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마음속으로 들어오다
휘돌아 불던 바람이
툇마루로 내려온
한 뼘 햇살의 목덜미를 덮친다
머리 위 메달아 놓은 풍경, 흔들린다
어지럽게 흩어지는 풍경소리
맑지도 못하고 깊지도 못한
꽉찬 내 분노와 울분을 닮았다
멀고 먼 산 그림자 묻어나는
어스름밤이면 살며시 흔들리던
풍경소리가 듣고 싶다
산 그림자처럼 물들어가던
새들의 울음소리,
작고 작은 그 공명을
나는
듣고 싶어진다
* 그야말로 힐링이 대세다. 법륜을 비롯한 웬 희한한 중도 그렇고 김난도인지 난지돈지 하는 어느 대학 교수도 그렇고...자기 성찰과 치유 등을 들먹이며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그 모든 문제는 자신이 겪어야 할 자연스러운 것이니 너무 화내지 말고 차근차근 생각하며 살아가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는 개소리로 사기를 치고 있다.
이곳 사람들(귀농이나 귀촌을 한 사람들)도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런 소리를 하면서 나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분노와 투쟁을 성숙하지 못한 삶의 자세로 치부하면서 자신들의 신념과 이상을 떠벌리듯이 이야기한다. 자기 성찰과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어렵지만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성찰과 치유의 본질을 망각한 채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성찰과 치유 운운하는 것은 결국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의 집합적인 것이 사회다. 사람과 사회 속에서 받은 자신의 상처와 분노는 그 사람과 사회 속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사회로 열리지 않은 성찰과 사회에서 받은 상처에 대한 치유는 결국 사회의 문제를 고쳐나갈 때 가능해진다. 오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철탑농성에서 평택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철탑농성,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농성,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반대투쟁, 제주 강정의 해군기지 반대투쟁 등 그 모든 투쟁 속에서 상처받고 외로워하는 모든 노동자 민중들과의 연대와 투쟁이야말로 사회로 열린, 사회로 향한 진정한 힐링이고 성찰이고 치유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