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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5B (왼쪽이 장호일, 오른족이 정석원) | | |
지난달 7월 30일, 015B가 새 싱글 '80'을 발표했다. 015B 공식 트위터 계정의 '공일오비는 이번 80으로 본인들의 10대때의 감성을 지금 전달해주고 싶었던거죠. 공일오비세대가 10대때 공일오비를 들었던 것처럼'이라는 트윗처럼 015B는 80년대 감성을 노래한다. 공일오비 싱글 발매에 맞춰 10대 때 공일오비를 다시 들어보는 건 어떨까.
듀란듀란과 컬쳐클럽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너희들은 모를 걸
지금은 없는 마이클 잭슨
시상식장의 문워크 TV방송 보았지
음악이 듣고 싶어
해적판을 사야만 했어
레코드 집 모두 찾아 헤맸지
-015B, <80> 中
공일오비가 활동한 90년대 초반은 격변과 혼란의 시기였다. 87년 군부정권 연장의 우울함, 대학가는 NL/PD 논쟁이 본격화됐다. 겉으로 남한은 경제성장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듯 '오렌지족', 'X세대', '야타족' 등의 신조어가 출현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91년 크리스마스, 소련이 붕괴한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은 대학가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냉전체제 종식 뿐 아니라, 한때 열혈 운동가였던 '김문수'와 '이재오'가 보수야당에 진입한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94년 7월 8일 김정일 사망, 96년 한총련 연세대 사건에 이르기까지 90년대는 혼란과 격변의 시기였다.
이 와중에 대중가요계도 큰 변화가 일게 된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의 등장이 댄스음악과 힙합의 도입이었다면 공일오비의 등장은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하지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3집, <아주 오래된 연인들> 중)'하는 청춘을 등장시킨다.
공일오비는 형제인 정석원, 장호일이 90년에 결성한 프로듀서 그룹이다. 이들은 노래를 만들고 앨범을 만들었지만, 웬만해서는 노래를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객원 가수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한 앨범에 여러 가수가 등장한다. 90년 7월 발매한 1집 앨범의 타이틀곡 <텅 빈 거리에서>는 윤종신이 불렀다.
91년 발매한 2집에서 이들의 색깔이 잘 묻어난다. 발라드에서,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곡과 당시 등장한 세대, 'X세대'의 감성을 노래하는 가사까지. 2집에서는 특이하게 두 멤버가 노래에 참여한 <이젠 안녕>이 큰 인기를 끌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꺼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라는 노래는 당시 졸업식에서 널리 불려졌다. 그리고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한 여고생의 유서를 담은 <H에게>, 듀스보다 먼저 랩(?)을 도입했다고 할 수도 있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까지.
당시 공일오비 노래를 듣게 된 건 집에 있던 LP를 통해서였다. 2집 LP를 통해 공일오비를 처음 접했는데, 이즈음 본격적으로 이들이 텔레비전에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당시 인기 음악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10에서도 1위를 차지한 3집 타이틀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 덕분이었다. 공일오비 노래에는 유독 지나간 시간과 추억이 자주 등장하는데, 격하게 사랑한 노래 <수필과 자동차>는 청춘의 현실을 노래한다.
영화를 보곤 가난한 연인 사랑얘기에 눈물흘리고
순정 만화의 주인공처럼 되고파 할때도 있었지
이젠 그사람의 자동차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고
어느곳에 사는지 더 중요하게 여기네
우리가 이젠 없는건 옛친구만은 아닐꺼야
더 큰것을 바래도 많은 꿈마저 잊고살지
우리가 이제 잃은건 작은것만은 아닐꺼야
세월이 흘러 갈수록 소중한 것을 잊고 살잖아
버스정류장 그 아이의 한번 눈길에 잠을 설치고
여류작가의 수필 한 편에 설레어 할때도 있었지
이젠 그 사람의 아버지가 누군지 더 궁금하고
해외여행 가봤는지 중요하게 여기네
우리가 이젠 없는건 옛친구만은 아닐꺼야
더 큰것을 바래도 많은 꿈마저 잊고살지
우리가 이제 잃은건 작은것만은 아닐꺼야
세월이 흘러 갈수록 소중한 것을 잊고 살잖아
-015B, <수필과 자동차> 中
공일오비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2000년대 청춘만 우울한 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 집안, 해외여행이 중요하다는 사실. 3집에서 공일오비는 <적(敵) 녹색인생>에서 '공장폐수 얘기에 의례히 화를내고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더러워진 외출복은 합성세제로 세탁하지'라며 덤덤하게 일상을 노래하지만, 우리 삶에 녹아든 환경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타이틀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 <현대 여성>, <수필과 자동차>, <먼지 낀 세상엔>에 이르기까지 공일오비는 사랑, 일상을 아주 자연스레 내뱉는다. 사랑에 오버하지도 목을 매지도 않는다.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세상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이런 공일오비는 서태지, 듀스, 김건모, 신승훈 등에게 주눅들지 않고, 그들의 노래를 이어간다. 4집 <신인류의 사랑>은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 장기간 1위를 차지한다. '맘에 안드는 그녀에겐 계속 전화가 오고 내가 전화하는 그녀는 나를 피하려 하고 거리엔 괜찮은 사람 많은데 소개를 받으러 나간 자리엔 어디서 이런 여자들만 나오는 거야'는 당시 1020세대와 30대까지 '공감'노래로 자리매김했다.
<제사부>에서는 '세상엔 오렌지족이니 뭐니 하는건 있지도 않아 신문과 사회와 어른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지 우리나라 코미디를 보고 저질이라고 한탄하는그들에게 한번 묻고 싶어 외국에서 꼬부랑말을 하는 코미디를 보면 그렇게도 고상해보이고 고급스러워보이는지'라며 직접적으로 언론을 비꼰다. <남자들이란 다>에서는 '사랑은 구속이 아니야 조그만 관심일 뿐이지'라며 사랑의 소유욕을 살며시 건드린다. <요즘 애들 버릇 없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잔소리를 확인시켜준다. 2012년 현재에 들어도 무릎을 탁 칠수 밖에 없는 노래다.
5집 앨범을 거쳐 96년 발매한 6집에서 공일오비는 기존의 담백함을 벗어난 파격을 시도한다. 곡과 가사 양자 모두 강렬함과 직선적 음악을 선보인다. 이 때문에 공일오비 팬들 사이에서는 이 앨범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정석원의 입대와 함께 공일오비의 음악은 6집에서 중단된다.
사실, 공일오비 음악을 끄집어낸 것은 혼란스럽던 90년대 청춘과 젊음을 넘치지 않게 추억 해보고자 함이다. 90년대 초반 공일오비를 <정태춘>과 <서태지>의 중간지대라고 말한다면 적절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