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복지 혜택을 늘린다는 데 왜 내겐 혜택이 없을까? 복지는 불쌍한 사람들만 누리는 부끄러운 것일까? 최근 들어 ‘복지’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뭔가 모르게 복잡하다. 구체적으로 복지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게다가 날은 무더워지고 있다. 퇴근하고 집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무슨 재미난 일 없을까….
그렇다면 대구 사회복지영화제를 둘러보는건 어떨까?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대구 사회복지영화제 ‘영화, 복지를 만나다’는 사회복지를 주제로 열리는 전국 유일의 영화제다. 오는 29일(수)부터 다음달 2일(일)까지 5일간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에서 11편의 사회복지관련 영화를 총 21회 상영하는 사회복지영화제는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준비됐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사회복지관 등이 직접 재정을 마련하고 영화제를 진행한다. 입장료는 받지 않지만 ‘무료상영’은 아니다. 20여개 단체들이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기금을 모았기 때문에 ‘사회적 기금 상영’이라 할 수 있다. 영화제를 위한 사회적 모금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동참하고 싶다면 굿펀딩http://www.goodfunding.net을 방문해 '사회복지영화제'를 검색하면 된다.
생소한 주제의 영화제인데다가,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다고 해서 어렵고 딱딱한 영화만 상영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주최 단체들이 1년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해 선정한 영화는 복잡한 예술 영화를 지향하지 않는다. 오늘날 사회문제 최전선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담긴 최근작들을 엄선했다. 우리나라와 자주 비교되는 일본의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도 3편이나 상영한다. 인터넷을 통해서 다운받기도 힘든 영화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멜로와 코미디가 가미된 극영화 3편 등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감동과 재미도 제공한다.
올해 사회복지영화제의 핵심 화두는 ‘노동’이다. 개막작 <울면서 달리기>는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로 인해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감독은 한 명문 사립대학 경영학 학회의 내부를 관찰하며 이들이 바라본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폐막작 <탐욕의 제국>은 현재진행형인 삼성반도체 공장의 산업 재해 문제를 다룬 ‘핫’한 작품이다. 깨끗한 방에서 하얀 방진복, 하얀 방진모, 하얀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놓고 일했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의 고민을 재확인한다.
국내 신작다큐멘터리 3편도 놓칠 수 없다. <불안>은 정규직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적 가치 실현과 기업 이윤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다음, 네이버 등 대기업을 그만 둔 젊은이들은 대안적 패션기업을 설립해 봉제 노동자와 디자이너의 착취와 환경오염에 기초한 한국 의류 산업구조에 영향을 주고 싶어 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사회적 가치와 이윤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를 되짚어 볼 좋은 기회다.
또, 인천 송도 신도시 이전과 관련한 장경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동구 밖>은 도시개발로 인한 지역사회 붕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여러 모습을 제시한다. .
<달리는 꿈의 상자, 모모>는 그동안 복지영역에서도 부각되지 못한 문화접근성의 불평등을 일본 사례를 통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재일한국인 영화제작자 이봉우씨는 영화관이 없는 마을에 영화를 전하기 위해 일본 최초의 이동영화관을 만든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 지역을 방문해 영화제를 개최하고 주민들과 희망을 나눈다. 와이파이도 차별 없이 전국 곳곳에 터진다는데, 높게 들어선 멀티플렉스는 대도시 도심에만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을 제공한다.
일본 영화로는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3편을 상영한다. 오사카에서 실제 일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숙인들의 참정권 확보를 위한 싸움을 담은 재일동포 김임만 감독의 <카마가사키 권리 찾기>, 민영화 위기에 봉착한 일본 공공임대주택회사의 이야기를 다룬 <굿바이 UR-일본 공공주택의 위기>, 그룹홈의 아이들과 직원들, 대안가정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보육교사의 일상을 다룬 <저를 보내지 마세요, 제발>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신병원을 없앤 나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위 캔 두 댓>, 알프스 산자락의 풍요한 여가생활의 상징인 스키장과 대비되는 남매의 삶을 다룬 <시스터>, 시각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터치 오브 라이트> 등 3편의 극영화도 준비돼 있다. <터치 오브 라이트>는 베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된다.
한편, 이번 사회복지영화제에는 개막작 <울면서 달리기>의 오현민 감독, 폐막작 <탐욕의 제국>의 홍리경 감독 등 감독과의 대화(GV)도 6차례 마련됐다. 자비로 한국을 찾겠다며 흔쾌히 승낙한 <저를 보내지 마세요, 제발>의 타치가와 카즈야 감독의 GV도 관심을 끈다.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사회복지영화제 페이지(www.facebook.com/swffindaegu)를 방문하거나, 사회복지영화제 사무국(우리복지시민연합 053-628-2590~1)으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