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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8월04일 02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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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도둑들>, 누가 진짜 도둑인가
소유란 도둑질이다

이득재(대구가톨릭대, 편집위원) baxtin@daum.net

도둑이 훔친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려는 도둑들이 홍콩에 몰려든다. 웨이홍이나 티파니나, 티파니의 배 다른 여동생이나 마카오 박이나, 예니콜, 씹던 껌, 팹시, 뽀빠이, 앤드류 등 모두 도둑이다. 도둑들이 도둑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일에 관한 이 영화에서 결국 승리는 마카오 박에게 돌아가지만, 결국 아무도 도둑이 아니고 도둑질은 없었다는 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다.

마카오 박이 예니콜의 호텔방을 체크 아웃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영화는 마카오 박의 손으로 다이아몬드가 넘어갔으리란 암시만 남긴다. ‘태양의 눈물’의 행방은 묘연하다. 도둑들에게 눈물만 뿌리게 만든 채 ‘태양의 눈물’은 사라진다. 영화에서 ‘태양의 눈물’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이미 누군가로부터 훔쳐온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눈물’은 웨이홍으로부터 마카오 박에게 넘어가기 전까지 팹시와 보빠이를 거쳐 예니콜의 손아귀로 넘어간다. 태양의 눈물은 눈물마저 뜨거운가. 웨이홍 - 팹시와 뽀빠이 - 예니콜 - 마카오 박의 손아귀는 뜨거운 태양의 눈물을 마시지 못한다. 도둑질당한 다이아몬드를 도둑질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도둑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옆에 있던 사람은 도둑 아니었던가. 더러운 시궁창에 연꽃 한 번 피워보겠다고 저지른 일이 왜 도둑질이란 말인가. ‘태양의 눈물’에 대해 웨이홍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어차피 그것은 훔친 것이다. 웨이홍도 훔쳤고 팹시도 훔쳤으며 예니콜도 훔쳤고 마카오 박도 훔쳤다. 그러나 웨이홍, 팹시, 예니콜, 마카오 박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태양의 눈물’을 훔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잠파노가 예니콜의 입술을 훔쳤던가. 예니콜의 입술을 훔치려하던 잠파노에게 ‘힘 좀 빼라’는 훈계를 하는 예니콜의 입술을 잠파노는 훔치지 못했다. ‘태양의 눈물’도 예니콜의 입술도 도둑질당한 적이 없다. 씹던 껌의 마음을 훔친 것처럼 보였던 중국 도둑 첸은 씹던 껌과 함께 죽었다.

그렇다면 누가 도둑인가. 영화의 제목 ‘도둑들’은 과연 올바른 제목인가.

도둑들이 사는 세상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티파니의 배 다른 여동생을 동원해 낚시 판을 다 짜 놓은 마카오 박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팹시는 마카오 박 때문에 감방에 갔고 뽀빠이는 마카오 박이 잡은 밧줄을 끊었으며 뽀빠이는 일이 성사되면 팹시를 버리고 혼자 튀려고 한다. 예니콜은 뽀빠이에게 가짜 다이아몬드를 던져 주고 팹시는 예니콜이 머무는 부산까지 쫓아 온다. 도둑이 도둑을 믿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물애비도 믿지 못한다. 마카오 박의 아버지는 그렇게 웨이홍에게 죽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도둑들의 상황이 관객들에게 반전의 묘미를 준다. 마카오 박이든 팹시든 에니콜이든 뽀빠이든 서로서로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은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누구도 ‘태양의 눈물’에 대해 소유권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도둑이 도둑에게 소유권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마카오 박에게 ‘태양의 눈물’이 돌아갔다는 사실이 확실하더라도 마카오 박 조차 ‘태양의 눈물’의 주인일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태양의 눈물’의 주인이란 말인가.

영화는 이야기한다. 아무도 도둑이 아니고, 주인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도둑도 없고 주인도 없는 세상, 한 번 꿈꿔볼 만한 세상이다.
프루동은 1840년에 쓴 책 <소유란 무엇인가>에서 ‘소유란 도둑질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태양의 눈물’을 훔치려 한 것이 도둑질이 아니고 ‘태양의 눈물’을 소유한 것이 도둑질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태양의 눈물’을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영화에는 도둑도, 도둑들도 없다. ‘태양의 눈물’은 변장한 마카오 박의 그릇에 담겨 호텔을 빠져나가듯이 소유의 손아귀를 유유히 빠져나갈 뿐이다. 도둑이 있는 것은 소유가 있기 때문이고 주인이 있기에 도둑이 생겨난다.

땅의 주인이 있기에 땅의 소유가 있다. 예전에 청도 운문사로 놀러 갔다가 자릿세를 요구하던 사람과 싸운 적이 있다. 강 옆 둔치 어느 부분이 자기 땅이라고 우기던 그 사람은 아예 토지대장을 들이밀며 자릿세를 내지 않으려면 딴 곳으로 가라고 윽박질렀다. 태초에 그 토지대장에 그려진 땅은 땅따먹기 식으로 선점했던 땅이 아니었을까. 깃발 먼저 꽂으면 어느 땅이 내 땅이 되던 때 선점했다는 이유로 수세대가 흘러서도 뻔뻔하게 자릿세를 요구하는 폭력이 지금도 계속된다.

프루동이 말하지 않았던가. 선점은 소유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프루동에 따르면 소유란 ‘소유자가 자신의 표찰을 붙인 사물에 대해 행사하는 불로소득권’이다. 강가 옆 둔치 땅에 표찰을 붙여 놓고 자릿세를 요구하는 불로소득권. 강 가 옆 둔치 땅에 그 사람은 행락객 유치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가. 그냥 불그스레한 황토 땅을 맨땅으로 놔둔 채 자리 펴고 앉으려면 자릿세만 내라고 요구하지 않았는가. 프루동의 말처럼 소작료, 임대료, 지대, 이자, 이익, 이윤은 모두 불로소득이다. 그러고 보면 마카오 박이 도둑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도둑 아닌가.

영어 단어에 private이란 단어가 있다. 사적 소유라고 할 때의 ‘사적’에 해당하는 단어다. 이 단어는 다른 영어 단어 deprive, 이것의 명사형인 deprivation에서 왔다. 이것은 박탈하다, 박탈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사적 소유란 누구의 어떤 것을 박탈해 갔다는 뜻이고 우리는 무엇인가를 박탈당한 것이다. 즉 도둑질당한 것이다. 예니콜이 ‘태양의 눈물’을 소유했다면 그것은 팹시나 뽀빠이에게서 ‘태양의 눈물’을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

영어 단어로 봐도 소유는 도둑질이다. 따라서 아파트를 소유한 나나, 주식을 소유한 너나, 자동차를 소유한 우리는 모두 도둑들이다. 누가 도둑인가. 조세형이 과연 대도인가. 대도로 치면 이탈리아 희대의 사기꾼인 폰지가 가르쳐 준 대로 다단계 사업을 합법으로 가장한 은행의 이자놀이요, 그 은행의 도둑질을 합법화해주는 국가가 대도다. 

나만 도둑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온통 도둑들로 우글거린다. 내가 받는 연봉은 누군가의 돈을 훔친 것이다. 2005년도 미국의 총 노동시간은 2천400억 시간이고 GDP는 12조 달러였다. 노동 시간 1시간당 50달러가 생산된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50달러다. 우리나라는 140달러, 14만 원 돈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매 시간당 13만 5140원을 도둑질당하며 사는 셈이다.

누가 도둑인가. 대도인 자본가는 노동 시간당 훔친 돈으로 ‘태양의 눈물’ 수십 수백억 개를 사고도 남을 돈장사를 한다. 금융 자본은 더 하다. 곳곳에 도둑이 즐비하다. 뇌물로 오가는 돈은 좀 도둑들의 돈이다. 대도들의 도둑질을 보며 사는 좀 도둑들의 처지에서 보면, 마카오 박이 아니었으면 좀 도둑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뽀빠이가 아니라 마카오 박이 얼마나 질투의 대상이던가. 적어도 인천공항 정도는 민영화해서 떡고물로 ‘태양의 눈물’ 서너 개는 살 수 있어야 좀 도둑의 불명예를 씻을 것 아닌가. 영화 ‘도둑들’에 나오는 도둑들이 서로 믿지 못하는 것은 자신들이 모두 도둑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서로서로 믿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모든 것을 훔쳤고 결국 아무 것도 훔치지 못한 채 공수래공수거로 세상을 떠날 도둑들이기 때문이다.

이득재(대구가톨릭대, 편집위원) baxti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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