혼식을 하는데 반대하는 분들이 많다”며 “오늘 국회의원들을 만나려는 것은, 저희 결혼식을 출발로 이 땅에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혐오와 차별적인 시선, 차별적인 발언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의원들을 초대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라며 성소수자 4대 인권입법과제를 강조했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 민법은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 들어 많은 나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다. 한국도 그런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며 “결혼식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대한민국이 더 평등하고 성숙해질 수 있도록 더 방긋방긋 웃으면서 행복하게 식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잇을 활동가는 “군대 내 성폭력 책임을 회피하고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군형법 제 92조의 6은 폐지해야 한다”며 “이 조항은 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동성 군인 간 성행위조차 징역형으로 형사 처벌하는 가장 대표적인 반인권 차별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잇을 씨는 “군대 성폭력 가해자의 81.7%가 성폭력 피해경험도 갖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군대 내 성폭력은 한국 사회 남성 중심적 성문화와 군대문화가 원인임이 명백한데도 국방부는 인식개선과 피해자 지원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몽 활동가는 “성소수자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인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게 되는 대표적인 사회적 소수자 집단”이라며 “차별금지법에 차별금지사유, 괴롭힘 금지사유로 반드시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의 진경 활동가도 “두 커플의 결혼은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오랜 시간 동안 기존 가족규범에 도전하면서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해 온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시도와 실천 속에 위치하고 있다”며 “이성애, 법률혼 중심의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에서 동성 커플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소득공제 같은 기본적인 세제 혜택 등에서 불이익을 경험하고, 주택전세자금 대출이나 공공임대주택에서 배제되고 육아휴직이나 간병휴가 등을 신청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구성원으로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와 동성커플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동반자, 공동체 관계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한가람 변호사는 “성전환자의 법적 성별 변경은 고용, 의료, 혼인 등 생존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본질적인 사항에서 절실하다”며 “대법원 예규는 성전환자 성별 정정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가람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만 19세 이상의 성년만 성별 변경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부모의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또 외부성기에 대한 외관요건을 규정하고 있어, 높은 수술비용과 수술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생식능력이 없을 것, 미성년자인 자녀가 없을 것이라는 요건도 규정하고 있어 외국에 비해 성별 정정이 매우 엄격하다는 지적이다.

김승환 대표는 “성소수자 4대 인권입법과제는 최소한 가장 시급한 과제들 중 하나다. 저희 결혼식보다 인권입법과제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오후 6시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다. 두 사람은 이날 결혼식을 위해 집회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김조광수 감독은 “축하공연도 많아 단순한 결혼식이라기보다는 축제를 즐기러 와 달라”며 “특히 차별에 반대하는, 차별하지 않으려는 분들이 식에 오셔서 동성애자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차별금지법 반대 국민연대’ 회원 30여 명은 이날 같은 시작에 기자회견 장소 바로 옆에서 스피커 출력을 강하게 올린 후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기자회견 내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들은 “우리 자녀들과 나라 망치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며 “성소수자의 인권을 빌미로 국민 다수를 역차별하는 차별금지법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회원은 “동성애와 주체사상만 보호하고 대다수 국민을 역차별하는 차별금지법 반대한다. 대한민국 연간 5만 병사 군내 강간 성추행 볼모이다”라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기사제휴=참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