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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9월01일 04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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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작고 여린 인연의 아픔
너를 사랑해도 되겠니?

이영철(화가) grim-si@hanmail.net

▲돋보기를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작품명제: 너를 사랑해도 되겠니?
규격: 72.7cm x 53cm
재료기법: 캔버스에 아크릴릭

작품설명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랑을 주면 필연적으로 이별의 슬픔이 따라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랑과 정에 대해 소극적이게 되는 것도 이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꽃나무 한그루도 저렇게 환한 생명의 노래를 부르며 두 연인에게 사랑편지를 배달하고 떠나가듯, 우리도 살아가는 동안 온 힘을 다해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인연일지라도 배려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뜻을 담아본 작품입니다.

작고 여린 인연의 아픔

수년 전 앞산 밑자락으로 이사한 후 우리 집 말티즈 다솜이는 적응을 잘하지 못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바스락바스락 이불을 뒤집다가 골목길에 인기척이라도 나면 지치도록 왈왈거렸다. 자주 장난감 구슬을 물고 와 함께 놀자고 내 주변을 멤 돌았지만 피곤에 지친 나는 건성으로 녀석을 대하곤 했다. 그리고 날이 새면 아이는 학교로, 아내는 가게로, 나는 화실이나 강의하러 나가버리고 녀석은 온종일, 아니 해가 지고 밤이 깊도록 혼자서 집을 지키며 우리를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우울증에 걸린 다솜이는 침대 밑이나 옷장 구석에 틀어박혀 먹지도 않고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야위어갔다.

병원을 다녀오고 모두가 힘겨워하는 사이 예쁜 새끼 다섯 마리를 낳은 집 밖 길고양이는 자식을 위해 필사적으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아내는 그 가족들에게 부지런히 식빵 덩어리나 사료를 가져다주느라 새벽잠을 설치곤 했다. 그럼에도 살아있어서 힘들어하는 여리고 외로운 것들을 아파하고 미안해했다. 다솜이의 마음감기는 쉽게 낫지를 않았지만, 워낙 정이 들고 예민한 녀석을 다른 곳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마침내 내가 서로 처해있는 어려운 처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바깥에 나가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솜이가 외로워하는 이 공간이 그래도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를 말해주고 함께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리고는 아무리 늦은 시간에 귀가하더라도 반드시 솜이를 데리고 동네 골목과 거리를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 와중에 새끼 길고양이들도 제법 자라났는데 불행히도 어느 날 두 마리가 사라지고 세 마리만 남았다. 워낙 경계심이 많은 녀석들이었지만, 거의 매일 밤 마주치다 보니 주차된 차 밑에서 혹은 어두운 담 구석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서로에게 익숙해져 갔다. 이 무렵부터 아내는 녀석들에게 사료에다 고양이 통조림을 섞어 건네주었다. 아기 고양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경계심을 풀고 주변을 멤 돌다가 우리가 귀가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세 녀석의 모습대로 당당이, 바이올라, 여신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고, 녀석들과 우리 가족의 만남은 매일 밤마다 기쁘게 이어졌다. 어느새 다솜이도 장난기와 식신기질까지 되돌아왔지만 이내 세 고양이들과 이별의 시간이 왔다. 갑자기 사정이 생겨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동네를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남향의 밝은 집으로 가게 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지만, 당당이와 바이올라, 그리고 여신이의 먹이를 주는 일도 그만큼 당장 눈앞에 닥친 고민이 되었다.

결국, 아무리 불편해도 날은 추워 오는데 주린 배로 밤새 우리를 기다릴 녀석들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이사한 후에도 변함없이 먹이를 주러 먼 길을 다녔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슬픈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당당이와 여신이 사라지고 대신 낯선 녀석이 먹이를 기다리더니 며칠이 더 지나자 바이올라 마저 사라지고 그 자리마저 다른 녀석이 차지하는 게 아닌가! 규칙적으로 먹이를 주는데다 우리가 이사를 가고 나자 길고양이 세계에서의 영역다툼에서 저 작고 여린 놈들이 밀려나버린 듯했다.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의 자연의 법칙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어차피 누가 먹던 배고픈 길고양이가 먹는 것이니 이해가 될 법도 하지만 우리 가족은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쓸쓸해졌다. 신뢰와 애정의 빛깔을 쉽게 바꾸기 어려운 성격을 탓한다 해도 어쩔 수는 없다. 생겨난 모든 것들 내가 미워하거나 용서하지 않아도, 증오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가여워하거나 사랑하지 않아도 결국 제 스스로의 인연 길 따라 시공간을 잠시 겹쳤다가 소멸해가는 것이다. 그러니 밥 먹고 나면 수저 내려놓듯이, 술 마시고 나면 술잔 내려놓듯이 그냥 그저 내려놓으라고 배웠다. 나아가 내려놓으려는 이 마음조차 원래는 없는 것이니 지우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배워서 알아챈 것과 살며 부딪쳐 이해되는 것의 차이는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 주관과 객관, 직접과 간접, 추상과 사실, 거부와 공감 사이를 오가는 내 감각세포는 늘 상황에 따라서 그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불안정하며, 삶이 종종 불편하다.

나와 인연된 작고 약한 것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길 위에 서서 길을 물을 때가 참 많아졌다. 게다가 내 그리움의 정체도 왜 늘 우주처럼 넓거나 역사처럼 깊지 못하고, 대의나 명분에도 비켜선 채로 여리고 슬픈 것들에게로만 닿아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눈만 감으면 우주가 보이는데 눈을 뜨면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어느 오후의 술집 풍경처럼, 그 후로도 여전히 당당이와 바이올라, 그리고 여신이는 아련하고 생생하게 내 마음속을 뛰어다니고 있다.

이영철(화가) grim-s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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