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글감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뒤적이다 우연히 지난해 이맘때쯤 쓴 글을 발견했다. <청춘은 휴가 가고 싶다>는 제목의 글이다. 그해 7월 이마트 탄현점에서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로 숨진 대학생 황 씨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착잡해서 썼던 글이었다. 누구나 휴가를 떠나는 7, 8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그렸다.
1년이 지났다. 다가오는 주말이면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일하는 시간이 긴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다. 너도나도 강으로, 바다로, 산으로 떠난다. 이번 휴가 시즌에는 특별히 세계인의 잔치 런던올림픽도 추가된다. 집 나가기가 귀찮은 일부는 아마 집안에서 시원한 수박 한 덩이를 준비하고 올림픽 중계를 보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 할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휴가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름휴가에 그간 바쁜 일정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주로 대구에 있는 분들보다는 다른 지역에 있어서 만나기 더 어려운 분들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굳이 강, 바다, 산을 가는 것이 아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휴가를 활용하는 것도 꽤 괜찮은 휴가 방법인 것 같다고 자족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름의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까맣게 황 씨의 이야기를 잊고 살았다. 동시에 휴가 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지워버렸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에는 스스로가 너무 피곤했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분이 등장했다.
지난 20일 대구 시청 앞에서 열린 ‘대구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취재하며 그분을 보았다. 챙이 넓은 붉은 모자를 쓰고, 단결 투쟁이라 적힌 머리띠를 그 위에 두른 중년 여성. 그녀는 오늘로 27일째 파업을 하고 있는 시지노인병원의 간병사였다. 수백 명의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연단에 올라 “시지노인병원 어르신들을 사랑하는 간병사”라는 인사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여느 파업 집회의 발언처럼 열심히 싸우겠다.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발언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발언은 감정 표현이 서툴다는 중년 경상도 아저씨들이 연신 눈물을 찍어낼 정도로 가슴 절절한 사연을 담고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파업 집회로 목이 쉬고, 제대로 된 임금도 지불받지 못해 매년 복날이면 수박 한 덩이 사 들고 찾아뵙던 시어머니를 올해는 찾아뵙지 못했다는 대목에서는 발언은 절규가 되어 가슴을 쳤다.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휴가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강정마을, 쌍용차 해고자뿐 아니라 대구의 시지노인병원 간병사들, 대구 지하철 해고자, 상신브레이크 해고자... 멀지 않은 곳에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쩌면 이번 여름은 그들에게 좀 더 힘든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어떤 아나운서가 올림픽 중계를 하라는 주님의 말을 들었다며 파업 동료를 뒤로 한 채 복귀한 것처럼 세계인의 이목이 올림픽으로 집중 될 터이니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알찬 여름휴가 계획을 짜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부산으로 휴가를 떠나던 희망버스 만큼 아니더라도 그들과 항상 함께할 순 없어도 매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휴가계획을 짜야 할 것 같다. 휴가 첫날 계획은 서울 희망식당 1일 호스트다. 마땅한 휴가 계획이 없는 분들은 그날 서울로 나들이들 오시라.