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10대 청소년이 주요한 소비자 대열에 오름에 따라 청소년 취향에 맞는 가게,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눈높이, 관점 등을 고려한 공간은 쉽게 찾기 힘들다. ‘청소년을 위한’이라고 포장했지만, 아무런 콘텐츠 없이 지갑에만 눈독 들이는 장소가 더 많은 실정이다.
앞산마을학교 통통통 기자단이 청소년을 위한 곳을 찾아 나섰다.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착한 가게, 서점’을 직접 찾아 체험하고, 담당자를 인터뷰하여 청소년의 시각에 맞는 진짜 괜찮은 공간을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코너 제목 ‘여,아,나’는 ‘여기는 아름답다, 나이불문 괜찮다 아이가!’의 줄임말이다.
'대통령'과 '아파트 경비원'. 언뜻 생각하면 존재감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직업체계로 분류한다면 둘 다 '비정규직'이다.
큰 액수의 월급을 받고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이지만 5년 뒤면 직장을 잃게 되고, 임기 중에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라도 탄핵당할 수 있다. 반면에 아파트 경비원 등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정규직은 업체 사장님의 눈 밖에 나거나 계약기간이 끝나면 가차 없이 해고된다. 똑같은 비정규직이지만 취업기간 동안 그들이 누리는 권리와 의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의 정도는 차이가 매우 크다.
통통통 기자단은 삶이 팍팍하고 힘든 후자 쪽 비정규직을 만나보기로 했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와 학교 급식 조리사들을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불안함을 함께 들었다.
그리고 미래가 불안한 비정규직 어른들을 포함해 직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오랫동안 사측과 싸우고 있는 분들을 위해 대구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곳도 방문했다.
‘따신밥 한 그릇’ 문헌준 사장
“밥집으로 해고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서울, 대전에서 1, 2, 3호점을 열었고, 대구에서 지난 11월에 오픈한 희망식당. 매주 일요일 자원봉사자 주방장과 1일 점장, 서빙하는 분들이 시간과 마음을 내서 하루 장사를 한다. 그리고 그 수익금 모두는 그대로 기부한다.
궁금했다. 희망식당이 가능하기 위해선 기존 식당영업을 하는 곳을 하루 종일 빌려야 하는데, 그 가게를 매주 일요일마다 빌려주시는 분이 누구인지. 더군다나 ‘희망식당’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가스비, 전기료, 수도비 등을 모두 받지 않는다고 하니 더 궁금했다.
통통통 기자단은 11월 18일 ‘희망식당’을 방문했지만, 가게를 내주신 사장님은 자리를 비우고 없어서 점심만 먹고 돌아왔다. 그리고 22일 드디어 사장님을 만났다.
매주 일요일 마다 희망식당이 열리는 이곳은 서구청 맞은 편 골목 모자보건센터 근처에 위치한 '따신 밥 한그릇' 이라는 밥집이다. 착한 가게인 만큼 이름도 고왔다. ‘따신 밥 한 그릇’ 문헌준 사장님은 대구에 오시기 전에 서울에서 노숙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셨다고 한다. 아래는 문헌준 사장님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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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헌준 사장 [사진:앞산마을학교 통통통 기자단] | | |
-‘따신 밥 한 그릇’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문헌준 사장님 (이하 문) : ‘따신 밥 한 그릇’은 2011년 11월 정식으로 오픈 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문턱 없는 밥집’처럼 음식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지역 사례도 찾아보고, 대구지역 특성에 맞는 밥집 형태를 고민하면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분들과 만나 이 밥집을 열게 되었습니다.
-‘따신 밥 한 그릇’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문 : 밥집의 원래 취지인 나눔과 봉사 이외에도, 이 동네 주민분들의 사랑방이 될 수도 있고, 사회운동 단체가 이 공간에서 밥 한 그릇하며 부담없이 모임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집의 특징 중 하나가 도시락 주문인데, 1회용 도시락이 아니라 회수 가능한 도시락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구요.
손님은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도로변이 아니고 골목안쪽이기 때문이죠. 수익이 그리 높지 않으니 직원도 적습니다. 저와 주방장 둘이서 꾸려나가는데요. 그러다 보니, 저의 노동량이 많습니다. 새벽부터 직접 장을 보고, 서빙하고, 배달 주문받아 배달하고 그릇수거 하고... 제가 몸 하나는 튼튼하다고 자랑하는데, 요즘은 조금씩 힘들어집니다.
-따신 밥 한 그릇은 쪽방 거주민들과도 관계가 있으시죠?
문 : 자원봉사능력개발원, 따신 밥 한 그릇, 쪽방 상담소 등이 한 식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곳 수익금 중 많은 부분이 쪽방 거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여기는 식당이니깐 ‘밥, 반찬’으로 할 수 있는 많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쪽방 거주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반찬 나눔, 무료급식을 진행하구요. 올해 설과 추석 때에는 밥집 공간에서 공동 차례상을 마련했습니다.
사실 쪽방에 사시는 분들은 외롭고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모여 ‘세상은 밥 한 그릇으로 이렇게 따뜻해질 수 있다’고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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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신 밥 한그릇 [사진:앞산마을학교 통통통 기자단] | | |
-매주 일요일에 희망식당에 이 공간을 대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문 : 부당하게 해고당하신 분들, 자신의 권리를 위해 회사와 싸우시는 분들을 위해 저도 뭔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이 밥집이니, 밥으로 할 수 있는 무엇을 고민하던 중에 희망식당을 기획하시는 서창호 씨와 다른 분들을 만나게 됐고, 그 뜻과 취지에 동의했기 때문에 함께 마음을 내게 되었습니다.
-향후 계획이나 알리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문 :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가 필요한 분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이 식당이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밥집이 잘되면 직원도 채용하고, 수익금이 늘어나면 쪽방 거주민들과 함께 많은 것을 나눌 것 같습니다.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 문헌준 사장이 이야기한 ‘문턱 없는 밥집’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공간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접하면서 ‘문턱 없는 밥집’이 다시 살아나길 기원했다.
문헌준 사장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우리 기자단은 희망식당이 돕고자 하는 비정규직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한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와 서울 모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조리사분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그냥 스쳐지나갔지만, 그들의 삶에 귀를 기울이면서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다.
“주민들의 눈이 가장 무서워요”
달서구 모 아파트 경비원 할아버지
-경비원도 '비정규직'에 속하는데, 이로 인한 어려움이나 단점 등이 있나요?
경비원 할아버지 : “현재까지 큰 문제점은 없죠. 하지만 주변의 다른 친구들을 보면, 주민들에게 잘못 보일 경우, 구체적인 사유 없이도 항의가 심하면 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비원 일을 그만두는 주요(대부분) 원인이 무엇인가요?
경비원 할아버지 : 아무래도 나이가 중요하죠. 저도 70이 넘은 지금까지 일하고 있지만, 좀 더 나이가 들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면 강제적으로라도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죠. 다른 경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6, 70이 넘은 나이에 편히 일할 수 있는 직업은 경비뿐이라 자진해서 그만두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주민의 항의나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동을 옮기거나 해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프거나 휴가가 필요해도 제대로 말 못한다”
서울시 모 중학교 조리사 K씨
-조리사 일을 하면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부당한 경험이 있나요?
조리사 K씨 : 다쳤을 때 산재 신청을 해야 하는데 비정규직이라서 해고 당할까 봐 산재 신청 못 하고 자기 돈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회사에 다니다가 다치면 산재 신청을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해고사유가 될까봐, 그냥 제가 제 돈 내고 치료를 받습니다.
-일을 하면서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점은 있나?
조리사 K씨 : “일반 정규직은 일을 하다 특별한 일이 생겨 쉬어야 할 경우에 월차라는 제도를 통해 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쉴 수가 없죠. 쉬게 되면 대신 일하는 사람을 세워놓아야 하고 대신 일하는 사람은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다른 동료들에게 미안합니다. 또 대신 일하는 사람에게 일당을 줘야 하기 때문에 내 돈은 내 돈대로 나갑니다. 그래서 정규직들처럼 휴일이나, 월차 등 쉬어야 하는 날은 당당하게 쉴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가 발표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질환 유병율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훨씬 더 많이 아프고, 한국산업안전공단 2001년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 및 사망 비율이 비정규직이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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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성질환을 앓았거나 증상을 가진 경우(왼쪽 그래프) / 만성질환을 앓았거나 증상을 가진 경우(오른쪽 그래프) [자료;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2003] | | |
비정규직도 엄연한 직장이고, 일한만큼 권리와 의무가 제공되었으면 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에게 ‘노동’만 강요되고 있는 것 같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업무 중에 다쳐도 당당하게 치료비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가 자신의 능력대로 일하고 법으로 보장된 보호는 받았으면 좋겠다.
그들 개개인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개인의 노동 자체가 존중받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