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 현장이 신명나는 축제와 연대의장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밀양 송전탑협의체가 제구실을 못한 채 마무리되면서 한국전력은 여름철 전력수급난으로 송전탑 공사가 시급하다며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14일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 온 청도 삼평리 마을에도 시공업체가 공사현장에 나타나 공사재개 움직임을 드러냈다.
이에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삼평리 마을 주민과 청도345kv송전탑건설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15일 오후 5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공사현장 입구에서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한 청도 삼평1리 예비소집의 날’ 행사를 열고, 일방적인 송전탑 공사를 막아내자는 결의를 높였다.
예비소집의 날 행사에는 삼평리 마을주민, 765kv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밀양주민 10여 명과 청도송전탑대책위 소속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마을 주민들은 행사 하루 전인 14일 공사 재개를 위해 공사현장을 찾은 시공사 직원들을 쫓아낸 탓인지 공사 강행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함께 힘을 모으면 송전탑 공사를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송전탑 반대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온 빈기수·이은주 씨 자녀인 빈수현, 빈수환 남매와 삼평리에서 농촌현장활동을 벌인 대구대학교 성빛나 씨가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청도송전탑대책위 공동대표인 백창욱 새민족교회 목사의 ‘싸움의 기술’ 강연으로 행사 시작을 알렸다.
백창욱 목사는 “동부건설 직원들이 들어와서 공사 재개를 위해 말뚝을 치는 걸 주민들이 막아냈다. 말뚝 친다고 갑자기 공사 진행이 되진 않지만,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싹을 잘 잘랐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고, “‘평화를 구걸하면 노예가 되고, 전쟁을 각오하면 평화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 저놈들과 상대할 때 굴복하지 않고 싸우자”고 말했다.
이어진 황성재, 양웅식 씨의 노래 공연으로 분위기가 점차 고조된 가운데 청도 송전탑 반대 싸움에 앞장서 온 이차연, 정두세, 김선자, 추호남 할머니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차연 할머니가 “조금 잠잠할 만하면 쳐들어와 공사를 진행하려 한다. 그렇게 짓고 싶으면 한전 직원들 자기 앞마당에 지어라. 우리는 앞으로도 목숨 걸고 싸울 것”이라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송전탑 막아내자”는 구호로 화답했다.
밀양 평밭마을에서 온 한옥순 할머니는 “우리 한목숨 내놓으면 못할 게 없다. 이 땅 산천초목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면 우리는 이기게 돼 있다”며 “밀양과 청도과 힘을 합쳐 싸우자”고 말했다.
해가 저물어 가자 참가자들은 촛불을 켜기 시작했고, 스카밴드 ‘스카웨이커스’의 공연에 맞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몸을 부대끼며 신명을 더해갔다.
이어 밀양송전탑전문가협의체에 위원으로 참여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송전탑과 관련한 짧은 강연이 열렸다.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밀양과 청도의 어르신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몰랐을 일”이라면서 “원전을 짓고, 송전탑을 일방적으로 짓는 것이 잘못됐다는 걸 도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함께 힘을 모으자”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일정을 마치고 삼평리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비빔밥으로 저녁밥을 먹기 위해 가지런히 줄을 섰다. 어둑한 밤하늘, 깜빡이는 송전탑 불빛이 비치는 송전탑 공사현장 입구에서 할머니들은 삼평리를 찾은 도심의 참가자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