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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3월16일 02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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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이기자의 9회말 2아웃 (10)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9일 시범경기 일정을 시작한 프로야구는 24일까지 시범경기를 소화한 후, 30일 정규리그를 개막한다. 올해부터 새롭게 합류한 NC다이노스를 비롯해 처음으로 아홉 개 구단이 총 576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빠져 시작한 ‘나’의 야구도 10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리그의 막을 올렸다.

3월 두 번째 일요일 오후 3시 20분, 경북 경산 경산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우리팀은 리그 첫 경기를 가졌다. 첫 경기는 혹시나 했던 기대 하나를 깨뜨렸고, 오래전부터 내려온 명언(?)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해줬다. 깨진 기대는 <신사의 품격> 김하늘 같은 심판은 역시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몸소 체험한 명언은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것.

우리의 첫 상대는 파라다이스. 우리와 마찬가지로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생팀이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는 이미 한 차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팀이었고, 우리가 속한 일요3부 B리그 1호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있는 팀이기도 했다. 1승, 1홈런. 숫자로 파악된 파라다이스는 이전까지 연습경기와는 다른 경험을 우리에게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게 했다.

파라다이스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 초반, 예감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우리 선발은 팀 에이스 최창진 선수.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연습경기에서의 좋은 성적은 최창진 선수의 투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에도 그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런데 1회초 1구가 불안했다. 투수의 손을 떠난 초구는 망설임없이 타자의 몸으로 향했다. 1번타자의 사구 출루는 투수 스스로에게 컨트롤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연이은 2번타자의 볼넷 출루까지. 파라다이스는 1회초에 사구와 볼넷, 도루, 실책 등으로 안타 없이 1점을 얻었다. 찝찝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1회말 찝찝함은 우리 타자들의 맹타로 한순간에 날아갔다. 1번타자로 나선 내가 중견수 방면 안타로 살아나가 2루를 훔치고, 후속타자의 유격수 앞 땅볼로 3루에서 주루사 할 때까지만 해도 찝찝함은 남아있었다. 실책이 많은 사회인야구이기에 양준혁이 한 것처럼 전력질주를 하면 상대 실책을 이끌어낼 수 있을거라 판단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을 때 후속타자들이 맹타를 휘둘렀다. 안타 네 개와 볼넷 하나를 엮어낸 우리는 4점을 득점하며 기분 좋은 리드를 이끌어냈다.

문제는 최창진 선수의 컨디션 난조였다. 2회에도 그는 선두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이어 연속으로 안타 2개를 내주며 2점을 더 실점했다. 솔직히 수비를 하고 있을 땐 주자가 늘 때마다 수비하는 곳으로 공이 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혹시나 내 실책이 상대 득점에 도움을 주는 걸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른다. 다행히 상대는 3루 방면으로는 공을 보내주지 않았고, 후속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잡아낸 투수덕분에 2회 위기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2회말. 경기는 2회에 승부가 결정 나버렸다. 2회 공격에 나선 우리는 9명의 타자가 모두 타석에 들어서는 기염을 토하며 5점을 얻어냈다. 9대3. 승기를 잡은 우리는 3회 상대 공격도 컨디션을 되찾은 최창진 선수의 호투에 힘입어 땅볼과 삼진으로 3자 범퇴로 막아냈다. 큰 점수 차에 마음이 편해졌는지 구속과 컨트롤을 되찾은 우리 에이스의 공을 상대는 섣부르게 공략하지 못했다.

이어진 3회말, 타자일순(1이닝 공격 동안 팀 타자가 9명 이상 타석에 나오는 것)한 우리는 6점을 추가했다. 3회를 마친 상황에서 15대3. 우리가 속한 경산리그는 4회 10점 이상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마무리한다. 콜드게임 룰은 리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경산리그는 4회 10점, 5회 8점, 6회 7점 이상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으로 처리한다.

이미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우리 에이스는 4회 삼진 두개와 투수 플라이로 깔끔하게 상대 공격을 막았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절실히 와 닿는 순간이었다. 이날 상대팀 12개의 아웃카운트 중 절반은 삼진이었다. 삼진 6개. 피안타 3개. 2자책점. 이날 우리 에이스가 남긴 기록이다. 투수의 호투와 불을 뿜어낸 타격에 힘입어 15대3, 첫 경기를 가볍게 승리로 장식했다.

친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이날의 승리는 절반의 농담마저도 진담으로 바꿔도 좋을 만큼의 희망을 보여줬다. 총 11경기. 이중 고작 1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절망의 기운만 모락모락 피어올리는 2013년의 희망을 여기에서라도 찾아 다행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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