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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11월17일 02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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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김미련의 미디어아트 (2)
“공간속의 식물II”

김미련(미디어아트 작가) edukimi@daum.net

어린 시절 안동의 시골집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나에게 있어, 집 앞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논, 밭의 벼, 들깨, 콩, 수박모종 등은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레 시각적 망막에 맺히는 상(象)들이었다.

1.5킬로미터 남짓 되는 남녀공학중학교로 가는 등하교 길에서는 시골논둑길을 따라 옹기종기 피어난 들꽃들과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도랑과 개천이 벗이 되었고 복숭아꽃과 진달래가 만개하고 지기를 반복하는 산모퉁이는 아직도 생생하게 시각적 잔상으로 남아있다. 한학기가 지나면 시골학생들이 집집마다 농사지은 수확물을 공수해 손수 마련한 책거리 파티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풍성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20년을 지나 대구로 대학공부 하러 와서 보았던 도심 속의 풍경은 삭막했다. 봉덕동 작업실과 신천동 작업실 시기의 신천강변의 들풀들과 산책길, 5월이면 밤샘 작업하며 열어둔 화실 문을 비집고 들어와 야간작업의 피곤함을 씻어주던 아카시아 향은 식물과 풀에 대한 어린 시절 기억과 함께 9년의 대구생활에서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1999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처음 내딛은 낯선 소도시 파더본(Paderborn)에서 내가 간절한 시선으로 찾은 것은 나와 비슷한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파란 눈과 노랑머리를 한 대부분의 독일 인 들 속에 홀로 떨어진 낯선 이방인으로서의 두려움과 호기심, 불안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그때 나의 두려움과 불안을 한 번에 쓰다듬어 안아준 것은 내가 29년 동안 한국에서 보와 왔던 들풀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민들레꽃과 홀씨가 독일 땅에서도 여기저기 흩어져 자라고 있고 하얗고 가냘픈 홀씨가루를 날리고 있었다. 엉겅퀴의 보랏빛색깔은 여전히 같았고 토끼풀의 잎사귀는 한국의 그것보다는 더 진한 녹색이여서 처음엔 조화인가 싶어 만져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기도 하였다. 10년의 독일생활은 새로운 환경과 시각의 적응, 그 속에서 동아시아인의 정체성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의 서구문화와의 융합이었다. 독일에서의 일상은 독일행정의 느린 서류처리로 인한 인내심고갈과 고단함의 연속이었으나 새로운 세계와 미술에 대한 인식의 폭이 확장되는 데 대한 만족감과 내 작업세계가 단단하게 구축되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일상의 고단함을 상쇄시켰다.

뒤셀도르프(Duesseldorf)미술대학에서 수학하면서 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정착해 사시는 한인 분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그들이 고국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텃밭과 주말농장에 씨를 뿌려 채소와 정원을 한국의 밭과 정원처럼 가꾸시는 걸 알게 되었다. 이 한인이주민들 또한 나와 같이 어린 시절 체화된 시지각적 정서의 동경과 귀소본능(歸巢本能)을 보여주었다.

2009년 나는 다시 한국의 가창으로 돌아와 폐교에 마련된 레지덴스프로그램(작가에게 작업실을 제공하고 프로모션하는 시스템)에 참가해 1년 동안 대구근교에서 작업하게 되었다. 가창의 자연녹지와 봄의 풍광은 다시금 한국의 봄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시각, 후각, 촉각으로 받아들여지는 고국의 봄의 축제를 10년 만에 다시 만끽하며 이 일상의 경의를 살가운 시선으로 채집하고자 하는 욕구가 일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내 주변의 일상을 스캐너를 통해 기록하는 스캐닝포토작업이었다.

가창폐교의 작업실주변의 식물과 들풀, 버려진 농기구들, 도시로 생계를 찾아 떠난 이주민들이 버리고 간 이불가지들과 화분, 벼갯잎들이 일반인들의 사용하는 스캐너와 잉크젯프린트기로 기록된 이미지가 스캐닝포토의 첫 번째 작업들이었다.

▲김 미련/가창의 봄/ 21x29.7cmx95개 /스캔사진/ 디지털프린트/

 

▲김 미련/ 가창의 봄/ 21x29.7cmx95개 / 스캔사진/ 디지털프린트

그렇게 시작된 작업들은 독일에 살고 있는 한인들이 가꾸는 텃밭과 베란다의 식물, 들판에 야생으로 자라는 풀을 스캔해 메일로 전송해온 이미지를 내가 강사생활을 위해 옮겨 다니는 대구와 경산, 칠곡 등지의 동일종의 식물을 같은 시기에 스캔해 얻은 이미지파일을 겹쳐 한 장의 이미지로 완성해 얻은 것이 스캐닝포토작업의 두 번째 시리즈이다.

▲김 미련/ “공간속의 풀7,8,9,10” / 150x105cm/ 스캐닝사진/ 디지털프린트
 

세 번째 작업은 스캐닝포토작업을 동영상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업의 과정은 스캐닝화 한 디지털 데이터를 영상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간을 레이어로 재분할하고, 카메라시점을 이미지 사이사이로 유영하듯 이동해 만들어 다시금 3D영상작업으로 재해석한 <공간의 식물 II>는 시간을 매개로 하는 가상과 실재의 문제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식물의 디테일은 극단적으로 확대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 화면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식물이미지는 가상의 영역을 부유하듯 떠돌고 있다.


김 미련/ “공간속의 식물II” / 단 채널영상/ 5분21초

이렇듯 세 가지의 스캐닝포토작업은 나의 개인적 삶의 체험에서 얻어진 소재이다. 내가 삶의 공간을 이동하며 기록한 식물과 일상적인 물건의 이미지는 독일에 사는 한국이주민들이 공간을 옮겨 살면서 일어나는 삶의 형태와 정체성의 가 변화를 식물을 통해 작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세계화, 그에 따른 전 지구적 노동력 이동의 가속화와 더불어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망에 따른 시간과 공간의 이동성은 현대사회에서 다양성의 공존을 극대화하고 삶의 형태는 혼성적이고 노마딕(nomadic)한 성격을 지니게 한다.

“공간속의 식물II”이란 작업에서 나는 작업의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의 변화된 양태를 서정적으로 담담하게 드러내려 했으며 그 감상의 몫은 감상자에게 돌리고자 한다. 실재와 가상 속을 부유하는 공간속의 식물처럼 우리의 삶도 어떠한 메카니즘에 의해 부유하듯 떠도는 듯하다.

김미련(미디어아트 작가) edukim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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