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천萬壽川
마르고 마른 물들이 흐르는 곳
쓰러진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내고 있는 곳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이 있는 곳
복사꽃이 피고 매화꽃이 지고 있는 곳
가마솥에 개장국을 끓여먹었던 주변으로
검게 그을린 돌들이 묻혀 있는 곳
알몸의 아이들이 물 속 을 헤집고 다녀도
아직은 부끄럽지 않던 곳
때론 슬픔이 있어
거기 흐르는 물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가던
누군가의 시선이 박혀있을 것만 같은 곳
아랫마을 윗마을 사람들
한 번쯤은 여름 한 철 발 담그고 놀았던 곳
범람의 흙탕물로 솟구치다가도
마르고 마른 물로 되돌아와서 흐르는 곳
끝내,
세상의 소리들이 조용히 저물어 가는
만수천萬壽川
*녹아내리는 더위에 지쳐 산으로 바다로 사람들이 떠난다.
휴가철이다. 이 동네도 먹고 살기 위해 힘겹게 뒹굴다 짧은 휴가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휴가조차 무급 처리되는 열악한 곳에서 일 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휴가비조차 받지 못하고 겨우 여비를 마련해서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휴가 이후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이 자신의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이왕 이렇게 된 거 잠시라도 푹 쉬다가 잠시라도 시원하게 물놀이도 하다가 잠시라도 바람을 맞으면서 건강하게 보내고 돌아가시라.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