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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6월10일 12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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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안 칼럼(19)] 병 이외의 아픔은 환자의 몫이 아닙니다
시민의 의료와 치료는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다

한지안 dean0366@gmail.com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아버지는 한번도 흔들리지 않고 걸음을 옮긴 적이 없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몸이 불편하였던 아버지는 시간이 지나고, 삶의 무게가 늘어날수록 더욱 그 걸음걸이는 흔들렸습니다. 학창시절 집에 돌아오면 아침에 포개어지지 못한 이불에 그대로 누워계신 아버지를 만나는 날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좋다는 약재를 다 구해오시고, 전국의 유명하다는 한의원, 침, 뜸 방을 다 다니셨지만, 정작 동네 의원 한 번 찾아가 본적이 없었습니다. 감기몸살 약이라도 받으려하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병원을 가보라는 자식들에게 바보같은 소리 말라며 역정을 내시며 아버지는 종합감기약을 진통제 삼아 며칠을 그렇게 누운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을 가서 중병의 진단을 받게 되고, 입원을 하시게 되면 여섯 식구의 어려운 가계가 더욱 더 어려워 질까봐 아버지는 그냥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을 몸소 실천하였을 것입니다.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들이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보건의료노조]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였습니다. 경영수지 적자, 경상남도 부채증가를 이유로 환자 진료가 진행 중이던 진주의료원 폐업을 선언하고, 환자를 민간의료시설로 내쫓았습니다. 노조, 환자,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였지만, 아직 세 분의 환자가 병원에 남아있음에도 고집을 꺽지 않고 이 모든 책임을 노조에 돌렸습니다. 진주의료원 노조가 강성노조라는 이유가 폐업진행에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34개 지방의료원 임금의 80% 수준의 임금을 받고도, 2008년부터 6년간 임금을 동결한 노조를 강성노조라고 말하는 것은 참 많이 들어 온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겠지만, 이것은 늘 들어오던 누군가의 논리인지라 차치해 두겠습니다. 그렇지만 이윤의 논리를 앞세워 공공의료기관을 없앤다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같은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이유 등의 이유로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비율이 이미 20.3%에 달하고 있고, 중증질환으로 가계를 파탄 낼 수 있는 재난적 의료 비율이 전체의료의 2.96%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41만 가구가 의료를 위해 전세금을 헐거나 재산을 처분하고, 13만 가구는 사채를 사용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부부담 보건료는 OECD평균의 1/5이며, 개인부담 의료비는 OECD국가 중 최고에 이르는 등, 의료 및 건강에 대한 부담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 중 한명이라도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넉넉하지 못한 가정 경제가 파탄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의료시스템 하에서 저소득층의 의료비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던 진주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영수지 압박에 시달리고,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진주의료원처럼 폐업의 수순에 놓여, 지역 주민의 건강권은 더욱 심하게 유린되고 있습니다.

지금 여당과 보건복지부에서도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주의료원 폐업이 단지 진주의료원 폐업 하나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시장질서에서 자본과 정권이 사람의 생명과 건강마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들어 버린 현재의 상황이 진주의료원 폐업 같은 극단적 모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민간보험사의 성장을 돕고, 영리병원을 허용함으로써 공공이 책임져야할 영역을 민간의 이익을 위해 조금씩 민간시장으로 떠 넘기는 신자유주의 세력 모두에게 진주의료원 폐업의 책임이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노동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노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가치의 창출을 모두가 나누어 가지듯, 개인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것 역시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가족의 한 구성원이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그가 속한 공동체가 파괴된다면, 가난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죽음의 권리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구성원을 죽음에 몰아넣은 국가와 사회는 또 하나의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습니다.

모든 사람이 몸이 불편하건, 그렇지 않건, 나이가 많아 약값이 많이 들건, 그렇지 않건, 병이라는 것이 주는 고통 이외에 경제적 심리적 고통을 겪지 않아야 합니다. 이 경제적, 심리적 고통의 강요는 사회와 국가가 기본적 권리인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국민에게 스스로의 몸은 스스로 지키라고, 시민 개개인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환갑이 넘은 아버지가 태어나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하던 날, 그이가 가족들에게 건넨 말은 ‘미안하다’였습니다. 가족이 그에게 처음 건넨 말도 ‘미안하다’였습니다. 매끼니 열댓개의 약을 챙겨먹어야 하는 환갑이 넘은 노인과 그의 가족은 평생 그렇게 서로에게 죄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의 몸의 아픔에 마음이 아픔이 되지 않길, 그 아픔이 서로를 죄인으로 만들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한지안 dean03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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