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마당극과 거리극을 위주로 삶의 현장을 누벼온 극단 ‘함께사는세상(함세상)’의 2013단막극전 <배우찾기2>가 4월 첫선을 보인다.
<배우찾기2>는 배우 개인이 창작, 연출, 연기까지 도맡아 그동안 함세상 작품에선 볼 수 없었던 배우 개개인의 색깔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배우찾기2>는 오는 4월 4일부터 7일까지 ‘씨어터 우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5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4편의 작품이 1시간 40분간 이어진다.
극의 서문을 열 <비밀통로>는 배우 박희진이 11살짜리 소년과 입담 좋은 ‘슈퍼 아주머니’ 역을 넘나든다. 생활고에 쫓겨 집나간 엄마, 막노동과 술로 세월을 보낸 아빠를 둔 11살짜리 소년은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 혼자놀기에 여념이 없다. 잘 씻지도 않아 주변 친구들은 소년을 멀리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자유뿐인 소년은 비밀의 통로를 발견한다. 구성진 입담을 담아내는 슈퍼 아주머니의 공간과 소년은 어떻게 마주할까?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결국,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11살 소년과 아주머니를 넘나든 배우 박희진의 말이다.
재기 넘치는 배우 신현동은 작품 <도저히 용사가 안 된다>를 통해 오늘날 취업준비생의 현실을 판타지화 한다. ‘인턴용사’를 거쳐 용사가 되고자 마법의 검을 찾아 나선 K는 신비의 동굴로 향한다. 하지만 K는 마법의 검을 눈앞에 두고도 또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인턴과 면접을 거쳐 정규직 문턱 앞에서 쫓기는 오늘날의 구직자. 무엇보다 여러 시험 과정에서 쫓기는 심경과 마지막 문턱에서 갈등하는 신현동의 표정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곧 방영을 앞둔 16부작짜리 KBS2드라마 <직장의 신>을 15분으로 압축한 판타지가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하며 혼자 집중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신현동은 “용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서 우물쭈물하는 K는 쫓겨 사는 취업준비생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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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통로>의 박희진(왼쪽)과 <도저히 용사가 안된다>의 신현동(오른쪽) | | |
한 마디 대사 없이 25분의 러닝타임을 소화하는 배우 조인재의 <평범한 사람>은 소품을 활용한 몸짓으로 극을 온전히 지배한다. 고단한 노동자는 김광석의 노래와 소주로 고단함을 달래고는 다음날 공장으로 출근한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지만 그에게 닥친 갑작스런 통보. 어쩌면 배우는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문이 막힌 것일 수도 있다. 그의 울부짖는 몸부림이 지루하지 않은 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향한 분노와 저항에 대한 공감 때문이지 않을까.
조인재는 “몸짓만으로 살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 극단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망루, 송전탑에 오른 사람과 우리 사회를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몸짓으로 드러내는 그의 작품은 슬프지만 흥미롭다.
백운선과 강신욱이 연출하고 연기하는 <간난이>는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서사가 담긴 작품이다. 노파는 산골마을에서 홀로 암소 ‘간난이’를 키우며 산다. 남편은 먼저 하늘로 떠내보냈고, 자식들도 객지에 나가 있어 노파에게 유일한 식구는 암소 ‘간난이’다. 스물다섯 해, 평균수명을 훌쩍 넘겨 살아낸 간난이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까지 새끼를 배고 출산을 앞둔다. 예정일보다 한 달여 앞서 출산을 준비하는 간난이를 바라보는 노파는 애가 탄다.
“만났으면 죽음이란 걸로 헤어지는데, 서로 사랑하게 되면 집착하고, 헤어져야 하는데도 놓아주지 못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배우 백운선의 말처럼, 꼭 사람과 사람이 아닌 모든 것들과의 관계에서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는 우리의 삶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언뜻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소와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애잔한 감정과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한다.
배우 개인의 개성을 살린 <배우찾기2>에서도 극단 함세상의 구수한 입담과 사회와의 소통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들은 관객을 타자로 만들지 않는다. 극에 등장하는 소년, 아줌마, 용사준비생, 노동자, 소, 시골 노파는 관객들로 하여금 무차별적 몰입감을 주지도 않으며, 특출난 사람 같은 낯설음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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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사람>의 조인재(왼쪽), <간난이>의 백운선, 강신욱(오른쪽) | | |
극작가 브레히트를 옹호하며 “새로운 의식은 다른 모든 의식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것이지만, 불완전성 자체에 의해서, 활동중인 비판적 불굴의 노동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것이다. 연극이 끝나면 시작하는 배우,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서만 시작하는 배우, 그러나 삶 속에서 배우로서의 새로운 관객”이라는 알튀세르의 말처럼 삶 속에서 배우이자 관객을 모색하는 배우들의 연극은 수런거리는 봄날 좋은 치유제가 아닐까.
<배우찾기2>는 4, 5일 저녁 7시 30분, 6일 오후 4시와 7시 30분, 7일 오후 4시 공연한다. 예매 및 문의는 함세상(053-625-8251)과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에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