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눈은 그저 제 길을 가고 있다
사방팔방 가리지 않고
목숨을 걸고 온 몸으로
부화뇌동하지 않고 온몸으로
겁도 없이 부딪히고 짓밟히면서
소리 없이 묵묵히 제 길을 가고 있다
깊고 깊은 겨울 넘어 건너오는 구름과 함께
어두운 얼굴로 눈들은
가뭇거리는 불빛 속으로 가고 있다
흔들리고 난 다음에야
흔들리지 않는 방법을 익힌 갈대들 사이로
입김을 불어 피워낸 서로의 온기를 맞잡은
검고 거칠은 손들과 손들 사이로
어두울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캄캄한 뒷골목의 별빛 아래로
봉두난발의 어지러운 마음속으로
눈은
거침없이 제 길을 가고 있다
아침이면
질척이는 진창으로 남아 있을지라도
먼지에 뒤덮히고 발길에 채일 운명이어도
눈은
그저 제 길을 가고 있다
** 벌써 몇 번째 폭설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리고 여섯인가 일곱인가 기억하기도 싫은 죽음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 죽음의 이름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열사라는 이름으로 기억해야 할까 아니면 부재한 운동의 죽음으로 기억해야 할까? 탄식과 분노를 넘어서야 우리는 더 이상의 슬픈 죽음을 막을 수 있다. 탄식과 분노를 넘어서기 위해 헛된 희망은 필요 없다. 살아 꿈틀되는 운동과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주위에 고통 받고 슬픔에 찬 노동자 민중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마음에 운동의 전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거기에 다른 이설은 있을 수 없다. 당장 울산과 평택의 철탑으로 강정과 밀양과 청도로 가자. 가서 박터지게 싸우자. 길은 따로이 있지 않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