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부터 햇빛이 살푸시 나오더니 어제 오늘은 폭염의 하늘 입니다.
그제 오전에 큰길 옆의 밭을 지나가다 홀로 감자를 캐고 계시던 할머니를 지나치다 보았습니다.
차를 세우고 인사라도 드릴까하고 밭에 올라섰더니 할머니는 뭔가 혼자,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 기리버서(그리워서) 심었더니 ... 기리버서 심은게 너무 많고 ..."
"앞으론 기리버도 심지 말아야제."
"기리번건 돈으로 사면 안돼니께 심기는 심어야 하고."
대체 무슨 말을 혼자 중얼거리시는지, 하고는 그냥 잠시 듣다가는 궁굼하면 못참는 성미 그대로 물었습니다. "할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아 감자가 기리버서 많이 심었더니 너무 많네."
"감자가 그리워요?"
"아 귀하고 중한 께 기립지."
" 아 그럼 힘들여 심지 말고 조금 사서 드시지요? "
" 뭐라꼬? 그라몬 안돼제. 기리운걸 사먹으면 되남? 기리운건 가까서(가꾸어서) 지성으로 섬겨 챙겨 먹어야제."
순간, 할머니의 그 말씀이 가슴을 찌르르 흔들어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농부 송영욱의 소야골 숲속학교 블로그 “ 그리운 얼굴로 돌아보라 ” 글 가운데 http://blog.naver.com/greensoyagol
위의 글은 내 가 참 좋아하는 농부 송영욱의 블로그에 있는 글 중의 일부이다. 이 글을 읽고 노래를 안 만들 수가 없었다. 노래 제목도 농부 송영욱이 사는 골짜기의 이름을 따서 “소야골 텃밭 바구니”다.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이 노래를 불러 음반에 실었다.
농부 송영욱은 주로 유기농 배추를 재배하는 농부이자 ‘소야골 숲속학교’를 운영하는 숲 안내자이기도 하다. 생긴 걸로야 나보다 조금 못생겼지만(?) 막걸리 마시는 구력으로야 나를 훨씬 앞서있다. 농부 송영욱과 노래하는 우창수가 올해는 부산의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아이들과 가족들, 그리고 원하는 분들과 함께 “노래로 자라는 텃밭”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
일단은 도시에서 베란다 텃밭상자든, 옥상텃밭이든 함께 해보면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소야골 숲속학교로 가서 주로 텃밭이야기를 하며 감자도 심고, 봄나물을 뜯어서 장아찌도 담그고, 오월쑥을 캐서 효소도 담고, 마침내 유기농 배추까지 같이 심어 김장까지 하는 일 년 동안의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시간에 맞춘 일정이긴 하지만 자연의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느긋하게 가 볼 일이다.
 |
| ▲ 지난 토요일 옥상텃밭에 균배양토와 거름을 섞고 있는 개똥이 아이들 ⓒ우창수 | | |
올해 초 나는 집과 연습실을 초량동으로 이사했다. 연습실과 함께 건물 옥탑방으로 이사했는데, 제일 마음에 든 것이 넓은 옥상과 텃밭이었다. 저번에 살던 집에서도 상추며 고추를 심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똥이 아이들과는 그 전해에 부산 한 살림 텃밭을 빌려 조그마한 텃밭을 가꾸었었는데, 집과 거리가 멀어 애를 먹었다. 아이들과 주말농장처럼 가꾸어야 했다. 자고로 텃밭은 아침에 일어나 터벅터벅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야 좋겠다 싶다.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옥상 텃밭 준비를 했다. 먼저 땅심을 북돋아야 하기에 흙살림에서 주문한 균배양토와 다른 거름을 섞어 놓았다. 2주 정도 지나면 본격적으로 옥상 텃밭 농사가 시작될 것인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옥상이다 보니 이놈의 도시 비둘기가 텃밭 씨앗을 가만두질 않는다.
그 퇴치법이 고민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려 해도 정성껏 심은 씨앗을 비둘기에게 빼앗긴 것을 알게 되는 개똥이 아이들의 실망스런 눈빛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농부가 씨앗을 심으면 세알을 심어 하나는 벌레가 먹고 하나는 새가 먹고 하나는 사람이 먹는다지만, 그래도 손바닥만한 옥상 텃밭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인터넷도 뒤져보고 다른 지혜로운 농부들의 퇴치법도 알아봤는데, 보호망을 치는 것과 조류퇴치제라는 생약성분의 약을 치는 것을 고민하다가, 보호망은 비용이 많이 들고, 퇴치약은 아무래도 약 냄새가 식물에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두 가지 다 포기했다. 식물은 자신의 위험을 화학적인 냄새로 동료에게 알리지 않던가! 고민 끝에 가장 식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비둘기를 속이기로 했다. 먼저 고무로 된 모형뱀 두 마리, 은빛으로 햇빛을 반사하는 바람개비 4개, 그리고 비장의 무기 자체제작 독수리 모형이다.
식물은 소리를 다 듣는다. 아니 온몸으로 느낀다. 이완주 박사의 그린음악농법이라는 책을 보면 그 과학적 데이터도 나와 있다. 나는 거의 20년 전에 몇몇 글들을 보면서 식물이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믿고 있었지만, 이완주 박사도 주위의 코웃음을 이겨내며 그린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린음악으로 득을 본 농부들의 이야기는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아이들이 부르는 내 노래 중에 ‘쑥쑥 자라라’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우리 아이들 전래놀이노래인 ‘숨바꼭질’ 가락에 붙여서 부르는 노래인데 아이들에게 씨앗과 모종을 밭에 심은 다음, 이 노래를 부르게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주문처럼 이 노래를 부른다.
쑥쑥 자라라
쑥쑥 자라라 쑥쑥 자라라 햇볕 한줌 이슬 한모금
쑥쑥 자라라 쑥쑥 자라라 바람 한줄기 노래 한자락
쑥쑥 자라라 쑥쑥 자라라 너도 자라고 나도 자란다.
쑥쑥자라라 다운받기 (마우스 우클릭 후 다른이름으로 대상 저장 누르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른 다음 주위를 불러보다 아름드리나무를 발견하곤 내게 묻는다. “선생님 저 나무는 얼마나 노래를 불러 줘서 저렇게 커요?” 나는 또 한 번 마음이 따뜻해진다. ‘노래로 자라는 텃밭’은 술과 담배에 찌들고 거짓말하는 어른의 목소리 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훨씬 식물에도 좋을 것이다. 요번 글엔 노래 두 곡을 들려 드린다. 하나는 씨앗을 심고 부르는 노래이고, 하나는 어른들이 들었으면 하는 노래이다.
소야골텃받바구니 다운받기 (마우스 우클릭 후 다른이름으로 대상 저장 누르셔야 합니다)
악보(소야골텃밭바구니) 다운받기 (마우스 우클릭 후 다른이름으로 대상 저장 누르셔야 합니다)
노동문화예술단 일터 활동
1997년 솔로활동 시작
2007년 창작곡 1집 “빵과 서커스” 만듦
2010년 아이들 글에 붙인 창작 동요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만듦
현재 우창수와 장난감밴드 활동 /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대표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http://cafe.daum.net/woo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