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된다. 누구보다도 추운 사람은 이 땅을 살아가는 대다수 민중이지만, 선거의 계절인지라 모두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 한다. 모두 소외받고 고통 받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말한다. 그들이 내놓는 공약이란 것이 다 표로 환산될터이지만 당선되었던 모든 대통령들이 노동자 민중을 외면한 것은 같았다.
한 개인의 의지가 있었다고 믿고 싶지만 애초 그들 주위에 포진한 기득권 세력과 참모들은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속담을 잘 지키며 정권과 권력의 달콤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을 ‘민주’로 포장하고 선거혁명을 이야기 한다. 선거란 유권자에게 차선의 선택이라지만 대부분 거수기로 전락했다. 허나 여전히 사람들은 투표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반쪽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유권자 축에도 끼지 못하는 삶이 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 그렇지 않았다. 불안정한 삶과 거처가 일정하지 않은,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 간혹 뉴스를 보다보면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김모씨...”라며 뉴스를 전하는 이의 말을 듣는다.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분명 생물학적으로 가족이 있을 터이지만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 집이 없는 사람, 아니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 주거지를 정할 수 없는 사람일 게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들이 노숙자다. 어릴 적 그들도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을 것이고 가족도 있었을 것이다. 1999년 이후 노숙인 사망자 수는 전국적으로 매년 300~325명 선이라 한다. 그 죽음의 계절이 겨울이고 보면 하루하루의 날씨가 생명연장의 온도를 나타내는 무서운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들도 정치이야기를 하고 선거 이야기를 할 것이다. 허나 그들은 질병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고 질병과 싸워야할 몸의 영양 상태는 허약하기만 하며, 그들을 구제할 시스템 또한 허술하기 그지없다.
몇 년 전 이름 없이 죽어간 노숙인을 추모하는 추모제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때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한 한 노숙인은 “거리의 천사” 란 좋은 말을 두고 노숙인이라 하지 말란다. 그이와 함께 지내던 “거리의 천사”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주 그들을 보고 그들이 게을러서 그렇다느니 정신을 챙겨 일을 해야 한다느니 한다. 또 그들의 독한 술 냄새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아니 이 사회가 언제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치유해준 적이 있는가? 그들에게 원주의 노숙자생협처럼 자립의 씨앗을 함께 심어준적이 있는가? 라고. 이 물음은 나에게도 하는 질문이다.
종교단체의 밥 나누기와 구휼은 눈물겹지만 이 땅에 함께 살기위한 공론화에 이 사회는 잘 주목하지 않는다. 눈살 찌푸리는 대상이요. 여행객들을 위해 깔끔한 역사를 위한 청소 대상으로 먼저 보지 않았는가. 개중에 당사자 운동으로 열심인 몇 분도 계시지만 힘겨워 보인다. 빈곤과 불안정노동은 바로 우리 곁에 마지막 가느다란 숨을 이어가며 역 광장에 앉아 있는 그들의 눈 속에, 술기운 섞인 말속에 화두처럼 던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 동네에 있었던 바보형처럼 우리 모두의 이웃이며, 느티나무 그늘에 함께 앉아야할 우리 동네 사람인 것이다.
내가 있는 연습실이 1층인 관계로 “거리의 천사” 분들이 자주 온다. 커피도 얻어먹고 가고 돈도 달란다. 커피는 잘 나눠 먹는데 고백하건데 돈은 주기가 영 내키지 않는다. 돈은 술을 사먹는 것이 대부분인데 돈을 줘야할지 주지 말아야할지 갈등한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영화를 하는 후배들이 올 봄부터 부산진역에서 “거리의 천사” 분들에게 매주 수요일마다 영화를 틀어줬다. 연말에 한해를 마무리 하며 천사들을 모시고 공연을 하나 하잔다. 그들이 애쓴 것이 지원을 받아 하는 사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올 겨울에는 추모가가 아니라 마음은 편하지만 희망가는 못 되더라도 잠시 위로가 되는 노래라도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말아야겠다. 그래도 이 노래는 꼭 불러야겠다. 후배의 시에 붙인 노래이다. 작자의 원시를 소개하고 싶다.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 채유정
은행은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그에게
가장 먼저 대출해주기로 했다
노동부는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그에게
가장 먼저 일자리를 주기로 했다
시에서는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그에게
가장 먼저 살 집을 주기로 했다
경찰은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그를
가장 먼저 혐의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러자
시민들도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그에게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그녀에게
하나씩 둘씩
양식주머니를 열었다
대문 앞을 가렸던 장막을 걷었다
* 채유정 : 시인 / 전 노동문화예술단 단원 / 시와 사람 신인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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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화예술단 일터 활동
1997년 솔로활동 시작
2007년 창작곡 1집 “빵과 서커스” 만듦
2010년 아이들 글에 붙인 창작 동요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만듦
현재 우창수와 장난감밴드 활동 /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대표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http://cafe.daum.net/woo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