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일이다. 세계가 가진 상(像) 위에 나의 상(想)을 얹어서 내어 놓는다. 이는 왜곡이고 변형이나 또 다른 형태의 사실이기도 하다. 사진은 생각하는 사실이다. 곰은 곰곰이 생각하고 본다. 이야기를 읽는다.
빈자리를 찍는다.
그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사진기를 들어 그가 있었던 공간을 살짝 담아낸다.
후에 그 사람과 멀리 떨어지고 나서 다시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여전히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와 그 자리를 채워줄 것 같은 기분에 잠시 설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그가 나에게 남겨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지나가 버린 사진이구나.
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빈자리를 찍는다.
지금은 그냥. 그냥 빈자리다.
몰래 찍을 때의 그 두근거림도
찬 커피잔을 매만지며 적시던 기다림도
온기가 남아있는 의자도 없다.
아이같이 억울한 마음에 괜히 아무 물건이나 가져다
맞은편 자리에 놓고서 새로 사진을 찍어보지만
남은 건 여전히 지나가버린 사진뿐이다.
김태홍
20대 후반.
경북대학교 학생
생긴것도 곰. 식성도 곰. 덩치도 곰. 그래서 아직도 곰
pentax mx, fed micron
필름은 기분 내키는 대로
자가현상은 무리
재밌는게 좋아요. 즐겁게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