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려 한다. 보통은 남부 지방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올해 장마는 이례적으로 중부지방부터 시작한단다. 지구 온난화로 날씨마저 종잡을 수 없다. ‘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옛 속담도 있지만, 요즘은 집중호우가 많아져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올해는 큰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
풍다우주(風茶雨酒)라 했던가. 바람 불면 차 한 잔이고 비가 오면 술 한잔한다는데, 요즘 비는 도시 사람이든 농부든 이런 여유를 즐길만한 비가 아니게 되었다. 하루이틀 벌어 생계를 이어가는 노점상들은 이런 비가 반가울 리 없다. 하루쯤 날씨 핑계 대고 놀 수도 있겠지만, 어디 우리 생활이 그런가. 하루라도 좌판을 열지 않으면 당장 생활비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그게 하루 정도 비가 아니라 며칠씩 계속되는 장마나 태풍일 때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번듯한 실내 매장이라도 있으면야 좋겠지만, 길에서 노점을 여는 이들은, 이런 장마 기간에는 손님도 적고 노점을 펼치기에도 상그럽다.
한 아이가 있다. 엄마 아빠는 지하철 입구에서 노점을 하신다. 눈치가 있는 터라 비 오는 날이면 엄마 아빠가 일을 나가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 아빠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일기예보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지만, 아이는 내심 엄마 아빠가 일을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엄마 아빠가 집에 있으면 같이 놀 수도 있고 맛있는 것도 해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다.
학교에서 배울 때는 비가 와야만 농사도 풍년이 들고, 화단의 꽃도 잘 자란다고 배웠는데, 노점상은 그렇지가 않다. 학교 교과서에 비 오는 날 노점상 이야기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는 저녁에 일기를 펼쳐 들고 쓴다. “우리 엄마 아빠는 비만 오면 싫다고 한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이면 엄마 아빠가 집에 있어 나는 참 좋다”라고
예전에 자동차 만드는 공장에 다니는 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휴일에 맨날 공장에 나가 일을 했는데, 하루는 휴일에 한 번 쉬려고 집에 있으니 아이놈이 아빠가 일요일에 집에 있으니 이상하다는 말을 하더라고. 그 말을 듣고 ‘참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고 조금은 서글펐단다.
영국인가 어딘가에서 누군가 조사를 했는데, 아빠가 평생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계산해 봤더니 평생을 통틀어 채 몇 달이 안 되더란다. 얼마 전 YTN 뉴스에서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는 아이가 성적도 좋다는 보도가 나왔다. 꼭 성적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과 대화가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아이와 함께 있는 것. 이것이 순리이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히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한다. 놀기 위해서 세상에 온다고 하지 않던가. 이제 장마가 시작되면 비 오는 날 여전히 하얀 비닐을 쓰고 하루 일을 나온 우리 노점상분들의 수레와 좌판이 가로수처럼 서 있을 것이다. 그 비닐 안에서 한 가족의 삶과 아이들의 꿈이 영글 것이다. 내리는 비로 눈은 흐려질 것이지만, 가슴에 닿는 시선으로 바로 보고 같이 비를 맞자.
비오는날
- 노점상 아이 일기 중에서
김영철*
길에서 장사하는
엄마 아빠는
비만 온다하면
텔레비전 앞에 종일
일기 예보만 듣는다
비가 와야만
농사도 풍년이 되고
화단에 꽃도 잘 자라는데
엄마 아빠는 비만오면 싫다고 한다
그래도
비오는 날이면
엄마 아빠가 집에있어
나는 참 좋다
김영철 : 해방글터 동인 / 2006년 시집 『길에서 부르는 노래』 발간 - 도서출판 풀무질, 전국노점상총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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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화예술단 일터 활동
1997년 솔로활동 시작
2007년 창작곡 1집 “빵과 서커스” 만듦
2010년 아이들 글에 붙인 창작 동요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만듦
현재 우창수와 장난감밴드 활동 /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대표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http://cafe.daum.net/woo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