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쉬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내 친구
늙은 것도 아니고 젊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를 짊어진 내 친구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거기서 거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어
쉬 잠들지 못하는 내 친구
이미 몸은 무겁고
무거워진 만큼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 몸으로 버텨낸 시간들이
산산히 부서진다고 울고 있는 내 친구
살다보면 좋은날 있을거라고
그래도 열심히 살자는
내 어줍잖은 소리를
알 듯 모를 듯 미소로 받아내는 내 친구
무릎 빠지는 눈길위에서
막차마저 끊긴 그 밤의 눈길위에서
터벅 터벅 술 마시러 함께 걸었던 내 친구
돌아오지 않을 그 길 위에서
쏘아 올렸던 푸른 웃음소리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내 친구
오늘도
끝내 쉬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안을
오십씨씨 텍트에 메달고
탈탈거리며 지나가는 내 친구
* 노랗게 산수유가 피어난다. 붉은 동백도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다가오던 공기도 이젠 표정을 바꾸어 하늘하늘 풀어진 채 다가오고 있다. 지난겨울의 추위와 수많은 죽음들 사이로 또 한 번의 봄이 다가오고 있다. 이 봄의 기운이 이 봄의 따스함이 세상을 영원히 포근하게 덮어주길 기대해보지만 그건 욕심일 뿐....
한 이틀 삽질을 했다.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흙으로 덮는 작업이었다. 겨우 내 얼었던 땅은 봄이라지만 아직은 얼어 있어 삽날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이명박씨의 삽질처럼 내 삽질도 그야말로 삽질 그 자체였다. 이명박씨의 삽질이 무식하고 폭력적이었다면 내 삽질은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서툰 삽질이었다. 해도 해도 진도는 나가지 않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다행히 참으로 나오는 막걸리와 라면 한 가닥에 의지해 오전을 견디고 어찌 어찌 오후를 견뎠다.
삽질을 하면서 몸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몸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구성된 세상을 생각했다.
그 수많은 땀과 눈물의 구성물들이 허무하고 황망한 논리에 의해 소외되는 세상을 생각했다. 서툴기 짝이 없는 삽질의 흔적으로 돋아난 물집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이 물집들이 터지고 터져 단단한 굳은살로 다시 돋아 날 때 세상은 다시 빛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