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경제서는 어떻게 하면 돈벌이를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돈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시장의 원리를 설명해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간혹 공동체, 환경의 범주에서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한 이야기가 고작이다.
<작은 경제학자를 위한 자본주의 교과서>는 경제 전반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원리로 경제가 작동하는지 경제현상의 근본 원인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 놓고 있다. 그리고 그의 평소 지론답게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풍성한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경제서이다. 중간 중간 그림도 삽입하고 용어 설명도 곁들여 어린이, 청소년이 쉽게 다가가도록 했고, 때로는 어른이 읽어도 무방할 만큼 상세한 내용과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외에도 자본주의 역사와 한국에서 자본주의 발달과정을 통해 일제와 박정희 시대의 평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자본주의에 관한 전망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다.
‘경제’는 돈벌이가 아니라 살림살이를 의미하며 삶의 과정 그 자체라고 강수돌은 말한다. 그래서 특히, 어린이를 위한 경제교육은 돈벌이 교육이 아니라 삶의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 강수돌은 어린이 경제교육이 “우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서 현실의 경제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런 다음 가족의 일상적 경제생활을 사례탐구 한다든지 자기 지역, 나라 전체의 경제 활동을 조사하고 살림살이의 입장에서 토론을 권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각 단계마다 개념적 학습과 사리분별력을 키우는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서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경제 문제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하며 다른 사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실천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어린이 경제 교육관은 이 책에 그대로 녹아나 있다.
자본주의의 과거에서는 화폐의 탄생 배경부터 자본주의 탄생 배경과 역사, 자본주의를 바꾼 굵직한 사건을 소개한다. 구체적으로 제 3세계에 식민지를 만드는 제국주의의 폭력과 식민지 쟁탈전이었던 세계대전, 경제 대공황을 생산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자본 운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 3권을 통해 노동자 파업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다. 파업이나 노조활동이 사회 공익과 대립한다는 말을 ‘노동자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에서 과연 공익이라는 게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통해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자고 파업을 하거나 노조 활동 자체가 공익이라고 강조한다.
한편으로 기술 발달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자에게는 노동 강도의 강화와 고용 감소, 노동 감시로 그리고, 자본가에게는 이윤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발달한 기술이 노동의 인간화에 쓰이지 않고, 이윤 추구에 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봉건제와 중상주의에 반대하여) 자유 시장과 자유경쟁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 자본주의의 본질과 모순을 주장한 칼 마르크스,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케인스, 그리고 이윤 추구라는 자기 동력을 가진 시장은 인간이 만든 제도로 사회에 파괴적 영향을 가져오므로 호혜, 재분배, 선물의 원리를 대안으로 제시한 칼 폴라니를 통해 경제학이 제시한 문제와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다음 일상적 경제생활 내지 자기 지역, 나라 전체의 경제 활동을 조사하고,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 발전과정을 살림살이 측면에서 토론을 권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일제 강점기 시기의 산업화가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는지, 종속만 강화했는지 독자의 토론을 권한다. 또한, 박정희 시기의 경제개발은 국내에선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계획, 해외에선 베트남 전쟁 등을 거치면서 성장하였고, 대외적으로는 냉전체제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세계 전략 가운데 원조나 차관이라는 막대한 지원을 받았고, 무엇보다 ‘말 잘 듣고 일 잘하는 근면 성실한 노동력’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박정희를 말할 때 비록 독재는 했지만 ‘경제적 성장을 이룬 업적은 칭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박정희의 능력이 대단해서 경제 성장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즉, 박정희 시기의 경제성장 과정은 ‘미국에 대한 종속이 심해진 시기였고, 인권과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독재의 과정이기도 하다’며 박정희 체제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한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탄생 배경과 개념, 개방화. 탈규제화, 사유화, 유연화의 특징을 통해 초국적 자본과 금융 자본의 전 지구적 이윤 독점화가 세계화의 본질이라고 밝힌다. 자본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지만 노동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빈부 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다고 한다. 한쪽의 풍요는 다른 쪽의 빈곤을 기반으로 한다며 절대빈곤(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층의 실상을 밝히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금융 대위기로 폭발했으며, 이런 상황 탓에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던 자본가들이 위기에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이중적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핵무장의 전략으로서의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과 극복방안을 제시한다. 한편, 이런 자본주의에 맞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싸우는 세금 거부자들과 자발적 유목민들, 경쟁과 이윤 체제 극복을 위한 소규모 공동체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도 할 수 있는 조그만 실천으로 공정 무역, 윤리적 소비를 소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더불어 사는 삶의 관점에서 텃밭 농사와 유기농산물 소비를 통한 농촌, 도시민, 땅을 살리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복지국가의 긍정성을 인정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국가의 시장 개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나 서민의 최저생계비나 노동권을 보호해서 유효소비를 창출하는 복지국가 시스템이 당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소득이나 재산이 불평등한 사회구조 문제는 내버려 두고 세금이나 복지 혜택으로 나중에 다시 분배하는 제도는 한계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소득과 재산 불평등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마을 공동체나 지역화폐의 시도 역시 고립된 섬으로 머물지 않고 동시에 사회구조 변화를 같이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수돌은 살림살이 경제의 입장에서 이윤과 경쟁 체제의 극복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가령, 자본주의에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부를 분배받는다. 하지만 능력이란 돈이며, 그래서 자본이 있으면 자본가가 되고 자본이 없으면 노동자가 된다. 그리고 같은 노동자라도 남녀, 학력, 규모, 직급, 산업, 직종, 나이, 인종에 따라 임금이 다르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커지면 서로 경쟁도 치열하고, 열심히 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자본가에게 이익이 된다. 그래서 강수돌은 ‘나는 남자고 일류대학을 나왔으니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하고, 너는 여자고 고졸이니 적게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수록 세상은 암울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는 낙수효과를 근거로 성장이데올로기를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수의 99%, 노동자 수의 88%가 중소기업인데도 경제는 10대 또는 100대 기업들이 좌우하고 있는 현상은 낙수효과가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고발한다.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은 자원 고갈로, 사람에게는 만성 피로, 스트레스, 과로사, 산업재해로 나타나고, 그 외에도 고용 없는 성장, 비정규직 양산, 노동 소외, 기후 위기, 식량 대란 등등의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강수돌은 자본주의는 영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강수돌이 꿈꾸는 대안 사회는 ‘소량 생산, 소량 운반, 소량 소비, 전부 재활을 핵심으로 하는 새 양식이 필요하고 곳곳에 중소 규모의 생산단지가 있어야 한다. 에너지는 자연적이고 재생 가능해야 되며 생산되는 물품은 생계 충족과 삶의 질 향상에 꼭 필요한 것만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과정도 협동하고 토론으로 합의를 이루고 효율성보다 인간성을 중시하는 사회’라고 소개한다. 이런 사회가 가능하려면 오랜 시간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만성피로에 쌓여서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 아이와 어른이 있다면, 아니 상호 협력과 자신의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또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꼭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