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8) 천국에서 온 김밥 -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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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2월27일 16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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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8) 천국에서 온 김밥
나는 매년 해남 헌식굿과 영산 줄당기기에 간다

우창수(가수, 작곡가) dwcsoo@hanmail.net

지난해 개똥이 아이들과 함께

나는 몇 년 전에 부산 녹색연합과 함께 어린이 낙동강 하구 생명학교에 참여한 적이 있다. 자연노래 선생님이었는데, 낙동강 하구로 가는 버스 안에서나 아이들과 걸어가는 동안 노래를 함께 부르고 이야기도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들은 우쿨렐레를 들고 노래하는 두꺼비 같은 내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한다. 그리곤 곧 친해진다. 한 아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는 밤 10시에 줄넘기를 한단다. 나는 키가 크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키 크려면 잠을 잘 자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일찍 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엄마가 밤 10시에 줄넘기를 시킨다며 짜증을 낸다. 설마 아무리 딸의 키를 키우고 싶어도 좀 심하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학교에서 줄넘기가 평가에 들어가니 학원에 갔다 와서 밤 10시에 줄넘기를 숙제처럼 한단다. 허허 그것참! 나로서는 좀처럼 상상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줄넘기가 무슨 평가에 반영되고부터는 어렵지 않은 광경이란다. 놀이가 숙제가 되었다. 하기야 예전엔 방과 후에 학교 운동장에 남아 아이들끼리 공한번 차고 가는 일이 흔했지만, 요즘은 다 학원 간다고 운동장이 텅 비어있으니 축구 인원도 안 나오는 게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제는 공을 차려면 주말 축구반에 가든가 방과 후 특별반에 가야 한단다.
    
예나 지금이나 어디 소풍을 가든 놀러 가면, 점심 도시락을 먹을 때가 참 즐거운 시간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니 도시락을 잘 나눠 먹지 않는다. 내 어릴 때는 서로 반찬을 나눠 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지금 아이들은 학교 급식 때 나오는 개인 급식판에 길들여진 모양이다. 하지만 낙동강 하구 생명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먹을거리가 참 정성스럽다. 그런데 학교 소풍이란 말이 현장체험학습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나는 몇 년 전에 알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싸준 김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꿀맛이 아니겠는가. 내 어릴 적 기억으로는 집집마다 김밥 만드는 재료나 솜씨가 조금씩 달라서 다른 아이가 싸온 김밥을 맛보는 재미에 참 신이 났었다. 그때는 그렇게 말했다. “ 너거 엄마 김밥 함 무보자!” 라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단다. “ 너거 동네 김밥 함 무보자!”라고. 나는 또 머리가 복잡해진다. 너거 동네 김밥이라니...? 그렇다. 동네마다 단돈 천 원만 주면 1분도 안 돼서 나오는 김밥집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김밥을 사온다. 물론 가끔 바쁜 일이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그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면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생각해 보니 부모의 마음으로 우째 아이의 나들이 때 맛있는 김밥이며 과일을 안 싸주고 싶겠느냐만은, 아무래도 이 땅의 어머니들이 많이 바쁜 모양이다. 우리네 삶이 힘들어지고 일하는 여성들, 또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을 게다. 그것도 아이를 기르는 일과 가사노동과 직장을 오가며 힘든 시간을 쪼개며 살아야 하는 비정규여성 노동자라면 부모로서 오죽 하것나. 사람의 모성과 부성까지 이렇게 피폐하게 만든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께서는 밥 한 그릇을 알면 만사를 안다고 하셨다.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 밥 한 그릇과 나락 한 알의 우주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부쩍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내가 4년째 가고 있는 땅끝 해남의 동현마을에서 벌어지는 헌식굿에 우리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아이들과 부모님과 함께 밥상순례를 다녀왔다. 매년 부산 한살림분들과 풍물패 여러 분들과 “대보름 밥상순례”의 이름으로 정월 보름 전날 땅끝 해남의 동현마을에서 벌어지는 헌식굿에 간다. 

 
바닷가에 차려진 헌식상

예로부터 땅끝마을은 국제적으로 해상교통이 발달하여 수많은 배가 오갔다. 급기야 배들이 풍랑을 만나 사람들이 수장되기도 했다. 시신들이 해안으로 떠밀려오면 그곳 주민들은 주인 없는 시신들을 거두어 고이 장례를 치러줬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이면 구천을 떠도는 이 원혼들을 모셔다 제삿밥과 함께 거한 굿판을 벌인다. 원혼들까지 배려하는 아름다운 해양문화는 오늘날까지 남아 해남 땅끝마을 근처의 몇몇 마을에서 아직도 이 헌식굿을 치른다. 원혼을 달래는 굿이지만 일 년 한해의 안녕을 비는 마을의 대동굿의 역할도 하는데 마을의 여인들이 준비한 밥을 나눠 먹는 별미가 가히 일품이다. 나는 개똥이 아이들에게 이런 원형질의 굿판에 함께 놀게 하고 싶었다. 해남 대보름 밥상순례는 인간의 노동으로 모든 도리를 다한 후에, 천지간 기운을 밥상에 모시고 그 기운을 돌려드린다. 다시 그 기운과 같이 밥을 나눈다. 천지간 너른 벌에 밥상을 차리고 그 밥을 나눈다. 밥이 우주라고 말하는 것이 말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바로 그 자리가 밥상순례의 의미이다.

헌식상을 나눠먹고 있는 모습

동현마을은 정월 초 이튿날에 당제를 모시고 정월 열나흗날 헌식을 한다. 집에서 제를 모시고 난 후 바닷가 선창으로 음식을 가져와 상을 차린다. 굿패는 마을회관에서 굿을 시작하여 당산입구에 가서 예를 올리고 선창으로 와서 제를 모신다. 굿패는 헌식상이 있는 곳을 돌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밥, 국, 나물, 과일, 생선, 술 등이 올려진 헌식상을 차린다. 제굿이 끝나면 고시레를 하고 마을 아짐들이 자신들이 가져왔던 다라이에서 짚을 깔고 그 위에 음식을 조금씩 놓는다. 이 음식들은 참석한 모든 이들이 함께 나눈다. 이 밥은 용왕밥이요. 걸신들의 밥이 되며 음식을 나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선창에서의 뒤굿과 헌식밥을 함께 나누고 한바탕 신명나게 걸신들과 함께 서로 해원 상생의 굿판을 펼친다. 바닷가 헌식굿을 끝내고 마을회관으로 옮겨 다시 한 번 굿판이 벌어진다. 이때부터는 고단한 노동을 일 년 동안 치러야 할 여성들의 굿판이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으리라.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언젠가 그 기억이 아이들이 커가면서 땅끝 해남의 굿판을 되새기게 된다면, 과학과 유효성만 강조하는 세상에 조금 뒤떨어져 보이고 느리더라도, 나는 또 그 해남 전라도 후레의 땅에 아이들과 함께 갈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 영산 줄당기기 줄

다가오는 삼일절에는 경남 창녕 영산에서 3.1 민속문화제가 열린다. 공식명칭이야 그렇지만 아는 사람들은 “영산 줄땡기기”라 한다.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그런 줄땡기기를 나는 본적이 없다. 영산의 줄땡기기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대구 한살림 천규석 선생님의 글월을 찾아보면 명징하리라. 올해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이번 주말에 (3월3일) 영산에 줄 땡기러 간다. 대구 경북에 있는 분들도 영산이 그리 멀지 않으니 오시라! 이래보니 정월 보름을 전후해서 나는 영기(靈氣)를 받으러 다닌다고 이래저래 바쁘다. 아참 ! 3월1일에는 청도 삼평리 주민들과 함께하는 평화 콘서트 “삼평리에 평화를” 행사가 오후3시부터 삼평리 버스정류장에서 있다한다.

녹색 송전탑! 지나가는 소도 웃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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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화예술단 일터 활동
1997년 솔로활동 시작
2007년 창작곡 1집 “빵과 서커스” 만듦
2010년 아이들 글에 붙인 창작 동요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만듦
현재 우창수와 장난감밴드 활동 /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대표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http://cafe.daum.net/woo2011  

우창수(가수, 작곡가) dwcs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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