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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9월15일 02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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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맨날맨날 멘붕하는 진냥의 추천만화 (7)
D. Grey man - 누구의 껍데기를 쓰고 사는 것인가

진냥(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jinnyang3@gmail.com

<글쓴이 주> 숨어서 보지 말고 소문내면서 만화 보자. 보면서 멘붕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심오해도 괜찮아. 세미나 해도 좋아. 만화책도 책인걸~ 멘.붕.독.서

* 이 글은 1권의 내용을 작정하고 스포일러하고 있습니다. 이 점 유의하시긔...

디 그레이맨(D. Gray man)은 길다. 현재 22권까지 나왔고 애니메이션(TV방영)은 시즌1(2006), 시즌2(2008)가 각 103화까지 있다. 뭐, 애니메이션이 시즌8까지 나오고 책도 66권까지 나온 <원피스>나, 55권, 애니메이션은 366화까지 나온 <블리치>와 비교하면 짧은 거지만(심지어 세 작품 다 완결이 아니다. 작가님들 당신들은 사람이 아니므니다) 장편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 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디 그레이맨은 악마AKMA와 싸우는 엑소시스트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알렌 역시 태어날 때부터 손에 대악마무기를 가지고 엑소시스트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너무 흔하지 않나? 혹은 식상하지 않나 싶기도 한 이 대결구도는 악마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악마AKMA’라는 점 때문에 180도 달라진다.

▲ '악마AKMA'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이것은 인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악성 병기다
「난 저주나 악마 따위는 믿지 않아. 언어나 사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
「저기... 제가 말하는 악마는 그런 게 아니에요.」
「뭐?」
「악마AKMA는 병기의 명칭이죠.」

일방적인 ‘악’이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악성(惡性) 병기가 악마AKMA라는 컨셉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둥근 구체의 몸을 가지고 온몸의 포신으로 둘러싸여 강력한 바이러스가 탑재된 포탄을 쏘아대는 무기 악마AKMA. 포탄에 맞아 숨진 시체 옆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는다. 존재 자체가 인류를 말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병기 악마AKMA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1편에서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천년백작’이라는 인물이 악마AKMA를 만드는 것으로 등장한다(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이후에 천년백작 말고도 악마 제조에 관련되는 인물들이 하나씩 베일이 벗겨지듯 등장하기 때문이다). 천년백작은 그래서 ‘제조자’로 불린다.

제조자는 소중한 사람을 세상에서 떠내보 낸 사람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묻는다. 그 사람이 돌아왔
▲제조자는 소중한 사람을 세상에서 떠내보 낸 사람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묻는다. 그 사람이 돌아왔으면 좋겠냐고.
으면 좋겠냐고. 1권에서는 두 사람이 제조자를 만난다. 부인을 잃어버린 목사,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소년. 무덤 앞에서 그리고 장례식에서 돌아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상실감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에게 제조자의 제안은 유혹적이다. 제조자는 도식들이 쓰인 판 위에 놓인 뼛조각들을 두고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라 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부인이,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뼛조각들이 살아나 움직인다 한들 그것이 진짜 부인이고 어머니이겠는가. 다만, 그렇게 부를 수 있는 대상이 그들에게 필요한 뿐이다.

간절함을 담아 그 영혼과 관련이 깊은 자가 이름을 부르면 영혼은 도식 위의 뼈에 깃든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흔한 구닥다리 악마물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혈연관계여야만 한다든가 하는 설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자든, 친구든 그저 그 영혼을 간절히 원하는 자가 염원을 담아 부르면 영혼은 소환된다. 그리고 뼛조각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저승에서 불려나온 영혼이 가장 처음 하는 말은 증오와 원망의 표출이다.

「내게 무슨 짓을 한거야?」
「지금 날 악마로 만든거야?」

영혼은 제조자에게 구속된다. 그리고 제조자는 명령한다. 널 악마로 만든 저 사람을 죽이라고. 그리고 그 가죽을 뒤집어쓰라고.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악마가 된 영혼은 제조자가 부르는 [happy birthday]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이를 죽이고, 그 가죽을 벗겨 내 사람의 외형을 갖춘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으로 마을에 숨어들어 제조자의 명령에 따라 사람을 계속 죽여 가는 악마AKMA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과 죄의식에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으로 제조자의 명령에 따라 사람을 계속 죽이는 악마AKMA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과 죄의식에 빠져든다.
빠져든다. 그리고 그 좌절감은 쌓여간다. 쌓여가는 좌절감과 멈추지 않는 허기는 악마AKMA의 바이러스를 더 독하게 만들고 악마로서 진화하게 만든다.

엑소시스트는 악마의 몸에 갇힌 영혼을 해방시켜주는 사람들이다. 그 영혼은 소멸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살인을 계속하는 구속으로부터는 벗어나게 해주고자 주인공 알렌은 천년백작이 만든 악마들과 싸우고 그 악마들을 파괴한다. 엑소시스트의 집합인 [검은교단]은 이노센스라는 물질을 사이에 두고 천년백작과 경쟁을 벌이며 천년백작의 목표를 좌절시키려 애쓴다. 디 그레이맨에 나오는 악마와 엑소시스트의 싸움은 사람의 영혼이 내재된 악마 그리고 그 영혼을 소멸시키는 사도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알렌은 천년백작에게 묻는다. 왜 이런 짓을 하냐고.

천년백작은 대답한다. “모두를 위해서”

‘사람은 언제 악마가 되는 걸까...’ 책을 덮고 나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내’가 아니라 무언가의 껍데기를 뒤집어썼을 때, 그리고 그 껍데기의 모습으로 살아갈 때 사람은 악마가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나’로 살지 못하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다른 이를 공격하고 가혹해지고 잔인해지는 사람들... 심지어 사람들이 잔인해지는 이유는 굉장히 자주  ‘모두를 위해서’다. 마치 천년백작처럼.

과연, 우리는 누구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살고 있는 걸까?

진냥(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jinnyang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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