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씨는 시립시지노인전문병원(시지노인병원)에서 간병사로 7년 일했다. 7년 동안 명절 쉰 날을 손에 꼽는다.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교대로 일하는 근무환경에서 집안 어른 생일 챙기는 일도 언감생심이다. 명절을 쉴 수 있는 직원은 한, 두 명. 나머지는 오전에 친척들을 맞이하고, 오후에는 출근하거나, 야간을 마치고 퇴근해서 친척을 맞았다. “관리직 직원들은 연차도 잘 내고 쉬었지만 우리는 사람이 부족해서 일을 쉴 수가 없었다”
이 씨는 일을 시작하고 7년 만인 올해 추석에서야 겨우 명절을 쉴 수 있게 됐다.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91일째(25일) 파업을 이어가게 되면서 명절도 쉬게 됐다. “추석 전에 파업이 끝나도 추석은 쉬고 일하러 가고 싶다” 91일 파업, 쉼 없이 대구 시청 앞 노숙을 이어온 이 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7년 만에 온전히 명절을 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장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체불임금을 받아서 갚는 조건으로 보건의료노조 본조에서 대출받아 생활자금을 조금 받고 있다.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씨는 대구 시청 앞에서 지역집중집회가 있었던 25일 시청 주차장에 마련된 ‘우수 농축특산물 직거래장터’에서 도라지와 고기를 조금씩 사는 걸로 명절 장보기를 시작했다. “장을 아직 못 본 사람이 더 많다”며 이 씨는 동료들을 돌아봤다.
이날 오후 3시 이 씨와 동료들 그리고 노동자, 시민 130여명은 상복을 입고 “대구시와 운경재단은 죽었다”며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근조 대구시청”, “근조 운경재단”이라 적힌 영정을 앞에 두고 곡을 하며 국화를 헌화하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대구시장에 면담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시청 정문 앞을 막아선 경찰로 인해 잠시 마찰을 빚었다.
경찰은 이상국 보건의료노조 시지노인병원지부장과 이재식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이 대표로 서한을 전달하겠다고 하자 길을 열고 두 사람의 출입을 허용했다. 이상국 지부장은 “기획실장이라는 사람이 똥 씹은 표정으로 나와서 서한을 받아갔다. 시민의 절규를 똥 씹은 표정으로 받아가는 것이 대구시 공무원의 수준”이라며 대구시를 맹비난했다.
시지노인병원 노조는 추석 연휴 전날까지 노숙 농성을 이어가다가 추석 연휴 3일을 쉬고 다시 노숙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씨는 “없는 사람이 가진 건 자존심뿐이다. 자존심마저 꺾으면 다 내놓아야 한다. 우리 권리 찾기 위해서 기왕에 하는 고생, 열심히 할 것”이라며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