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3) 시험 빵점 맞은 날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오피니언 > 칼럼 >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뉴스관리툴 2013년05월06일 17시16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3) 시험 빵점 맞은 날
창수 아저씨는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구구단을 다 못 외웠다

우창수(가수, 작곡가) dwcsoo@hanmail.net

1986년 1월 15일 새벽, 전교1등을 하던 한 여중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문에 공개된 그 여중생의 유서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글귀가 있었다. 유서는 참교육운동의 화두가 되었다. 2013년 3월, 경북지역의 한 자율형 사립고의 성적이 우수했던 고교생도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투신직전 엄마에게 카카오톡으로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두 아이의 유서 사이엔 26년의 간격이 있다. 1986년의 아이와 2013년 아이의 유서는 다르지 않다.

모처럼 화창한 5월의 날씨다. 이 푸르름 때문이라도 밝고 푸른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아이들의 영혼은 캄캄한 벽 속에 갇혀있다. 아이들이 목숨을 버린 이야기는 이제 신문지상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그러고도 세상은, 교육은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많은 분이 애를 쓰신다. 대안학교가 생겼고, 무슨 무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아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도 종종 보아왔다.

나도 1주일에 한 번 아이들과 만나 노래를 가르치고, 세상의 여러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아이들과 만나는 솜씨가 서툴러 함께 있다 보면 아이들과 비슷해진다. 1주일에 한 번 또 같이 공연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아이들은 꾸준히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면 믿어주고 신뢰해 준다. 그래도 아이들의 장난은 못 말린다. 가사 바꾸기는 기본이고 어떤 때는 그 맹랑함에 당황하기도 한다. 누가 말했던가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 아이는 없다”라고.

이 말은 진리인 것 같다. 어른들이 잘못한다. 정치도 그렇고, 일터도 그렇고, 심지어 학교도 그렇다. 아이들이 다 배운다.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다 듣는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갈 때쯤 아이들은 깨닫게 된다. 마치 크리스마스이브에 양말 속에 선물을 주고 가는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자신이 시험과 경쟁, 대학이라는 한국사회의 교육 시스템 안에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서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른들이 그런 것처럼 돈의 힘과 학벌에 기초한 이 사회를 바라보며, 어떤 아이는 그것에 충실하고, 어떤 아이는 그 시스템 안에서 몸부림치다 목숨을 버리며, 어떤 아이들은 냉소하며 포기해 버린다. 이게 스무살이 되기 전에 아이들이 겪는 현실이다.

이와 반대로 한편으로 내 아이는 달라야 한다는 익지 않은 생각들이 감동 없는 지식만을 가지는 아이를 만들어낸다. 진보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부모들이 그렇다. 그런 아이들의 오만함을 나는 종종 본다. 나는 너와 다르다는 아는데,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는 것은 잘 모른다. 이것 또한 부모의 잘못된 욕망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자식의 문제에서 이율배반적인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를 아이답게 쳐다보아야 한다.

내 말이 아니다. 소파(小波) 방정환 선생은 1922년 5월 1일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 보아 주시오” 라고. 90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 등과 함께 조선의 소년운동을 이끌었던 소춘(小春) 김기전 선생은 또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무를 보라 그 줄기와 뿌리 전체는 오로지 그 적고 적은 햇순 하나 떠받치고 있지 아니한가?”라고. 나는 요즘 먼 옛날이야기 같지만, 어린이 운동의 배경이 된 동학과 북미 인디언들이 아이들에게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가르치는 여러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또, 누군가는 나에게 그러다 아이를 망치겠다고 이야기할지 모르겠지만, 그럼 지금처럼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건지 되묻고 싶다.

▲필자의 초등학교 소풍 때 사진

11살 연주가 노래를 만들었다고 핸드폰에 녹음한 것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제목은 ‘시험 빵점 맞은 날’이란다. 가사를 들어보고 나서 “니 진짜 시험 빵점 맞았나?”하고 물었다. 아니란다. 시험 빵점 맞은 적은 없는데 혹 빵점 맞으면 이랬으면 좋겠단다. 노래를 다듬어 음반에 실었다. 악보집을 내면서 나는 악보 옆 글에 내 초등학교 이야기를 썼다. 아래에 그 글을 옮겨 적는다. 이 글을 보고 아이들이 가끔 놀려서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놀린다. 우리 선생님은 가난뱅이라고.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창수 아저씨는 돈(화폐)이 없을 뿐이지 가난하지도 잘 못사는 것도 아니라고. 이쁜 각시 동그리이모와 결혼했잖아!

 

폐교된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있는 비문

교 적 비

두서초등학교 . 두남 분교 터
1950년 4월 20일 개교하여 졸업생 1,660명을
배출하고 1999년 3월 1일 문을 닫았음

1999년 3월 1일 울산광역시 교육감

창수 아저씨는 학년에 1학급만 있는 아주 작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창수 아저씨는 초등학교 때 시험에서 자연 한 문제만 틀리고 다 백점 맞은 적이있다.
창수 아저씨는 초등학교 4학년때 까지 구구단을 다 못 외웠다.
창수 아저씨는 고등학교 때 수학시험에서 16점을 맞은적이 있다.

빵점은 진짜로 진짜로 맞은적이 없다.



시험빵점맞은날  (마우스 우클릭 후 다른이름으로 대상 저장 누르셔야 합니다)

악보 다운받기  (마우스 우클릭 후 다른이름으로 대상 저장 누르셔야 합니다)


노동문화예술단 일터 활동
1997년 솔로활동 시작
2007년 창작곡 1집 “빵과 서커스” 만듦
2010년 아이들 글에 붙인 창작 동요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만듦
현재 우창수와 장난감밴드 활동 /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대표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http://cafe.daum.net/woo2011  

우창수(가수, 작곡가) dwcsoo@hanmail.net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2) 노동절에 어떤 노래를 부르지 ?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1)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0) 밥 한 그릇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9) 노래로 자라는 텃밭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8) 천국에서 온 김밥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7) 신선동 편지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6) 이씨 아저씨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5) 하여도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4) 어화넘자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3) 아들에게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2) 기타치는 은빛 배짱이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1)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0)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의 차이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9) 우리가 영성음악제를 여는 이유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6) 자신이 음치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5) 총파업의 추억 “기계를 멈춰”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4) 신경현 시인의 시노래 “정기 건강검진”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3) 빵과 서커스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 넌 우리와 다르지 않아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 아이들에게 생명을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4) 임을 위한 행진곡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5) 사람이 그립지 않소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7) 껍데기는 가라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28) 울고 싶어요? 나도 그래요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9) 수업 좀 잘하고 싶다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79242069  입력
다음기사 :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4) 임을 위한 행진곡 (2013-05-20 14:29:07)
이전기사 :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2) 노동절에 어떤 노래를 부르지 ? (2013-04-22 19:56:11)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