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불 속에서 매운 연기 속에서
자작나무는 왜 자작거리면서 울어대는지
냇가에 숨어 있는 작은 물고기들의 한기를
때죽나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강나무 꽃에 묻어있는 알싸한 향기는
어디로 흘러가서 노오란 향기의 바다를 이루는지
거칠게 갈라진 산수유나무의 껍질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의 흔적을 산수유나무는 어떻게 기억하는지
잣나무와 소나무와 리끼다 소나무의 푸른 잎들은
어떻게 자라나야 서로의 이름을 제대로 부를 수 있는지
제비가 돌아올 날을 기다려 꽃을 피우는 제비꽃은
한 번이라도 제비를 쳐다 본 적 있는지
할미꽃의 허리는 왜 그렇게 속절없이 휘고 말았는지
사철나무의 키가 얼마만큼 자라야
그 나무 그늘아래에서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을지
참나무의 열매를 먹고 한 겨울을 나는 다람쥐는
지난겨울 묻어 둔 도토리가 어디서 썩어가고 있는지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벌컥 벌컥 잘도 마셔대는
사람들의 욕망을 고로쇠나무가 슬퍼하는지 아닌지
떠나보내지 못한 미련이
사실은 나를 짓누르고 나를 무겁게 만들었던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돌아 온 새 봄에 물어봐도
모른다
* 기간제 노동자가 되어 몇 일 전부터 휴양림에서 일하게 되었다. 숙박객들이 머물다 간 자리를 청소하거나 건물 내 비치된 물건들이 제대로 있는지 파손된 곳은 없는지를 점검하고 건물 주변을 정리하고 손봐야 할 것이 있으면 손을 보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들이다. 난생 처음 위대한(?)국까의 녹을 먹으려니 이래 저래 걸리는 것도 많고 주문사항도 많다. 머리를 단정하게 깎아야 된다는 둥 항상 웃음 띈 얼굴로 고객을 맞아야 된다는 둥.....하는 일이야 대부분 삽질이거나 망치질이거나 청소가 대부분이리라 휴양림을 찾는 사람들과의 대면도 그리 많지 않은데 굳이 그런 것 까지 다 지키라 하니 나 참.....그래도 어쩌겠는가? 먹고는 살아야지
내가 살고 있는 산내면에도 봄이 왔다. 새도 울고 꽃도 피고 비료포대를 옮기고 옮긴 비료포대를 밭에다 뿌리고 삽질도 하고 호미질도 하고...생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 포크레인과 건설장비를 대동하고 나타나 온천개발을 하려는 희한한 놈들이 나타나 산내의 봄을 망치려 하고 있다. 개발업자는 온천을 할지 안 할지는 땅을 파봐야 안다면서 걱정할 것 없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진정될 수가 없다. 이 마을 대부분이 사실 물이 부족해 어떤 마을은 수시로 단수가 된다고 하는데 온천으로 인한 지하수 고갈 및 오염, 지반 약화등으로 인한 피해는 어쩔것인지에 대해선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람의 믿음은 곧잘 아집과 독선을 넘어 다수의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만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나 또한 그러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자신의 모름에 대해 생각할 때에만 자신을 낮출 수 있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온천개발 업자의 독선과 아집을 비롯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있는 자본과 국까의 전지전능全知全能이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