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그놈에 대선이 내게서 야구할 시간을 빼앗아 갔다. 주말마다 내리는 눈, 비, 차가운 날씨도 한몫하긴 했지만 여튼 주범은 대선이다. 대선에선 스포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후보가 당선됐다.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어디에도 사회인 야구를 비롯한 생활 스포츠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은 없지만 우리는 내년에도 야구를 할 거다.
사실 생활 스포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나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내가 알기론). 태릉선수촌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펴는 우리나라에서 생활인들이 야구, 축구, 테니스 같은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쯤으로 치부된다. 특히 사회인 야구는 개인 글러브나 야구화는 기본으로 갖춰야 하고, 더 나아가서 개인 배트 외 기타 장비까지 갖추면 그 비용은 웬만해선 감당하기 어렵다.
사회인 야구는 인프라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미비한 수준이다. 지난 2009년 KBS 예능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은 사회인 야구인들에게 커다란 꿈을 심어주는 ‘꿈의 구장’을 건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꿈의 구장은 프로그램이 종영하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2011년 기초 공사만 겨우 마무리하고 중단됐다.
지난 20일 한국야구위원회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가 조사한 바로는 전국 지자체에 등록된 야구장은 모두 260곳이다. 하지만 2012년 현재 사회인 야구팀은 2만여개로 추산되고 동호인만 40만명에 육박한다. 단순 산술 계산으로 10개팀으로 리그를 운영한다 해도 260개 야구장에서는 2,600개 팀 밖에 뛸 수 없다. 때문에 한 개 구장에서 평일리그, 주말리그, 야간리그 등 다양한 형태로 리그가 구성되어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좋은 야구장 시설은 언감생심 꿈꾸지도 못하고, 리그 경기 외에 연습은 인근 학교 운동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비가 오고 나면 물웅덩이가 생기고, 축구 골대와 농구 골대가 세워져 있는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다 보면 꼭 누구 하나는 다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잘 없어서 한 개 운동장에서 서너팀이 같이 연습하는 일은 일상같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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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경볼파크 1구장 전경 [사진출처 : 대경볼파크 공식홈페이지 http://www.dkballpark.com/] | | |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뜻있는 개인이 나서서 야구장을 건립하고 새로운 리그를 개최하는 형식으로 사회인 야구는 지탱된다. 우리 지역에서도 뜻있는 개인이 나서서 최근 ‘꿈의 구장’을 건립하고 나섰다. 중견기업인이자 사회인 야구 동호인인 김형래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역 일간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김 씨는 지난해 강변 둔치의 한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던 중 불규칙 바운드로 부상을 입었다. 부상으로 한동안 야구를 중단해야 했던 김 씨는 야구를 쉬면서 꿈의 구장 건립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립된 꿈의 구장이 바로 성주군 선남면에 건립된 ‘대경 베이스볼 파크’다.
‘원피스’는 내년부터 이곳 대경 베이스볼 파크에서 개최되는 제1회 대경볼파크배 사회인 야구대회 일요리그에 참가한다. 조명시설까지 완비한 대경볼파크는 구장이 두 개, 타격연습장과 60대 가량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까지 갖춘, 말 그대로 ‘꿈의 구장’이다. 11월부터 참가 리그를 물색하던 우리는 대경볼파크에서 리그 참가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등록을 마쳤다.
우리들은 벌써부터 푸른 잔디가 깔린 야구장에서 시합을 뛰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고작 창단 5개월의 신생팀이고 제대로 된 시합이라곤 한 경기가 전부지만, 푸른 잔디를 밟는 순간 우리는 모두 이승엽과 박찬호가 될 수 있을 거라 꿈꾼다. 기대하시라, 이제 곧 그곳에서의 첫 경험을 전하는 날이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