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喪家의 밤
숨소리마저 잦아드는 시간
살아있어 아직
시간이 남은 사람들은
저마다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듯
개장국에 밥을 만 사람들의
붉은 잇몸이 보이고
소주도 한잔
맥주도 한잔
주거니 받거니
망인의 강파른 지난 삶이
파랑치듯 흔들리는 사진 한 장
덩그라니 놓여있는
상가喪家의 밤은
점점
담배 연기에 쌓여
깊어간다
구겨진 운동화며 꺾인 구두도
헐레벌떡 뛰어온 가뿐숨을
잠시 접어두고
대책 없이 널브러져 있는
자정 너머
눈물마저 말라버린 시간
이 아득한 시간을 채우는 건
살아 있어야 할
또 다른 이유들
그 이유들이 어우러져
우울한 한 세상을 건너가고 있음을
술에 취하고
슬픔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 거리는
쓸쓸한
상가喪家의 밤
*죽음을 접하고 나서야 삶의 이유들을 되돌아보는 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그리고 새삼 살아간다는 것이 특별한 그 무엇은 아니지만 특별하지 않은 그 무엇의 소중함을 되새기면서 사람들은 힘을 내고 꾸역 꾸역 슬픔을 견뎌내면서 살아간다.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들의 죽음의 이유는 특별하지 않은 그 무엇을 그들로부터 빼앗아 간 자들에 대한 마지막 저항의 몸짓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 마지막 저항의 흔적을 보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결국 눈물로 그 저항의 흔적을 되새길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살아남은 이들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관념과 체념의 벽만은 아닐 것이다. 죽어간 노동자들 또한 살아남은 이들이 그리 허망하게 자신의 죽음을 바라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건져올려야 할 것은 절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희망일 것이다. 죽어간 노동자들에 대한 살아남은 이들의 예의는 죽어간 노동자들의 염원과 부탁을 묵묵히 실천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울지 말고 다시 싸움을 준비하고 두려움 없이 싸워 나가자.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