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검고 두꺼운 손으로도
파도 같은 주름이
깊이 새겨진 손으로도
굳은 살 박힌 옹이진 손으로도
터져 나온 눈물을 막으려는
늙고 초라한 아비의 손으로도
아이의 얼굴에 묻은 붉은 피는
쉴 새 없이 흘러넘치는 죽음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영원히
포탄이 휩쓸고 간 마을과
총알이 스쳐지나간 거리는
무너진 집들 사이로 무수히 피어나는 먼지처럼
온통 뿌옇게 흐려져 있다
미사일과 대포와 총구와 폭력으로 지켜낸
시온의 땅은 오늘 밤도
푸르고 붉은 야광탄 불빛 아래 여전히 빛나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며
요단강 건너 쫓겨난 사람들의 밤은
깊이 들이 마신 눈물로 흥건히 젖어 있다
둥글고 둥근 지구,
그러나 가자지구
살점을 뚫고 튀어나온 허연 뼈가 보이는
말라붙은 피 냄새가 엉켜 붙은
뛰어다니던 아이의 찢겨진 다리가 꿈틀거리는
가자지구는
둥글고 둥글지 못하다
가자지구로 이어진 지구의 모든 길들은
철조망에 가로막혀 철저히 봉쇄되어 울퉁불퉁이다
둥근 지구는 계속해서 돌고 돈다지만
움푹 패인 상처로 남은 가자지구는
오늘도 쫓겨난 사람들의 탄식으로 멈춰서 있다
가자가자지구로
*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설이 불거진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휴전협정이 성사되었다. 길고 긴 겨울 초입의 한기를 뒤로 한 채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 혹한의 겨울 추위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한국의 가난한 노동자 민중 뿐 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을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을 자행했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까맣고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어제 까지만 해도 아버지를 어머니를 바라보던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아무런 죄가 없는 아이들을 그리고 민간인 지역으로 날아든 포탄들....부러진 집터에 남은 건 눈물과 절망 뿐 이었다. 그래도 저들 이스라엘과 미국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그 어떤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UN이라는 있으나 마나한 국제기구도 마찬가지다. 저 멀리 팔레스타인에서 죽어간 아이들과 아비들과 어미들 그리고 이 곳 한국 땅에서 죽음을 맞고 있는 가난한 노동자 민중들의 처지는 한 치도 다를 바 없다. 오늘도 세계 곳곳의 아픔과 눈물로 지구는 둥글게 둥글게 돌지 못한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