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발전노조 파업이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많은 보수언론은 한일 월드컵을 앞둔 국가이미지에 발전노조의 파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발전노조원들의 집단 이기주의는 세계인의 축제를 앞 둔 대한민국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인의 축제에서 4강이라는 신화를 쏘아 올렸고, 붉은 물결은 온 나라를 뒤덮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고 35만 개 더 창출된다는 일자리는 점점 줄어갔고, 비정규직이 양산되었으며, 빈부 격차는 더욱 커져갔습니다. 거리에서 함께 외쳤던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는 몇 안 되는 누군가에게는 행복과 기회의 이름이 되었지만, 많은 이에게는 아픔과 눈물의 공간이 되어 갔습니다.
오늘 폐막한 런던 올림픽은 금메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쏟아 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살면서도 세계 최고의 꿈을 만들어 낸 체조 선수의 이야기, 잘못된 판정을 이겨내고 당당히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건 펜싱 선수의 이야기, 은퇴 기로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따낸 탁구 대표선수의 이야기 까지... 그/녀들의 삶, 어느 것 하나, 영화 같지 않은 것이 없고, 그 훈련 과정은 누가 들어도 눈물 나는 자신과의 사투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보다 진하고, 더욱 치열한 사투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순간순간은 늘 세상과 부딪히며 삶과 죽음의 한계를 넘고, 짖밟혀 버린 역사의 수레바퀴를 힘겹게 굴려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런던의 이야기에 묻히고 있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펜싱 시합의 1초보다 더 지옥 같은 시간이 SJM 공장에서 이어지고, 펜싱 칼날보다 무겁고 날카로운 폭력은 용역회사직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습니다. 생과 사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힘차게 울려 퍼지는 런던의 함성에 우리 곁의 신음을 애써 외면하는 현실은, 어쩌면 시험을 앞 둔 학생이 TV 앞에서 재미없는 광고에도 낄낄거리며 시간을 죽이는 것과 같이 불안감을 이기기 위한 자기 도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욱 씁쓸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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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런던 올림픽이 폐막했다. [출처;런던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http://www.london2012.com/] | | |
올림픽은 끝이 났습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은 13개의 금메달 이야기로 떠들썩 거리고 있으며, 13개의 금메달이 우리들에게 긍지와 힘을 줄 것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 합쳐봐야 한 줌 되지 않는 금덩어리가 고단한 우리 삶의 무대에서 우리에게 저녁 소주잔의 안주거리 외의 위안과 희망, 대안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국위선양과 국가 경쟁력 강화의 이야기는 몇몇 수출 기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 외에는 우리의 노동과 삶의 문제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축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이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또 다른 올림픽을 준비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삶의 모순을 추동하는 누군가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되며 기록경기를 하듯 보이지 않는 우리 스스로의 절망과 패배감, 그리고 배제와 포섭의 불안과도 끊임없이 맞서 싸워야 합니다.
누군가의 목에 걸린 금․은․동 메달은 그 색깔이 다르고 그 의미가 다르겠지만,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얻어 낼 금메달은 누구의 것보다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우애롭고, 평등한 그래서 어느 곳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찬란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노동, 우리의 배움, 우리의 평등, 우리의 평화, 그리고 우리의 삶이 우애롭게 맞다은 오륜기를 함께 들고 생의 그라운드를 힘차게 달릴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런던의 성화는 꺼졌지만, 아름다운 삶을 향한 우리의 가슴 속 성화는 다시금 그 불을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